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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수장 중징계 실패..금감원 인적 제재 수정 불가피

애매하면 중징계할 수 없다 선례..향후 있을 제재에도 영향 줄듯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2014-08-22 21:23 송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News1 오대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News1 오대일

두달여를 끌어온 KB금융 수장들에 대한 징계가 당초 방침과 달리 경징계로 마무리되면서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처음부터 제재근거가 약한 사안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그간 당국 제재의 주류를 이뤄온 인적제재의 수위와 범위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져서다.
21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해 대해 격론끝에 당초 예고된 중징계(문책적 경고)보다 낮은 동반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결론냈다. 당초 제시된 제재근거가 약하다는 심의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카드 정보유출, STX 부실책임, KT ENS 사기대출 등 향후 있을 징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더욱이 금융위원회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유인책으로 인적제재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시점에서 향후 제재는 행위당사자나 책임당사자 위주로 좁혀지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 두달여에 걸친 제재심의..결론은 동반 경징계

21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자정을 넘겨 장장 1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제재심의는 오후 2시부터 KB금융 관계자들을 시작으로 중징계를 통보 받은 이 행장 등에 대한 소명으로 진행됐다. 소명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오후 10시부터는 본격적으로 징계수위에 대한 제재심의 위원들간의 논의가 진행됐다.
앞서 제재심의가 제재 대상자들의 소명이 길어지며 다섯 차례나 연기된 탓에 금감원은 이날만은 결론을 내겠다는 각오를 밝힐 정도로 고심을 거듭했다.

금감원은 원안대로 중징계를 고수했고 일부 민간 위원들 사이에서는 징계수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의는 길어졌다. 결국 제재심의장에는 제재심의 위원들간의 고성이 오가며 심의가 일시중단되기도 했다. 잠시 뒤 다시 논의가 진행됐고, 제재결과는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낮춰 확정·발표됐다. 

당초 중징계를 자신했던 감독당국의 태도에 비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이에 따라 재재근거가 애매한 사안을 처음부터 무리하게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결재가 남아있지만 아직까지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은 전례는 없다.

◇ 경영진 책임한계 어디까지..애매하면 중징계할 수 없다 선례 

금융당국이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근거로 제시했던 부분중 하나는 2011년 KB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당시 당국의 승인없이 은행고객정보와 카드 고객정보를 가져가 신용정보법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금융지주회사법상의 특례라는 법리에 막혀 제재근거로서 효력이 없어져 버렸다.

판단은 감사원에서 나왔다. 감사원은 개인정보 유출관련 검사·감독실태를 감산 결과 해당 사안에 대해 금융지주회사법에서 '금융지주회사 등은 그에 속하는 자회사 등에 금융거래정보 및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KB금융에 신용정보법 위반을 문제삼을 수 없다고 해석했다.

임 회장에 대한 또 한가지 근거로 유닉스로의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임 회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었으나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소명끝에 강한 제재근거가 되지 못했다.  또 주전산기 교체기종이 선정이 확정되지 않은 점, 의사결정과정에서 뇌물 수수 등 비위행위가 없었던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카드 고객정보 유출관련 징계가 남아있지만 KB카드의 문제여서 임회장 추가 징계에 변수가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행장 경우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 문제행위를 당국에 먼저 자진신고한 만큼 중징계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등 사건·사고와 관련한 이행장의 책임문제도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중징계 사안으로 폭넓게 인정받지 못했다. 이 행장이 국민은행 입사전이나 리스크담당 부행장 시절에 일어난 일로 이 행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소명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 인적 제재 수정 불가피

KB금융에 대한 제재과정을 보면 금융사에 사건·사고가 생길 경우 기강확립을 위해 CEO에게 최종 책임을 강하게 물으려 했던게 금융감독원의 의중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CEO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 문제나 리더십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사안에까지 포괄적인 관리책임을 묻는 것은 제동이 걸리게 됐다. 당초 중징계 방침이 자꾸 뒤집히는 결과가 나오면 금감원의 제재권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너무 인적 제재 위주로 흐른다고 불만이 많았다. 한창 경력면에서 성장할 나이에 감독당국의 징계가 치명타가 아닐 수 없어서다. 열심히 한 사람일수록 징계를 더 맞을 확률이 크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지난해만 해도 감독당국에서 징계를 받은 금융권 인사는 1000명이 넘는다. 

금감원은 STX 부실과 관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전현직 임원 10명에게 여신심사소홀 등을 이유로 문책경고 등 징계를 예고해 놓고 있다.  지난달 실시한 산업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통해 STX 부실과 관련 여신 심사 소홀와 관리감독 등에 문제점을 발견한 데 따른 것이다. 징계대상에는 부행장급 인사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벌써 불만이 나온다. 금융권 보신주의를 없애기 위해 인적제재를 최소화하겠다고 한 방침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동성위기에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인데 제재를 달고 산다면 누가 움직이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애매한 사안의 경우 보수적으로 접근해 인적제재는 가급적 줄이고 기관제재를 활용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oaz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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