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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방곡곡 도심 땅이 꺼진다…‘싱크홀 불안’ 전국 확산

전국 곳곳 싱크홀·포트홀 현상에 주민 불안 가중
“지하 공사있는 곳은 모두 가능성…철저 대비해야”

(서울=뉴스1)특별취재팀 | 2014-08-20 20:06 송고 | 2014-08-21 08:28 최종수정
18일 오후 3시경 경북도. 군위군 부계면 한티재 부근 79번 지방도에서 싱크홀로 의심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2014.08.20/뉴스1 © News1 김대벽 기자
18일 오후 3시경 경북도. 군위군 부계면 한티재 부근 79번 지방도에서 싱크홀로 의심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2014.08.20/뉴스1 © News1 김대벽 기자
서울 석촌동 싱크홀 발생 이후 ‘싱크홀 공포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지방의 싱크홀이나 포트홀은 서울에 견줘 아직 규모면에서는 작고 원인은 천차만별이지만, 지방정부의 철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서울과 비슷하게 각종 도심 공사가 빈번한 수도권에서는 싱크홀 현상이 부쩍 늘어나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경기개발연구원이 서울과 수도권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2%가 싱크홀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약지반 고양시 두달 건너 싱크홀 발생

경기 고양시의 경우 지난 4월 14일 오전 0시 20분께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앞 왕복 6차로 도로 중 자유로 방향 2,3차로에서 길이 100m, 깊이 50cm 규모의 침하 현상이 일어났다. 인근 현대자동차 일산 킨텍스 복합거점 신축공사 현장의 터파기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입돼 토사가 유실되면서 발생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6월 4일 오전 8시 20분께 또다시 같은 공사 현장 부근 킨텍스로 왕복8차로에서 길이 20m, 폭 7m, 깊이 10~15㎝ 정도의 도로가 침하됐다. 사고 지역에서 벌어진 각종 공사가 ‘지반교란’을 일으켜 싱크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발생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일산의 경우 신도시 조성 당시 논밭을 개량해 부지를 조성한 탓에 지반이 약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같은 잦은 지반침하 현상을 의식, 인근 일산동구 백석동 Y시티 공사현장에서는 10억여원의 공사비를 추가 부담하면서까지 암반이 형성된 지하 30m까지 공사장을 감싸는 옹벽을 치는 신공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인천에서는 이번 서울 싱크홀 발생 이후 2년전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던 싱크홀 사고가 다시 거론되며 경각심이 일고있다.

2012년 2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201공구 공사장 인근인 서구 왕길동 D아파트 앞 6차선 도로에서 폭 12m, 길이 14m, 깊이 27m 규모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해 이곳을 지나던 중국음식점 배달원 A(당시 50세)씨가 구덩이 아래로 빠져 사망한 전례가 있다.

이곳이 이상지질대인데다 과거 물길이 있었으나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지하철공사했다가 지반이 침하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당시 원인을 몰랐던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으며 지반 침하의 원인이 밝혀지자 안전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인천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송영길 시장은 특별 점검 실시를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인천시 전역의 지하철 공사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이후 이같은 사고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태다.

◇수도관·집중호우 원인도 다양

전북 지역에서도 전주와 익산 등 주택가 한 가운데서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오전에는 전주시 평화동의 한 슈퍼마켓 앞 도로에 성인 남성 머리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막고 있다. 이곳은 14일 붕괴가 발견돼 이틀 뒤인 16일 응급보수에 나섰지만 다시 사흘만에 땅꺼짐 현상이 발견됐다.

