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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이건호, 둘다 살았다…'내부수습·리더십 회복 관건'

인사 표류·정체된 영업력·고객신뢰 저하…KB 추스르기 나서야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2014-08-22 01:17 송고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행장에게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및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 등을 이유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2014.8.21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행장에게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및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 등을 이유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2014.8.21 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모두 KB에 남게 됐다. 당초 금융당국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으나, 경징계로 징계수위를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수장은 KB에 남아 표류 중이던 인사문제와 잇따른 금융사고로 정체된 영업력, 고객 신뢰 제고에 힘써야 한다. 또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집안싸움’으로 잃은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주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한 결과 각각 '주의적 경고'의 징계를 결정했다.

당초 금감원은 신용정보법 위반과 주전산시스템 교체 논란에 따른 책임으로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했으나 감사원의 유권해석으로 신용정보법 위반건이 책임없음으로 결론나자 주전산시스템 교체 관련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책임만을 물어 경징계를 확정했다.

이 행장 역시 도쿄지점 부당대출, 주전산시스템 교체 등 복합적인 문제로 중징계가 통보됐으나 각 사안별로 책임소재가 분불명해지면서 징계수위가 경징계로 낮춰졌다.
국민은행 측은 “아직까지 금감원으로부터 제재심의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제재심의 결과를 통보받는데 약 2주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인사 표류·정체된 영업력…KB 추스르기 나서야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제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표류 중이던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사장 재선임 여부와 은행 임원 선임 등 정체된 인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KB생명·KB금융투자·KB자산운용·KB부동산신탁·KB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사장들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임 회장의 제재심 방향성이 잡히지 않아 재선임 작업이 계속 연기돼 왔다.

국민은행 임원들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 4명에 대해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계약을 임시 연장했다.

지난 달 말 임기가 만료된 국민은행 임원은 민영현 상품본부 전무, 박정림 WM사업본부 전무, 임병수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이며 이 번 달에는 이헌 서영업추진본부 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 관계자는 "대추위 멤버인 임 회장의 제재심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인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재심 결과가 발표되면 멈췄던 인사부터 논의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KB의 두 수장을 둘러싼 내홍 및 제재심으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에도 힘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제재심이 두 달간 이어지면서 본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영업점 역시 사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제재심 결과가 난 이후에는) 정체된 영업력을 다시 일으키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제재심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무래도 영업점에 있는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을 둘러싸고 잇따라 터진 사건사고로 신뢰를 잃은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앞으로 KB가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KB국민카드의 고객정보 유출사고에 이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사고,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이건호 행장과 국민은행 사외이사 간 내홍 등 연달아 발생한 금융사고로 고객들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국민은행을 주 거래고객으로 둔 직장인 이모씨는 “카드 고객정보 유출, 직원 횡령 사고 등 실제 피해가 발생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나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거래은행을 바꿀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언론에서 국민은행에 대한 소식이 자주 나오면서 아무래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 '집안싸움'으로 잃어버린 리더십은 어떻게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경징계를 받아 경영을 이어가게 됐지만 두 수장을 둘러싼 리더십 논란도 꾸준히 입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국민은행 노조 역시 두 수장의 동반퇴진을 요구하고 있다.금융권 안팎에서는 KB금융의 연이어 발생한 금융사고를 두고 정권 ‘낙하산’ 인사의 결과라고 비난하고 있다. 내부 사정을 모르는 낙하산 인사의 문제 때문에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사고와 내분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영록 회장은 재무부 출신인 대표적 관피아로 분류되고,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특히 KB금융의 내부갈등 문제로 두 수장의 리더십 논란은 극으로 치달았다. 내부 갈등은 국민은행이 기존에 사용하던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위원과 이 행장이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사외이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임 회장의 입장을 대변, 결과적으로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싸움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또 일각에서는 KB금융 내분의 원인으로 최고 책임자인 임 회장의 리더십 부족을 지목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이 행장과 사외이사들 간 내홍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임 회장은 “은행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방관자를 자청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두 수장 모두 경징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경영을 이어갈 수장에 대한 리더십 논란은 이어질 것”이라며 “노조가 동반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낙하산 임원이라는 오명을 벗고 리더십을 회복하기 까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결과가 발표되기 전 기자와 만나 “둘 다 징계가 감경된다 하더라도 사태가 곧바로 진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여론의 비판과 그간 있었던 갈등을 해결하기 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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