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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원료 탄 커피 지인에 먹여…살인미수 무죄

"살해 의도 인정 어려워"…상해죄 인정, 징역 1년6월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4-08-29 18:01 송고

단 0.2g 정도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인 '청산가리'의 원료물질을 커피에 타 지인에게 먹인 사업가에게 살해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법원이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통신장비 수출업체 대표 김모(42)씨에 대해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도박자금 등 개인 용도로 회사 법인자금을 사용해 4억9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배임)도 유죄로 인정됐다.

캐나다 국적자인 김씨는 2011년부터 서울 강남구의 외국인 카지노를 출입하면서 도박에 빠져 47억원의 거액을 탕진했다.

인생이 실패했다는 자괴감에 빠진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화학물질을 구입해 청산가리를 제조한 뒤 자살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가열온도를 맞추지 못해 실패에 그쳤다.
김씨는 청산가리 원료물질인 페로시안화칼륨과 탄산칼륨을 단순 혼합해 10g 가량을 섭취했다. 그러나 약 2일 동안 구토와 설사를 하고 두통, 어지러움 등을 느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김씨는 이같은 경험을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을 빌리며 친해진 미국 국적의 이모(58)씨에게 복수하는데 이용했다.

그는 자금이 필요하던 시기에는 돈이 없다고 거절하다가 뒤늦게 고율의 이자를 받기 위해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선 이씨에게 강한 배신감을 느꼈다.

김씨는 지난 1월11일 이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 가 커피음료에 청산가리 원료물질을 넣고 "단 것이 스트레스에 좋다"며 건넸다.

커피음료를 빨대로 마신 이씨는 저혈압, 신기능 부전 등으로 의식을 잃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며칠 후 퇴원할 수 있었다. 

검찰은 김씨가 이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청산가리를 탄 커피음료를 건넸다고 판단하며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실제로 청산가리 원료물질을 섭취한 뒤 겪었던 증상이 피해자에게도 나타날 것을 예상하고 먹게 했을 뿐 죽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수긍할 면이 있다"며 "상해할 의사를 넘어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였다면 다수의 목격자가 존재하는 공개된 카페를 범행장소로 선택했다는 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며 "당시 CCTV 녹화영상을 보면 김씨는 자신의 예상보다 피해자가 훨씬 심각한 상태를 보이자 당황하여 피해자를 구조하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스스로 119에 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문가 감정을 바탕으로 "청산가리 원료물질이 생리적 기능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은 있지만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정도로 위험한 화합물인지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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