전주시 완산구청 관계자는 "이달 들어 평화동에서만 2곳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임시로 보수작업을 마친 상태"라며 "정확한 원인은 이번 호우가 그친 뒤에나 확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익산시 영등동 한 병원 앞 도로에서도 폭 2m, 깊이 1m가량의 동공이 발생해 익산시는 긴급 복구에 나섰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인근에 하수관이나 상수관 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지상부에서 물이 스며든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7월30일에는 전주시 서신동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 구멍이 생기면서 차량통제와 긴급보수가 이뤄진 바 있다. 원인은 수도관 매설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수압측정을 하다 압력으로 지반이 붕괴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대구에서도 18일 오전 도시철도2호선 신남역 앞 도로 일부가 내려앉아 깊이 1m, 가로 0.5m, 세로 2.5m의 싱크홀이 생겼다. 싱크홀이 발생한 곳은 보름여 전 중구청이 모래로 메운 지점이다. 2000년 지하철건설 공사 당시 대형 붕괴사고가 일어난 곳에서 100m 가량 떨어져 있다.

대구시는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 지하 배관을 주목하고 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가 현장을 점검한 결과 상수도관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구멍의 크기와 발생 원인을 파악 중인 대구시는 조만간 도시가스 배관을 점검할 계획이다.

지난 18일 집중호우로 경북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한티재휴게소 군위방향 79번 지방도에 도로 노면 2곳이 파손됐다. 한 곳은 파손으로 보이나 다른 한 곳은 싱크홀 현상이 의심될 정도로 도로에 구멍이 났다.

경북도 건설도시방재국 양정배 도로철도과장은 "이전에는 약간의 지반 침하로 도로가 패인 정도였으나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눈에 띄게 도로가 파손됐다"고 말했다.

노선순찰 중이던 경북도종합건설사업소 직원에 의해 발견돼 응급복구반을 투입해 즉시 복구했다. 경북도종합건설사업소는 전 인력을 동원해 지방도로를 긴급점검하고 있으며 싱크홀 현상이 없는지 도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양정배 과장은 "지속되는 집중호우로 지반의 연약화 및 도로 밑에 묻어둔 노화된 횡배수관이 역할을 못해 산에서 내려오는 우수가 지반으로 스며들어 지반 침하가 생겼다"고 추정했다.

◇지자체는 불감증…시민은 불안

대전 충남에서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3년 사이 6건 정도의 크고 작은 싱크홀 현상이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이 5건, 최근 충남 천안에서 1건이 발견됐다.

지난달 29일 천안시 삼성대로 영성지하차도 부근에서 가로 1m, 세로 1m, 깊이 2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 도로를 지나던 한 주민이 발견해 천안시에 긴급 신고했다. 출동한 천안시는 긴급 복구했으며 조사결과 지하에 묻혀있는 유수관이 부식돼 물이 침출되고 토사가 유실되면서 지반 침하가 일어났다.

지난달 30일 유성구 유성관광호텔앞 4거리에서도 지름 40cm크기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어린이가 빠질 수 있을만한 크기였다. 확인 결과 도로아래 구조물사이의 토사가 유실되고 아스팔트가 침하되면서 큰 구멍이 뚫렸다.

또 같은날 유성구 도룡동 연구단지 4거리에서도 지름 40cm가량의 싱크홀이 발생, 긴급 복구하는 등 대전충남 역시 도심 지반침하 현상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싱크홀은 모두 자연적인 지반침하가 아닌 인위적인 지하 구조물이 원인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에 따라 각종 도로공사 단계 시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와 충남도는 주민 신고 외에는 별다른 싱크홀 발생에 대한 상황파악이 이뤄지지않는 등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싱크홀로 지반의 안전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도 대전과 충남도는 발생한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충남도 건설정책과 관계자는 “싱크홀에 대해 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지난 18일 대형공사장에 대해 상부에서 점검하라고 해서 문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또 대전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싱크홀을 언론보도를 통해서 접했다”며 “시 자체적으로 발견하거나 접수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대전에서는 싱크홀 발생 등에 대비 대전지역 29개소에 대한 지하수관측을 매일 체크하고 있다”며 “건축공사 허가시 차수대책 마련 등 철저한 감독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 앞 도로에는 한개의 차로에만 7~8개의 포트홀이 생겨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13. 1. 6 정민택 기자© News1 2013.01.06/뉴스1 © News1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 앞 도로에는 한개의 차로에만 7~8개의 포트홀이 생겨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13. 1. 6 정민택 기자© News1 2013.01.06/뉴스1 © News1

아직 싱크홀이 발견되지 않은 지역도 곳곳에 작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부산시는 지난 11일 시내 16개 구·군 건설부서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22일까지 지역 주요 도로 등을 점검해 결과를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부산지역은 연약지반이 많고 지하공사가 빈번하게 이뤄져 싱크홀 사고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지질 전문가의 분석이다.

