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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임영웅 연출 60주년 기념 연극 '가을소나타'

스웨덴 거장 잉마르 베르히만의 사실주의…애증 가득한 모녀의 대사 통해 '화해' 메시지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2014-08-23 14:02 송고 | 2014-08-24 11:15 최종수정
임영웅 연출의 데뷔 60주년 기념작 '가을소나타'.(신씨컴퍼니 제공)© News1
임영웅 연출의 데뷔 60주년 기념작 '가을소나타'.(신씨컴퍼니 제공)© News1
"스웨덴 작품은 처음 연출해 봅니다. 잉마르 베르히만 영화 감독이 국립극장 예술감독 출신이라는 것을 전문가가 아니면 모르는데 우리나라에 소개가 안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자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와 관계없는 나라에서도 모녀의 관계나 사람 사는 것은 같다고 특별히 생각했습니다." 

한국 연극계의 대부, 소극장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임영웅(78) 연출이 데뷔 60주년 기념작 '가을소나타'로 관객과 만났다. 배우 손숙의 데뷔 5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연극 '가을소나타'는 영화·연극·오페라를 통해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해 온 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르히만(1918.7.14.~2007.7.30.)의 1978년 영화 '가을소나타'를 각색한 작품이다. 

사뮈엘 베케트 원작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45년째 극단 산울림 무대에 올리며 호평받는 임영웅은 이번 연출에서도 사실주의 연극의 대가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가을소나타'는 성취욕이 남다른 유명 피아니스트 어머니 샬롯(손숙 분)과 그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커 애정결핍증에 시달리는 큰 딸 에바(서운경 분)가 7년만에 재회한 후 빚어진 갈등을 축으로 한다. 현대인의 단절과 소외, 반목과 화해를 두 모녀의 대화를 통해 사실주의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어느 가을날 목사 빅토르(한명구 분)의 아내가 된 에바는 최근 오랜 연인 레오나르도의 죽음으로 상심한 상태인 어머니 샬롯을 그의 집으로 초대한다. 연주 여행차 전세계를 순회하느라 바쁜 샬롯과 에바와의 7년만의 만남이다.  

에바는 반갑게 샬롯을 맞이하지만, 샬롯은 심각한 신체 장애를 가진 채 요양원에 방치돼 있던 여동생 헬레나(이연정 분)가 2년 전부터 에바의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에바와 서먹해진다. 

에바는 예술가로서 명성을 위해 자식들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몰두해 왔던 무책임한 어머니 샬롯에 대한 원망과 애증을 안고 있다. 마침내 두 모녀는 오래 묵혀두었던 서로의 상처를 드러낸다.

임영웅 연출이 지난 2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가을소나타' 프레스 리허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신씨컴퍼니 제공)© News1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샬롯, 에바, 빅토로, 헬레나 단 4명 뿐이다. 극은 샬롯과 에바의 대사가 주를 이룬다.

"엄마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는 잠깐 가지고 노는 인형이었어요. 내게 있는 예민하고 섬세한 것들을 멍들게 하고 살아있는 것들은 숨통을 틀어 막으려고 했어요…"(에바)

"난 엄마라는 내 모습이 어색하고 불안했어. 난 네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어. 딸아, 내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마. 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구나…"(샬롯) 

모녀의 가시 돋친 대사와 함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나무 바닥과 나무 책장 등 갈색 톤의 거실과 서재, 창밖을 가득 채운 노랗게 물든 잎이 달린 커다란 나무들, 은은한 조명 등 타이틀 '가을소나타' 느낌 그대로를 옮겨 놓은 무대다. 박동호의 디자인이다. 배경 음악도 클래식으로 채워지며 무대는 가을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애증이 가득한 모녀의 날카로운 대사는 무대가 주는 가을, 소나타의 부드러운 느낌과 오버랩되며 관객에게 잔잔하게 전달된다. 결국엔 '화해'라는 삶의 위로를 건넨다.  

"연극이 사람사는 이야기 아닌가. 삶의 지혜를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려고 하는 모든 분들에게 연극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임영웅 연출)

제작은 기념 공연 전문 컴퍼니 신씨컴퍼니(대표 박명성)가 맡았다. 22일부터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senaj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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