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기자의 눈]'시한부' 이재현 회장과 '징역 5년'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2014-08-15 13:04 송고 | 2014-08-15 14:35 최종수정
 © News1


환자복 사이로 보이는 앙상한 다리뼈와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목이 그의 현재 상태를 대변하고 있었다. 눈도 뜨지 못하고 심지어 숨쉬기도 힘들어 하는 그에게서 그룹 총수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항소심 재판에서 최후변론으로 한 말은 "살고 싶습니다"였다. 그 한마디는 법정에서 동정심을 사기 위한 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진짜 살고 싶다는 한마디로 들렸다. 그동안 CJ그룹 관계자들이 "지금 제일 걱정은 회장의 건강 하나뿐"이라는 말들이 그냥 했던 말들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장은 작년에 부인 김희재 여사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 일반적으로 신장 이식 수술 이후에는 이식받은 신장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심신의 안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구속으로 인한 구치소 생활과 재판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 등으로 신장 이식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 하루하루 심해졌다. 수술을 받은 후 한동안 구치소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후 그나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처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건강은 악화되기만 했다.

여기에 수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가 이 회장의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 증상을 악화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재판을 위해서도 이 회장은 면역제와 신경안정제를 투여받고 겨우 법정에 섰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이 회장이 이식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거부반응으로 인해 이 수명은 더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생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도 "내가 사는 것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지키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그룹 총수와 일반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법의 잣대가 달라서는 절대 안된다. 이 회장이 탈세나 횡령 등의 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벌을 주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죄인을 선도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검찰의 구형이나 재판관의 선고 과정에서 피의자의 건강상태 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이날 검찰이 구형한 5년은 이 회장의 죄의 크기를 감안하면 적정한 기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고는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힘든 중환자 이재현에게 검찰 구형대로 징역 5년이 선고된다면 이는 '사형 선고'처럼 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jinebito@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