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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의 일탈'…"드러내 해결 못한 성도착 욕구가 터져나온 것"

전문가들 "성인된 이후에도 욕구조절 교육과 시스템 마련해야"
"개인적 욕구와 검사장 지위 사이에서 갈등…조절 실패한 것"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2014-08-22 09:58 송고 | 2014-08-22 14:01 최종수정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 News1 2014.08.18/뉴스1 © News1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 News1 2014.08.18/뉴스1 © News1

22일 노상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결과 검찰에 송치된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 사건에 대해 사회 지도층 인사의 행동이라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성도착(性倒錯) 욕구가 적절히 해결되지 못하고 터져나온 일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제주경찰청이 발표한 현장 CCTV 감식 결과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김 전 지검장이 맞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김 전 지검장은 검사조직을 떠난 것과 별개로 집행유예 내지는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김 전 지검장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도 부적절하다고 인지한 욕구를 억제한 끝에 소극적으로 터져나온 결과'로 풀이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김 전 검사장에게) 적극적인 범죄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개인적 욕구와 검사장이라는 지위 사이에서 갈등하다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욕구가 시작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반복적으로 은밀하게 욕구를 해결하다 이번에 발각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지만 결국 사회적 지위로 인해 파장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바바리맨'과 같이 다른 이의 반응을 의도하지 않고 혼자 어두운 곳에서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전 행동에 대한 자료가 더 필요하겠지만 타인의 반응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노출 자체에서 쾌감을 얻는 사람도 있는 만큼 (김 전 검사장의 행동은) 넓은 의미의 성도착증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도 역시 "노출 행위 자체는 환자가 아니라도 단발성으로 저지를 수 있는 만큼 이번 사건만으로 정신과적 증세 여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노출 행위를 밤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했다는 역설은 스스로 상당히 억제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도착증이 성범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발전하는 사례들이 상당수 보고된 바 있다"고 답했다.

비단 검찰뿐 아니라 엘리트들이 지위와 권력을 가졌지만 직접적 성추행과 같은 적극적인 일탈 대신 소극적 노출 행동을 택한 원인으로는 보수적인 성장 환경도 지적됐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개 정해진 목표 안에서 엄격하게 성장한 40~50대 지도층에게 비정상적인 욕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받아들이기도,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욕구불만을 조절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받지 못한 결과는 아동음란물 시청이나 성추행 등의 적극적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번 경우는 고위 공직자라는 사회적 지위로 인해 갈등하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 선에서 소극적으로 터져나온 일탈"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정 교수도 "지검장이라는 지위와 연령을 감안할 때 스스로에게 성도착적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밖으로 꺼내놓고 해결하려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상담이나 치료 등 외부의 도움을 받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사기관장이라는 자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법 성매매 업소를 이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식으로 욕구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찰이 신원 파악에 나서자 동생 이름을 대는 등 크게 당황한 모습을 봐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승 연구위원은 원인이 성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며 생애 주기별 평생교육 등 사회적 차원의 치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세종시 공무원 불륜 사건도 역시 주말부부가 많은 곳에서 일어난 만큼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지방 근무자들에게 가정이 유지될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제주시 한 음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로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났다.

김 전 지검장은 경찰조사에서 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는 등 신분을 숨기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에는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확인되지 않은 의심으로 한 공직자의 인격이 말살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이튿날 사표를 제출했고 법무부는 이를 즉각 받아들여 면직 결정을 내렸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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