부산대 손문(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낙동강 주변과 바다를 육지로 만든 매립지역은 지반이 약해 싱크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도심 속 싱크홀 사고는 지표 아래 지하수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 뒤 토압(土壓·쌓인 흙이 누르는 힘)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바다를 매립한 서면~범내골 구간과 범일동~부산역 구간 등은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에서 싱크홀로 판명된 사고는 없지만 도로가 갑자기 침하되는 사고는 가끔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 영도구 영선동의 한 왕복 4차로 도로에서는 건설기기를 실은 트럭의 무게를 지반이 이기지 못해 폭 1m, 길이 1m, 깊이 20㎝ 가량이 내려앉는 사고가 일어났다.

또 2012년 5월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빌라 앞 도로에 폭 3m, 깊이 1.5m 구간이 침하돼 지나던 승용차가 빠지기도 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싱크홀이 발생한 적은 없지만 시민들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최근 목포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는 주변 건축공사장의 터파기로 인한 사고로 싱크홀이 아니라는 게 시의 입장이다. 무안에서는 지난 2005년까지 13년간 19차례 싱크홀로 의심되는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지만, 대대적으로 시멘트 등을 채워넣는 그라우팅 공사이후 아직까지 지반침하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민들은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19일 오전 싱크홀로 의심되는 도로 침하 현상이 발생했지만 울산시는 싱크홀이 아닌 우수관 노후화와 파손에 따른 도로 침하 현상이라고 밝혔다.

또 같은날 오전 11시30분께 중구 우정동 축협 명륜지점 앞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경차가 가로 2m, 세로 1.5m, 깊이 1m 크기의 도로 침하 구덩이에 빠져 앞바퀴 등 차량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중구청은 도로 아래에 설치된 우수박스와 이를 관통하는 상수도관 사이에 생긴 틈으로 토사가 유실된 데 따라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초기에는 싱크홀로 인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울산시는 해당 현상은 빗물 관로인 우수 암거의 노후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 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싱크홀은 지하수 등의 변동에 따라 지반 전체가 침하되는 것으로 이번 사고는 노후한 우수박스에 구멍이 생겨 토사가 유실된 데 따른 도로 침하현상이다. 울산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울산지역 한 주민은 “싱크홀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지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3년간 전국 53곳에 싱크홀 발생

실제 전국적으로 파악된 도심 지반침하 현상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준이다.

19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반침하 및 맨홀뚜껑 솟구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전국 53곳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사상자 4명과 차량 파손 4대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 안성이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강원 강릉·전북 군산이 7곳, 강원 정선 5곳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싱크홀의 크기는 0.01~225㎥(평균 2.63㎥), 높이는 0.05∼4m(평균 1m)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41곳에서 하수 누수에 따른 지반 유실로 싱크홀이 생겼다. 하수관로 꺼짐 2곳, 기타 10곳 등으로 나타났다. 상하수도관 누수가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국내 노후 수도관 교체율은 0.9%에 그쳤다.

신영철 건축공학 박사(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는 "싱크홀 현상은 지하철을 비롯해 지하 건축공사가 이뤄지는 곳, 하수도가 묻혀있는 곳이라면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장우성(서울)·박대준(경기)·강남주(인천)·연제민(대전충남)·김대홍(전북)·김한식(광주전남)·김대벽 이재춘(대구경북)·김규신(울산)·박광석(부산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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