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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은 이병장 탓, 이병장은 하사 탓…돌고도는 軍악습고리

누가 그들을 '악마'로 만들었나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4-08-11 21:33 송고
11일 오전 육군 28사단 소속 윤일병 사망사건의 가해자 이모 상병, 지모 상병이 SDT (헌병 특수임무대)와 함께 헌병버스를 타고 경기도 안양 3군 사령부 예하부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모 상병과 지모 상병은 3군사령부 예하부대에 수감되며, 조사는 3군사령부에서 받을 예정이다. 2014.8.11/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11일 오전 육군 28사단 소속 윤일병 사망사건의 가해자 이모 상병, 지모 상병이 SDT (헌병 특수임무대)와 함께 헌병버스를 타고 경기도 안양 3군 사령부 예하부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모 상병과 지모 상병은 3군사령부 예하부대에 수감되며, 조사는 3군사령부에서 받을 예정이다. 2014.8.11/뉴스1 © News1 김영진 기자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는 28사단 윤 모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수사과정에서 가해 병사 일부는 범행을 최고참인 이 모 병장(25)의 지시와 강압에 의한 것으로, 이 병장은 지휘관인 유 모 하사(23)의 묵인과 방조 탓으로 각각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 장면을 목격한 다른 병사들은 "간부가 보고도 아무말을 안해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엄격한 계급사회안에서 맞은 병사가 또다시 후임병을 때리는 폭력 구조가 대물림되면서 죄의식마저 '집단'속에 파묻힌 것이다.

뉴스1이 12일 입수한 28사단 사건에 대한 군 수사기록과 변호사 등에 따르면 숨진 윤 일병에 집단구타와 폭행 등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하 모 병장(22), 지 모 상병 (21) 등은 일련의 신문에서 일제히 "윤 일병이 맞고 있을 때 전혀 제지하거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지 상병과 이 모 상병은 윤 일병에 가한 폭행 가운데 일부는 최고참인 이 병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수사기록에는 지 상병의 경우 사건 발생 전 이 병장에 "죽지 않는게 신기하지 않을 정도"로 맞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타 분대 소속 병사의 증언도 수 차례 등장한다.

윤 일병이 생활관에서 쓰러진 4월 6일에도 이 병장은 하 병장에 "지켜보지만 말고 너도 좀 뭐라고 해라"며 윤 일병을 혼내주라는 명령을 내렸다. 특히 지 상병은 윤 일병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동료 김 모 상병에 사건 은폐를 위해 가해자들끼리 입을 맞춘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그냥 윤일병이 이대로 안 깨워났으면 좋겠다.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 인권센터 등은 지 상병의 이 발언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입증하는 증거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 상병은 이 때 몹시 두려워하면서 "나 이것 사실대로 말하면 이 병장에 맞아 죽을 수 있다"며 "불안해 죽겠다"고 덧붙였다. 당시 수사관도 조서에 "피의자가 사건과 관련해 불안하다고 진술하는 것은 이 병장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그는 또 평소 이 병장으로부터 "말을 듣지 않으면 윤 일병 등 후임병처럼 얻어 맞는다. 나를 찌르는 놈은 아버지 회사를 망하게 하고, 엄마는 섬에 팔아버리겠다"는 협박을 들어왔다고 신문에서 진술했다.

반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병장은 사건 다음날 헌병대에서 이뤄진 첫 피의자 신문에서 "처음부터 유 하사로부터 윤 일병을 교육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범행의 책임을 유 하사에 돌렸다.

그는 "평소 유하사가 선임병 후임병간에는 구타가 있어야 된다면서 구타를 해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윤 일병이 쓰러지기 이틀전 유 하사에 스탠드로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교육이 잘 되지 앟으면 저와 의무병들도 폭행을 당할 것 같아서 때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하사는 폭행 묵인 배경에 대해 "폭행 정도가 심한 상황으로 판단되지 않았고, 윤 일병도 잘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선임병들에 야단 맞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하사는 그러면서 "의무병과만 근무하는 우리 의무대가 서로 단결하기를 바랐다"며 "의무병들만 생활하는 곳이므로 기강확립을 위해서는 선후임병간의 질책, 야단과 경미한 구타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는 구속된 5명의 가해자 외에 또 한명의 가해자가 숨어있다. 윤 일병의 바로 맞선임이자 약 3회 가량 그를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모 일병이다. 그는 윤 일병이 부대로 전입하기 전인 2014년 2월까지 이 병장을 비롯 다른 가해자들에 심각한 폭행과  '물고문', '치약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왔으나 윤 일병에게만큼은 가해자였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8일 이 병장을 포함 하 병장, 지 상병, 이 상병 등 4명에 대해 살인죄를 주위적 범죄 사실로, 상해 치사를 예비적 범죄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3군사령부 법무부에 제시했다. 추가 수사 등을 거친 결과가 아니기에 공적인 구속력은 없다고 선을 긋긴 했으나 앞으로 보강 수사를 통해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단은 당초 가해자들에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 "가해자들이 윤 일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회생 노력을 했고, 폭행 시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급소도 때리지 않는 점 등에 미뤄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됐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최초 사건 당시 이 병장을 제외한 하 상병, 지상병 등 나머지 가해병사들은 윤 일병이 오줌을 싸며 쓰러진 이후에는 겁이 나 단 한 차례도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 병장은 "꾀병뿌리지 말라"며 윤 일병에 대한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는게 다른 병사들의 일관된 진술이다.

이 병장은 일련의 신문에서 과거 이전 부대에서 선임병들로부터 "나이 처먹고 그것 밖에 못하느냐"는 이유로 온갖 구타와 욕설을 당했다고 말했다. 견디다 못해 이등병 선진병영 캠프 시간에 구타 사실을 신고했지만 오히려 부대에 알려져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더욱 괴롭힘이 심해졌고 결국 사건이 발생한 의무지원대로 전출됐다고 그는 밝혔다.

28사단 사건의 전말이 폭로된 이후 이 병장 등 가해자들은 다수의 언론에서 "악마"로 비유됐다.

그러나 그를 악마로 만든 것은 "잘못한게 있으면 때려도 된다"는 군 내부에 팽배한 전근대적 인권 의식과 수십년간 드러나지 않은 가혹행위로 스러져간 병사들의 마지막 절규를 묵인한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보인다.

군이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6일 발족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을 대신에 참석한 존 트록셀 연합사 주임원사는 "군 수뇌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지휘관들로 하여금 사병들이 건강하게 열심히 군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국가와 군대가 자녀들을 정말 훌륭하게 이끌 것이란 신뢰, 그리고 지휘관들이 자신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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