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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갖고 싶다' 제약사 회장님의 40년 은행주 사랑

일성신약, 외환 노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무효화 소송
한일은행 16%까지 소유-외환행장 선임 참여도..90년대 합병.감자로 손실

(서울=뉴스1) 배성민 기자 | 2014-08-31 17:06 송고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이 2007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주주명부와 감사보고서 등을 들어보이고 있다. © News1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이 2007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주주명부와 감사보고서 등을 들어보이고 있다. © News1

은행 소액주주 운동의 대부이자 원조 주식 고수인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이 송사를 통한 은행주 제값받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일성신약과 외환은행 노조 등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사이에 이뤄진 포괄적 주식교환(지난해 3월) 무효화를 위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주식교환 관련 문제가 없다고 밝혔던 지난 7월 판결에 대한 항소로 이들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와 주식교환가액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일성신약 창업주로 대우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을 세우기도 했던 윤 회장은 사실 소액주주보다는 큰손주주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한때는 국내 굴지의 은행이었던 한일은행(우리은행 전신) 지분 16.5%(매입가 200억여원)를 소유했던 적이 있을 정도였다.

여전한 관치금융의 시기였던 90년대 초중반에는 소액주주를 대표해 외환은행 행장 을 정하는 모임에 참석해 행장 선임에 목소리를 낼 정도로 거물이었다.

80년대까지 은행주 투자로 큰 재미를 본 그는 90년대 최악의 투자실패를 겪게 된다. 문민정부 들어 은행주 주가가 하락한데다 IMF 전후로는 제일은행의 감자조치, 한일은행의 감자 등을 겪으면서 800억 ~ 9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

그는 특히 98년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윤 회장은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던 시중 은행의 감자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신문에 실었다. 언론과 은행, 정부 어디 곳에서고 그의 목소리에 귀을 기울여 주지 않자 선택한 것이 의견광고였다. 당시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전신) 주식 3%를 보유하고 있던 윤 회장은 은행주에 투자했다 투자금을 탕진한 개인 주주들을 대신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감자의 부당성을 설파했다.    

윤 회장은 평소 "은행을 민영화한다는 정부를 믿고 은행 주식을 샀는데 한번도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 한채 감자로 고스란히 손실만 떠안게 돼 어이가 없었다"는 회한을 공사석에서 쏟아냈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당시 은행 부실을 털고 IMF체제 이후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대의 명분에 막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99년 전후 그는 십분의 일 토막이 난 보잘 것 없는 가격에 진저리나는 은행 주식을 다 팔아버렸다. 

실제로 용산 일성신약 사옥 회장실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채운 책꽂이에 투자자로서 수십년간 애지중지했던 은행들의 주주명부와 감사보고서가 빛이 바랬지만 빼곡히 채워져 있기도 했다. 은행에 대한 여전한 그의 관심이자 회한의 산물이었다.

일성신약 경영에 전념했던 그는 회사가 외환은행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다시 은행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2012년 말 일성신약의 외환은행 지분은 1.86%(1202만주, 장부가 916억원)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인수되고 소액주주 주식을 사들이면서 그의 역할은 또다시 끝나게 됐다.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는 윤 회장은 올해 들어서는 모두 다 팔아치웠던 일성신약 주식을 몇백주씩 사들였다.

윤 회장의 주식투자 이력 등에 밝은 금융계 관계자는 "고령에도 여전히 건강한 윤 회장이 회사의 투자활동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안다"며 "은행 주식을 계속 가졌던 것은 은행을 갖고 싶다는 평생에 걸친 그의 목표를 이루려는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외환은행 관련 1심 판결은 윤 회장 등에게 부정적으로 나와있다.


ba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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