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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귀한 지도자 '황새 호랑이'와 '여우 독수리'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08-28 07:44 송고 | 2014-10-21 14:50 최종수정

27일 오전 파주 NFC.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 공석인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작업이 어떻게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공개했다.

현재 4~5명의 외국인 지도자와 접촉 중이라 밝힌 이 위원장은 “가급적 9월 안에 계약을 맺고 10월 A매치부터는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9월5일 베네수엘라, 8일 우루과이와의 A매치 이전에 매듭짓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이를 시인한 이용수 위원장은 “일을 추진하면서 느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상에는 많은 감독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감독직을 선호하는 지도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라는 흥미롭고도 씁쓸한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을 꺼린다는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의미에서 한국보다 더 좋은 곳에서의 도전을 우선 순위로 삼고 있었다는 뜻이다. '아시아의 맹주'라 불리는 한국 축구지만, 주류에서 볼 때는 여전히 변방이라는 방증이다. 한국 축구의 현재가 담긴 단면이기도 했다. 다행히 같은 날 오후, 두 명의 젊은 지도자가 한국 축구를 미래를 위로해줬다. 

황선홍 포항 감독(왼쪽)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현역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서도 선의의 경쟁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황새 호랑이´와 ´여우 독수리´. 이 귀한 지도자들 손에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렸다. © News1 DB
황선홍 포항 감독(왼쪽)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현역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서도 선의의 경쟁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황새 호랑이´와 ´여우 독수리´. 이 귀한 지도자들 손에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렸다. © News1 DB

2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과 황선홍 감독의 포항 스틸러스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격돌했다. 좀처럼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난 20일 포항에서 열린 1차전을 포함해 총 210분 동안 두 팀은 단 1골도 뽑지 못했다. 결국 잔인한 승부차기로 이어졌고, FC서울이 어렵사리 4강행 티켓을 잡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비겼다. 승부차기 결과는 공식적으로 무승부로 집계된다. 결과부터 내용까지, 한쪽의 우위를 말하기 힘든 박빙이었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주로 하프라인을 사이에 둔 중원에서 펼쳐졌다. 팽팽히 맞섰다는 뜻이다. 특별한 실수가 나오지도 않았다. 강하게 충돌했으나 심판의 휘슬이 그리 많이 울리지도 않았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경기였으나 실수가 보이지 않았다. 집중력을 갖고 경기를 준비해 완성도 높은 플레이를 필드 위에 쏟아냈다. 서울도 포항도, 잘 만들어진 팀이었다.

결국 황선홍-최용수 두 감독의 지도력에 눈길이 향한다. 이날 경기에서 아쉬운 점은 딱 하나였다. 과정은 좋았으나 똑같이 마무리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짜임새 있는 플레이로 상대 골문 근처까지는 잘 접근했으나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했다. 결정력과 관련된 이야기다. 사실 감독보다는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영역이다. 현역 시절 최고의 골잡이로 시대를 풍미했던 두 감독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골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왜 포항과 서울이라는 팀이 현재 K리그에서 가장 좋은 결과물을 내고 있는지 재입증된 경기였다. 

두 감독은 2011년부터 똑같이 사령탑으로 출발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3년을 보낸 황선홍 감독은 2011년부터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최용수 감독은 2011년 4월 감독대행으로 FC서울의 사령탑이 됐다. 선의의 경쟁자이자 피할 수 없는 라이벌 관계의 시작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모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2011년 정규 리그 3위에 오른 최용수 감독 대행은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이듬해 K리그를 제패했다. 그리고 2013년에는 ACL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2011년 정규 리그 2위로 출발한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2012년 FA컵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감독으로서 첫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지난해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정규 리그와 FA컵을 모두 품은 감독이 됐다.

황선홍을 만난 포항과 최용수와 손잡은 서울은 최강희 감독의 전북현대와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외국인 선수 단 한 명 없이도 리그 최정상권을 유지하는 포항과 데얀과 아디 그리고 하대성이라는 간판들이 모두 나갔는데도 흔들림 없는 서울 모두 신통방통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무래도 지도자의 공을 간과할 수 없다.

국가대표팀을 이끌 감독을 찾기 위해 바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상 지금은 외국인 지도자가 적합할 때다. 하지만 궁극적인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지도자들의 수준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걸출한 공격수가 없고 믿음직한 수비수가 없다는 게 한국 축구의 문제지만, 어쩌면 좋은 지도자가 없다는 게 더 심각한 일일 수 있다. 한 명의 좋은 지도자가 열 명의 좋은 선수를 만드는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팀과 함께 자신들의 내공도 키우고 있는 황선홍 감독과 최용수 감독의 존재는 든든한 보험 같다. 현역 시절 두 사람은 ‘황새’와 ‘독수리’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었다. 지도자가 된 지금은 단어를 하나씩 추가해야할 것 같다.

황선홍 감독은 황새의 부드러움 속에 범의 묵직함을 가지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독수리의 날카로움 뒤에 여우의 영리함을 갖췄다. 이상적인 조합이다. ‘황새 호랑이’ 황선홍 감독은 1968년생이고, ‘여우 독수리’ 최용수 감독은 1973년생다. 이 젊고 귀한 지도자들의 손에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 아니다. K리그에서든 대표팀에서든, 한국 축구를 위해 두 감독이 해줘야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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