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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 선의를 가장한 자기 PR의 장일까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인턴기자 | 2014-08-22 13:48 송고

유명인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유명인이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 쓴 후,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퍼져나갔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얼음물을 뒤집어 쓴 유명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지목하는 다음 도전자들이 뒤이어 이슈가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유명인들의 이색 멘트와 노출이 화제가 됐다. 더불어 이들의 친분 관계도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아이스버킷챌린지 본연의 목적과 의미에 있지 않다. 즐거운 기부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회운동은 한낱 이슈거리로 전락했다. 미국 ALS 협회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후원하기 위해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통한 모금 운동을 벌였다. 참여자가 얼음물로 샤워를 한 후 3명을 지목해 참여를 요청하고, 지목 받은 인물이 24시간 내에 얼음물 샤워를 하지 않으면 100달러를 기부하게 되는 방식이다. 그런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로서가 아닌, ‘일종의 이벤트’로 정착하고 말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명인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 빌게이츠 공식 홈페이지, 조지 부시 페이스북, 조인성 공식 유튜브 채널, 이광수 페이스북,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전현무 페이스북, 클라라 트위터, 로이킴 페이스북
유명인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 빌게이츠 공식 홈페이지, 조지 부시 페이스북, 조인성 공식 유튜브 채널, 이광수 페이스북,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전현무 페이스북, 클라라 트위터, 로이킴 페이스북

더욱 불편한 것은 스타들의 이슈 몰아 주기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들은 각 소속사의 동료들이나 후배들, 혹은 함께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을 아이스버킷챌린지 대상자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프로그램들나 소속 연예인들은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됐다. 물론 가장 가까이 있는 지인들을 지목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전혀 뜬금 없는 인맥의 대상자를 지목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의외의 인맥’이라는 이름의 이슈를 다시 한 번 생산할 뿐이다. 

배우 이켠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행처럼 아이스버킷챌린지 동영상이 올라온다.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묘사한 것인데 다들 아주 재미삼아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즐기는 것 같다. 그럴 거면 하지 마”라며 “‘루게릭 병을 앓는 모든 분들, 제발 힘내세요. 아파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성금도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걸 본 적이 없는 건 사실 좀 씁쓸하다. 나도 아이스버킷챌린지 (영상을) 찍으려 했지만 다시 생각하게 된다. 뻔한 홍보물이 될 듯 해서”라는 글을 게재했다. 무분별한 아이스버킷챌린지 행렬에 일침을 가한 해당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행하는 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함정은 이 모든 것이 선의에서 비롯됐다는 착각이다. 선의라고는 했지만 자신을 PR하고, 인맥을 과시하고, 파급력을 과시해보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드러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담담하고 진중하게 치러져야 할 의식과도 같은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새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을 낳고 말았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이 또 다시 루게릭 환자들을 외면하는 폭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개념 아이스버킷챌린지’라는 행위도 마찬가지. 세간의 시선이 점차 따가워지자 그제서야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은 선행을 행하면서도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아무런 사심 없이 행하는 증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간이 선을 행하는 행위 이면에는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아이스버킷챌린지의 기부 방식은 어쩌면 그런 마음을 교묘히 이용한 상술일 수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핏과 같은 부호들의 기빙 플레지 문화가 없는 국내에 즐거운 선진 기부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말은 정당성도 있는 것도 같다. 유럽 지역에서는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기부 문화를 고안해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사회에 또 다른 폭력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면,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최선의 선(善)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스버킷챌린지 대상자로 지목됐지만, 조용히 100달러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응답했다. 각자의 양심에 위배되지 않는 기부 방식을 택하면 될 것이다. 유명인이라는 지위를 통해 파급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이 역시 선의를 가장한 자기 PR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면 통용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100달러의 행방이 베일에 싸여 있는 현 상황에서 유명인들의 이슈 생산 행위는 불편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는 과도기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aluem_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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