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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잡는 군폭] 4.자질없는 ‘관심간부’가 군폭 키운다

부대서 '척추'역할 할 부사관 기강 해이 심각…병사와 학력차도 문제
부사관 부대 내 통솔력· 기강 강화 방안 시급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4-08-21 19:00 송고
(사진공동취재단) 2014.8.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2014.8.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기자

최근 일련의 군 사건사고로 관심사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데 이어 이제는 '관심간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봇물 터지듯 드러나고 있는 군대 내 구타 및 가혹행위 사건 중심에 주로 부사관급의 지휘관들이 대거 연루되면서 "병사의 적은 간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군 간부 인성검사 현황’에 따르면 전체 8만1037명 중 5411명(6.7%)의 간부가 인성검사에서 '위험 및 관심'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부사관이 3900명으로 72%를 차지, 일선 부대에서 장교와 일반 병사간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부사관의 자질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심지어 강원도 화천 모 부대에서는 최근 병사들을 때리고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은 것도 모자라 대대전술훈련 도중 중대장을 향해 공포탄을 발사한 중사가 적발돼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 중사는 지난달 훈련을 받던 중 중대장이 험한길로 이동하도록 통제한 것에 불만을 품어 중대장을 향해 공포탄 5발을 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강원도 춘천 모 부대 소속의 박 모 하사(21)는 지난 3일 외박을 나와 지적장애 2급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박 하사는 현재 군단 헌병대로 인계돼 조사를 받고 있다.

육군이 20일 공개한 총 10건의 최근 구타 및 가혹행위 적발 사례 가운데 4건이 간부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 중 3건이 부사관이 저지른 경우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와 군 인권센터가 발표한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대 내에서 벌어진 성범죄 가운데 가해자가 부사관인 경우는 22.9%에 달했다. 장교는 13.4%, 병사는 63.7%였다.

보고서는 "최근 3년간 군 성범죄 가해자의 계급을 보면 병사의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간부와 부사관의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피해자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강제추행과 강간이 전체의 75~80%에 달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관심 부사관'이 가장 많다는 육군에서만 매년 3100여명이 구타 및 가혹행위, 성추행 등으로 징계를 받고 있으며 이는 육군 전 부사관의 4%에 이른다.

실제 병영생활 측면에서 볼때 부사관 임관시 평균연령이 21세로 일반 병사와 거의 차이가 없는 데다가 최종 학력도 병사에 비해 낮은 경우가 많아 통상 부소대장이나 분대장을 맡는 부사관이 병사들에 리더쉽을 발휘해 병영을 장악하기란 녹록치 않다.

복무중인 장교, 부사관, 병사들의 최종 학력 분포를 보면 장교는 대학 재학 이상이 98.7%, 병사는 56.5%인데 반해 부사관은 8.0%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회적으로 충격을 준 28사단 윤일병 사건과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난사 사건의 이면에도 20대 초중반의 부사관(하사,중사)이 부대 내 일을 방조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일병을 폭행해 구속된 28사단 유 모 하사(23)는 주범 이 모 병장(25)을 평소 '형'이라 부르면서 심지어 밖에서 함께 성매매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사관의 경우 고졸이 68.5%, 전문대졸이 23.5%로 전문대 졸 이하 학력이 전체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사병의 54.7%가 대학 재학 중 군에 입대하다보니 부사관이 사병을 통솔하는데 문제와 갈등의 소지가 늘상 제기된다.

흔히 부사관의 역할을 장교와 병사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허리'라 말한다.

그러나 이는 다시 말해 군대 내에서 부사관들이 장교와 병 모두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현역 부사관들은 토로한다.

우리 군 전체 부사관의 수는 2012년 기준으로 11만 5000명으로 전체 군 병력의 18.1%를 차지한다. 군 당국은 전체 병력은 감축하더라도 부사관의 인력은 늘려 2025년께에는 부사관 비율을 30%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현행 4단계인 계급체계를 2016년까지 하사-중사-상사-원사-현사의 5단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강화되는 부사관들의 역할과 규모에 맞게 이제야말로 근원적인 부사관의 부대 내 통솔력과 기강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사관 기강 강화 방안과 관련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학력 문제도 원인이나 전문가 역할을 해야할 부사관이 하사로 바로 입대하면 고참 병장보다 업무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병장 등 병사들이 부사관을 무시하는 경향이 생긴다"며 "부대 투입 전과 이후 이뤄지는 부사관 교육의 내실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이어 "부사관이 4년 복무하면 평균 30%미만이 장기복무자로 선발되는데 일단 선발이 되면 진급은 못한다하더라도 53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나태해지기 쉽다"며 "이른바 부사관의 '철밥통화'을 깨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소 하위 20%는 상사-원사-현사로 진급할 수 없도록 걸러 부사관의 기본 자질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전투에서 승승장구한 배경 가운데는 평소 부사관에 장교급에 준하는 교육을 실시해 우수한 부사관을 양성한 데 있다"며 "군대에서 부사관의 역할은 '척추'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봉급 인상 등 을 통해 우수한 자질의 부사관을 끌어들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부사관에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충분한 권한을 보장함으로써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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