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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2 53% "제2 세월호사고 만나면 내 판단 따라 행동"

언론·국회·정부기관 신뢰도 크게 하락…전교조·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세월호 참사 의식조사'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2014-08-21 09:59 송고 | 2014-08-21 23:02 최종수정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선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 News1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선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지난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우리나라 고등학생 2명 중 1명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에 직면했을 때 교사나 현장 책임자의 지시보다는 자기 판단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구조과정과 대응과정을 지켜본 학생들에게 생긴 짙은 불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활동의 안전 문제에 대해 절반 이상이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정작 세월호 사고 이후 석달 동안 안전교육을 받은 학생은 30%에 불과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산하 참교육연구소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수도권 고 2학생 1051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15일~25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느낌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90.7%가 '슬픔을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8.1%는 '분노를 느꼈다'고 했고, 66.7%는 '절망 또는 우울함을 느꼈다'고 했다.

다른 사건과 비교해 세월호 사건이 준 충격이 어느 정도였냐는 질문에는 '크다'는 답변이 87.4%로, '크지 않다'(12.6%)보다 7배 정도 많았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학생일수록, 또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분노·절망·우울한 감정을 더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활동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불안하다'는 답변이 52.4%, '불안하지 않다'는 답변은 47.6%로 파악됐다. 여학생은 67.3%가 '불안하다'고 답해 남학생(41.4%)에 비해 26%나 더 크게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3개월 동안 안전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30.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받지 못한 학생은 69.8%에 달했다.

안전교육을 받아본 학생 중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대답한 학생이 55.6%로 '도움이 됐다'(44.4%)는 답변보다 많았다. 안전교육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도록 후속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체험학습활동의 안전문제가 불안하면서도 '가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응답자의 86%가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활동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가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14.0%로 적었다.  

세월호와 같은 급작스런 사고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경우 대처방법을 묻는 질문에 53.2%의 학생들은 '내 판단에 따라 행동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장 책임자의 지시에 따를 것 같다'는 8.5%, '인솔자인 교사의 말을 따르게 될 것 같다'는 15.9%였다. '친구들과 의논해 함께 결정할 것 같다'는 의견은 22.4%였다.

전교조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때 구조과정과 대응과정을 지켜본 학생들에게 생긴 불신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대형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됐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에서 안전교육만으로 불신감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보획득 수단 중 어느 것에 가장 신뢰가 갔느냐를 묻는 질문에는 '어떤 것도 신뢰가 가지 않았다'는 대답이 51.4%로 가장 높았다.

이어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20.0%, '방송' 12.8%,  '인터넷' 10.4%, '신문' 2.2%, 기타 3.1% 순이었다. 기타 응답으로는 팩트TV, JTBC, 친구, 지인들, 유가족·피해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 부모, 나의 판단 등이 있었다.
 
학생들이 실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정보를 언론매체보다는 SNS에 더 의존했으며, 대다수 매체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회 주요 기관에 대한 세월호 참사 이전과 현재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적으로 모든 기관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특히 언론과 국회 및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변동폭은 언론 43.1%→12.4%, 대통령과 정부 23.7%→6.8%, 국회 18.9%→5.4%, 학교 69.9%→49.8%, 기업 36%→22.4%, 법원 40.6%→20.2%, 경찰 44.8%→17.8%, 종교계 30.4%→18.3% 로 나타났다.

아울러 고2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전후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61%에서 24.9%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내가 위기에 처할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46.8%에서 7.7%, '사회지도층들이 리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믿음은 26.2%에서 6.8%, '부정부패가 철저히 감시되고 사라지고 있다'는 믿음은 17.8%에서 6%로 수직 하강했다.

'내가 위기에 처할 때 주위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도 66.4%에서 36.1%로 떨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했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은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친구의 소중함'이 90.7%에서 95.3%, '부모님의 소중함'이 95.4%에서 96.6%으로 높아졌고 '교사에 대한 믿음도' 77.7%에서 77.4%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인생관에는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라는 생각은 58.8%에서 51.7%로 떨어졌고, '위기일수록 나부터 살기보다는 타인과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76.4%에서 77.1%로 높아졌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나부터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은 68.6%에서 74.5%로 증가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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