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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는 군폭] 9. 백년된 선진국 軍옴부즈맨, 우린 백년전 이유로 반대

장기 검토한다더니 국방부 내 담당부서 없어, 개인적으로 연구하는 군인도…
전문가들 "보안은 핑계, 외국사례 보며 절충점 찾으면 당장 도입 가능"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014-08-29 18:26 송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군 관련 사고에 대한 해법 모색을 위해 열린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군 사법제도 개혁과 군사옴부즈맨 제도 등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주요 사안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2014.8.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군 관련 사고에 대한 해법 모색을 위해 열린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군 사법제도 개혁과 군사옴부즈맨 제도 등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주요 사안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2014.8.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최근 군에서 발생하고 있는 잇따른 사건·사망사고, 선임병들에 의한 구타 가혹행위 등으로 병영문화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독일식 국방감찰관제인 '군사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행정감찰전문인제'라고도 불리는 옴부즈맨은 개인 권리보호의 사각지대에 대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의 개입을 시도하는 제도다.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계속되는 구타와 가혹행위에도 불구하고 하소연 한번 하지 못하고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군사옴부즈맨을 국회에서 선출해 군의 인권사각지대를 없애야한다는 것이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의 설명이다.

◇100년도 넘은 군사옴부즈맨 역사 언제까지 장기 검토할텐가

군사옴부즈맨제가 최근들어 이슈화돼 알려졌지만 그 역사는 100년을 넘어선다.
최초 스웨덴에서는 헌법의 사법민정관제도를 근거로 1915년 군사민정관제도를 창설했다. 이어 핀란드는 1919년, 덴마크는 1953년 이 제도를 도입했고, 노르웨이는 1952년 군사민정관을 신설했다.

유럽에 이어 1962년 뉴질랜드, 1967년에는 영국에, 이후 캐나다와 미국 등 선진민주국가에서 활발하게 논의돼 부분적으로 채택됐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형 옴부즈맨인 '중개자'에 관한 법률이 1973년 제정됐고, 심지어 공산국가인 옛 소련은 공산당을 감시하는 기구로서 이 제도를 채택했다.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초 당시 분단국이었던 서독은 '독일식 국방감찰관제'를 과감히 도입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독일의 옴부즈맨은 연방의회에서 국방위원회와 연방기본법 45조b에 의해 정무차관으로 임명되며 옴부즈맨 조직은 조사 요원들이 상주하는 기관을 두고 장병들의 군 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민원으로 받아 조사 처리한다.

사전 고지 없이 군부대와 본부, 시설, 행정관청을 방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고 임기가 5년이어서 4년마다 교체되는 의회 권력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 독립형 조직이다.

옴부즈맨은 매년 연방의회에 연보를 제출하는데 군부대 방문시 발견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진단 뿐 아니라 치밀한 처방을 내린다. 지난해의 경우 4800여건의 민원을 조사 진행했다. 

집단 구타 및 폭력은 물론 연금·승진 미흡, 성희롱, 병사들의 전화시간 보장, 사생활 침해 등 인권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며 문제점을 보고서에 담아 군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징병제인 노르웨이에선

독일은 지원병제지만 우리와 같이 남자는 징병제, 여자는 지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각국의 옴부즈맨 제도 도입 초기 단계였을 당시인 1952년 세계에서 최초로 의회 산하에 군 감찰기관을 만들었다.

의회가 감찰관을 선출하며 감찰관은 군인들의 인권실태를 조사해 의회에 보고하게 했다. 감찰기관은 7명으로 구성했다. 국방부 및 군 당국과는 완전 독립적인 관계이다.

처음에는 노르웨이도 군 감찰관이 군의 지휘계통과 효율성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군 당국이 강력하게 도입을 반대했지만 지금의 노르웨이 군에서는 군인이나 장교가 행하는 괴롭힘이나 학대에 대해 어떤 관용도 없는 '무관용 원칙'이 세워졌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옴부즈맨 제도가 군을 통째로 흔들 것이라는 우리나라 군 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은 그저 기우일 뿐인 듯하다.

군 감찰관은 국방부에 소속 된 모든 기관과 직원에게 정보와 문서열람권을 요구할 권한이 있고 부대를 불시에 방문할 수 있지만 중요한 작전중이거나 공개하지 못할 중대한 이유가 있으면 국방부 장관이 의회에 출석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21세기 선진강군 추구한다는 대한민국 軍은 여전히 '부정적'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군의 옴부즈맨 도입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본질 자체를 보자는 차원에서 심도있게 고심하고 있는 단계"라며 "(도입에)부정적 이라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병영문화를 바꿔보자며 출범한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첫번째 전체회의에서도 군 사법체계 개선은 물론, 군사옴부즈맨 제도 도입은 안건으로 보고만 됐을 뿐 장기검토과제로 미뤄졌다.

하지만 군사옴부즈맨에 대한 국방부 발표와 군의 움직임은 신뢰를 주기 어려워 보인다. 뉴스1 취재 결과 국방부 내에서는 군사 옴부즈맨제도에 대해 연구하는 부서도, 도입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담당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시각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한다고 해도 이를 장기적으로 검토할 생각이 있는지 조차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군사 옴부즈맨제 도입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지난 2005년 국방부 장관 결재까지 받으며 도입 직전까지 갔지만 군의 반발로 국회 산하가 아닌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에 유사한 권한이 주어졌다. 하지만 현재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국민권익위나 국가인권위가 옴부즈맨 구실을 하기 때문에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와 감찰관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면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로 방어벽을 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28일 통화에서 "민간인에게 군사기밀 접근 권한을 주면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감찰관은 의회에 의해 선출돼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 정부의 기구"이라며 "이는 군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안이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옴부즈맨이 기밀을 누설 했을 때 직무상 기밀누설죄 등으로 처벌하면 그만인데 정보유출에 대해 과도한 우려를 강조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옴부즈맨의 역할이 대부분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병사들의 고충을 듣고 처리하는 것인데 불시에 들이닥치는 곳이 대부분 전방부대 생활관일 것이다. 거기에 무슨 기밀정보가 있겠느냐"며 보안을 이유로 도입에 난색을 표하는 국방부 논리가 옹색하다고 비판했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도 "군에서 도입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며 "북한과 대치상황이다, 또 안보다. 얘기하는데 그럼 동서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60년대 서독은 무슨 생각으로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군사 옴부즈맨을 운영중인 스웨덴과 독일 등의 한국대사관에 그 나라의 군사제도 등을 살피고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잇는 무관이 파견돼 있어 의지만 있다면 외국의 긍정적인 사례를 추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군사 옴부즈맨제 도입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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