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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래 ‘27년의 벽’을 두드리는 이동국

사상 3번째 ‘득점왕+도움왕’ 대기록에 도전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14-08-22 05:47 송고 | 2014-08-22 07:34 최종수정

‘라이언킹’ 이동국의 포효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21라운드를 마친 현재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는 1979년생 베테랑 골잡이 이동국이다. 10골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5경기 만에 첫 골을 신고하면서 페이스가 다소 더딘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어느새 10골이다.

이동국은 지난 16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2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종료 직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 묵직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2-0 승리를 견인했다. 이동국이 ‘친정’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덕분에 전북은 승점 44점으로 포항(승점 40)과의 격차를 4점으로 벌릴 수 있었다.

여러모로 가치가 컸던 득점이다. 이동국의 포항전 득점은 전북에서의 ‘100호 골’이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후 6시즌을 마치기 전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K리그 역사상 한 팀에서 100골을 넣은 역대 네 번째 선수가 됐다. FC서울의 데얀(122골), 울산현대의 김현석(110골), 안양LG(서울 전신)의 윤상철(101골)만이 밟은 고지다. 

전북의 간판 공격수 이동국이 대기록에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27년만의 쾌거다. © News1 DB
전북의 간판 공격수 이동국이 대기록에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27년만의 쾌거다. © News1 DB

김현석의 110골은 12시즌 동안 작성한 기록이다. 윤상철 역시 1988년부터 1997년까지 럭키금성과 안양 LG에서 10시즌을 뛰며 쌓은 탑이다. 이동국과 비교할 수 있는 선수는 2008년부터 2013시즌까지 6시즌 동안 122골을 뽑은 데얀 뿐이다.

시즌 처음으로 득점 랭킹 단독 선두로 올라서는 골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9골을 넣고 있는 이종호(전남)를 비롯해 김신욱(울산), 산토스(수원), 김승대(포항 이상 8골) 등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2009년 21골로 차지했던 득점왕 탈환도 기대해 봄직하다. 스스로도 “동료들이 골을 많이 넣고 있어 나에게 찬스가 많이 생기고 있다. 시즌 막바지가 되면 득점왕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숨기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다. 결정력만 좋은 게 아니다. ‘도우미’로서도 ‘특급’이다.

이동국은 포항전에서 전반 이승기의 선제골도 어시스트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공을 잡은 이동국은 너무도 침착하게 박스 안에 있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한 뒤 템포를 한 번 죽여 이승기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줬다. 그야말로 ‘클래스’를 느끼게 하는 패스였다.

이동국의 시즌 6번째 어시스트였다. 어느새 도움 부문 2위다. 그런데 사실상 1위와 다름없다. 현재 도움 1위는 9개를 기록하고 알 아인(UAE)으로 떠난 이명주다. 현재 K리그 소속이 아니다. 결국 이명주의 올 시즌 도움 기록은 9개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2011년 1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도움왕에 등극했던 이동국으로서는 3년 만에 다시 최고 도우미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팀 동료 이승기를 비롯해 염기훈(수원), 현영민(전남), 김승대(포항) 등 5개를 기록 중인 선수들이 많고 4개의 도움을 올린 이들도 여러 명이라 아직 ‘왕’을 운운할 단계가 아니나 어쨌든 가장 앞선 이는 이동국이다.

경기가 제법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호들갑’을 떠는 것은 대기록 가능성이 보이는 까닭이다. 한 선수가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거머쥐는 것이다. 욕심을 내야 하는 골잡이가 동료들을 위해 양보하는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는 것을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지금껏 K리그 31년 역사에 ‘득점왕+도움왕’은 두번 밖에 없었다. 1985년 태국 출신의 외국인 공격수 피아퐁(럭키금성)과 1987년 포항제철 소속의 최상국만이 달성한 대업이다. 모두 리그 초창기의 일이다. 분업이 철저해진 현대 축구에서는 그만큼 달성하기 힘든 고지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지만 이동국은 지금 대단한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무려 27년만의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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