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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일째 단식 유민아빠, 건강 상태 악화…'위험' 수준

김영오씨 "손에 힘이 없고 머리가 너무 아프다"
주치의 "척추 쪽 근육 많이 소모돼 정밀 진단 필요해"
수사권·기소권 보장 특별법 제정 요구 목소리 이어져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2014-08-21 20:10 송고 | 2014-08-21 20:15 최종수정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농성 39일째에 접어든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8.2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농성 39일째에 접어든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8.2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단식 중단 호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9일째 단식 중인 유민아빠 김영오(47)씨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 주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현재 김씨가 계속 단식농성을 해왔던 천막 앞에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면회·인터뷰를 사양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천막은 전날과 달리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내려져 있다.

김씨는 현재 기력이 약해져 앉아 있기 어려운 상태라 누워 있는데 장기간 이어진 단식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거나 말을 하기조차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손에 힘이 없다. 자다가 중간에 깨고 개운하지 않다. 오늘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며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일기를 더 쓸수가 없어 간략하게 올릴께요. 미안합니다"라고 짧게 단식일기를 남겼다.

지난 16일부터 매일 자신의 단식과 관련한 소회를 페이스북에 올려왔던 점으로 비추어 볼 때 현재 김씨의 건강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건강 악화는 단식를 통한 영양분 미섭취 이외에도 지난 18일 유가족의 동의없이 이뤄진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로 인한 충격,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청와대로 향하다 19일과 20일 연이어 경찰과 대치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겹쳤기 때문이다.

전날 김씨는 청와대 영풍관을 방문해 이날 오후 3시로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라며 김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박 대통령과의 만남을 한번 더 요청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하고자 했으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취소했다.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장에서 단원고등학교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전날 세월호 유족들은 총회를 열어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을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4.8.2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장에서 단원고등학교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가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전날 세월호 유족들은 총회를 열어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을 거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4.8.2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김씨는 애초에 3일만 단식을 하고자 했다가 특별법 제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시작일을 마지막 단식일로 잡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의의 진전이 없자 계속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의 건강을 우려한 시민들이 단식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멈춰달라고 이야기할때마다 김씨는 고개를 저으며 "저를 진짜 돕는 길을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이라며 확고한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9일 김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방문했으나 김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3일째 동조단식중이다.

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유민아빠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험하다"며 "단식을 멈춰야 할텐데 말을 듣지 않으니 걱정이다. 재협상이 유족들 동의를 받지 못했으니 가시방석"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김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서울시 동부병원 내과과장에 따르면 김씨는 57kg에서 47kg으로 체중이 17%이상 줄었으며 체지방과 생체 근육들이 소진되고 특히 척추 쪽 근육이 많이 소모돼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도 김씨를 진찰한 이 과장은 김씨를 병원으로 옮겨 정밀 진단을 받게 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설득했으나 김씨의 의지가 확고해 병원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을 찾은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KNCC 총무 김영주 목사, 서정기 성균관 관장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9일간 단식농성중인 단원고등학교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2014.8.2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농성장을 찾은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KNCC 총무 김영주 목사, 서정기 성균관 관장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9일간 단식농성중인 단원고등학교 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2014.8.2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이날 오후 5시25분쯤에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서정기 성균관 원장,  정인성 원불교 교무 등 4개 종교 지도자들이 김씨를 찾아 건강 회복을 바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종교계가 힘을 합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워서 몸을 살짝 일으키며 이들을 맞이한 김씨는 "찾아줘서 고맙다"며 짧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자승 총무원장은 "유민아빠가 바라고자 하는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도하고 기원하겠다"며 "40일 가까운 단식에 전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있는데 우리를 믿고 용기를 가져 달라"고 말했다.

김영주 총무 역시 "종교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대단히 미안하다"며 "우리가 힘을 합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 방문한 일본인들도 있었다. 도쿄국제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와 학생 등 8명은 단식농성장을 찾아 직접 접은 종이학 1000마리를 엮어 유가족들에게 선물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접힌 종이학을 유가족들과 함께 직접 펴보이며 응원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이날 오후에는 학계와 법조계 등 각계 대표들이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뜻을 함께했다.

박재동·김재성·원수연 등의 만화가들도 동조단식에 참여했으며 광화문 광장은 하루 평균 100여명의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동조단식을 이어가며 뜻을 함께하고 있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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