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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생존학생들 4월16일 '기념일 반응' 살펴야"

[세월호참사] 광주지법, 제10회 공판기일 전문의 증인출석

(광주=뉴스1) 김호 기자 | 2014-08-20 19:31 송고
세월호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일상생활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것과 사고에 따른 트라우마 자체를 극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기념일 반응'을 살펴봐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법정에서 나왔다.
20일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장 이준석(68)씨와 선원 등 15명에 대한 제10회 공판기일 증인으로 출석한 정신건강 분야 전문의 양수진 교수는 "일상성을 회복하는 것과 트라우마 자체를 회복하는 것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남대학교 출신인 양 교수는 공공보건의료활동으로 광주해바라기아동센터 운영위원장을 거쳐 소장을 지냈으며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및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 당시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도왔다. 현재는 단원고 생존 학생 75명의 트라우마 극복을 지원하고 있다.

양 교수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에는 두가지 방향성이 있다. 하나는 일상성을 회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라우마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다시 학교에 가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상성을 회복한다고 해도 트라우마 자체를 극복하는 과정은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트라우마는 두가지 상황이 있다.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과 생존자로서의 죄책감이다"며 "(특히) 생존자 죄책감의 경우 진짜 책임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가까이에 있었던(상황을 경험하거나 지켜봤던) 사람이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해양사고나 비행기 사고의 경우 희생자의 시신을 (오랫동안 혹은 영원히) 발견하지 못해 정상적인 애도반응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며 이번 사고에 따른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트라우마 회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주변의 누군가가 분명히 사망했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하거나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대인관계, 직장생활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성인은 일생을 살면서 (주변인의) 죽음을 접해보고 사건·사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하지만 단원고 학생들은 인생에서 처음 당해 본 누군가의 죽음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영향의 정도가 성인보다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사는 법정에서 단원고 학생 2명의 이름과 반을 가린 진단서를 보여주며 생존 학생들이 악몽, 불안, 슬픔 등의 증세를 보이며 앞으로도 1년에서 1년 6개월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료진 소견을 소개했다.

양 교수는 "세월호 사고가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했지만 생존자들에게는 2015년 4월 16일에 굉장한 고통이 올 수 있다"며 "이걸 '기념일 반응'이라고 하는데 이 반응을 잘 넘기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ki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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