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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2달]지자체 재난대응 ‘허둥지둥’…변한 것이 없다

미숙대응에 시민불안…주도적 재난 대비 태세 갖춰야
기습 국지성 폭우에 대책회의 한번 못한 시 조직 피해 키워
7명 사망 창원버스 사고 “차량통제 제대로 했더라면” 탄식

(서울=뉴스1)특별취재팀 | 2014-08-31 18:31 송고
편집자주 9월1일로 민선6기 지방정부 출범 60일을 맞는다. 지난 지방선거의 화두는 안전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 관련 공약과 정책이 봇물터지듯 쏟아져나왔다. 과연 우리 지방정부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환골탈태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1은 각 지자체의 안전정책 이행 현황과 문제점, 선결과제를 함께 짚어본다.
경남경찰청이 27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침수된 시내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경남경찰청 제공) 2014.8.27/뉴스1 © News1
경남경찰청이 27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침수된 시내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경남경찰청 제공) 2014.8.27/뉴스1 © News1

재난은 인간의 대비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각 지방정부가 앞다퉈 안전 공약과 정책을 내세웠지만, 민선6기 출범 두달 동안 대형재난은 계속되고 지방정부의 대응은 아직 시민의 불안감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의 막대한 비피해와 서울의 싱크홀 공포는 대표적인 경우다. 민선 6기를 맞은 지 두달이 된 상황에서 당장 가시적 변화를 보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에 앞서, 재난에 대처하는 지방정부의 모습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5일 부산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국지성 폭우에 부산시의 방재조직은 전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있으나마나’라는 비아냥을 듣는 상황이다.

재난발생시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통합재난관리위원회는 시간당 130mm의 폭우가 쏟아지던 당일 오후 대책회의도 한번 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분장이 제대로 안돼 서로 허겁지겁 '땜질식' 지휘에 급급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당시 시청과 소방본부와 경찰 등 통합안전협력팀의 협력이 전혀 안돼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는 차량이 침수되는 바람에 2명 사망자가 발생했다. 경찰이 차량통제를 제대로 하고, 제때 구조를 했으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탄식이 잇달았다.
도시철도 일부 구간 운행 제한 등으로 최악의 퇴근전쟁이 예상는데도 안내방송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승용차 이용자제와 대중교통 이용 홍보 등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협력팀은 그동안 재난대응 매뉴얼을 정비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했지만, 당일 오후 부산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자연재해에는 제대로 집중이 안 되고 혼란스러웠다"며 "특히 이번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니 업무분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즉각 대응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폭우에 버스가 급류에 휩쓸려내려가 7명의 승객 전원이 목숨을 잃은 창원 시내버스 사고를 놓고도 경남도 등 지자체와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경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폭우로 발생한 침수, 산사태 등에 대해 "집중 호우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처해야 했지만 대응체계는 미흡했다"며 "방재 당국은 현미경 재난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뒤 조치하는 것은 후진국이다. 선진국은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자연을 가볍게 보고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창원 버스 사고에 대해서는 "간선도로만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는 사실이 아쉽다. 우회할 수 있는 침수 가능 도로를 모두 차단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이 불안 속에 발밑을 쳐다보며 걸어다니게 한 '싱크홀 공포'에 대한 서울시의 대처도 신뢰감을 주기엔 거리가 멀었다.

지난달 5일 석촌지하차도 입구부에서 폭 2.5m, 깊이 5m, 연장 길이 8m의 동공이 발견된 이후 정밀조사를 통해 13일 길이 80m에 이르는 거대 동공 등 잇따라 7개가 발견됐지만 이를 즉시 알리지 않아 불안감을 키웠다. 동공 발견 직후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구멍을 매립했다가 은폐 의혹에 부딪히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긴급 브리핑에선 동공 4개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처음 발표했다가 한시간만에 5개로 정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조사 결과는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전적인 책임인 것으로 나왔지만, 공사 발주자이자 시민안전의 콘트롤타워가 돼야할 서울시가 사고가 생길 때마다 언제까지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탓만 할 것이냐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개발원이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95.2%의 응답자가 '불안하다'고 답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전에서도 최근 5건의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의 불감증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받고있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지자체는 물론 일선 관리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좀더 능동성을 가져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전경실련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이후 각종 안전사고가 꼬리를 물고 발생하면서 부각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자체 담당자들은 여전히 사고를 덮거나 축소하는 관행은 여전하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부터 개선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기근 원광대 교수(소방행정학과)는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꼬집으며 인재로 돌리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것만으로는 사고의 재발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건물이나 시설의 관리자가 안전의식을 갖추고 주민들도 개개인이 안전을 생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안전정책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확고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중앙의 지원을 기다리다보면 자칫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재난에 대비한 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정책·법적 지원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지자체의 답답함 또한 깊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세월호 참사 이후의 경각심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가운데 안전사회 확립을 위한 범정부적 태세를 추스를 때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부 특별취재팀] 장우성 차윤주(서울)·강남주(인천)·신효재(강원)·남궁형진(충북)·연제민(대전충남)·김대홍(전북)·박중재(광주전남)·이재춘(대구경북)·이상길(울산)·조원진(부산경남)·이상민(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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