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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그들이 찢어버린 故윤일병 수첩, 군 확보…내용 보니

가해자 "암기 강요 가혹행위 드러날까 두려워 버렸다"...나머지 부분은?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2014-08-11 11:00 송고 | 2014-08-11 11:51 최종수정
군 수사당국이 28사단 3포대 쓰레기수거장에서 확보한 故윤 모 일병(21)의 수첩 일부. © News1
군 수사당국이 28사단 3포대 쓰레기수거장에서 확보한 故윤 모 일병(21)의 수첩 일부. © News1
  

28사단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의 가해 병사들이 사건 발생 직후 찢어버린 숨진 윤 일병의 수첩에는 신병이 외어야 할 선임병들의 계급과 이름, 전화받는 요령 등의 근무 매뉴얼이 적혀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사건 이후 부대 쓰레기장에서 수첩 일부를 확보하고도 그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왔다.

윤 일병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다음날 가해병사 중 하 모 병장이 증거 인멸을 위해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 포대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린 것이다.

이 모 병장(25) 등 가해자들은 사고 당일 저녁, 자신들끼리 말을 맞춘 뒤 폭행 상황을 목격한 병사에게는 "너는 자고 있었던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

뉴스1이 입수한 하 병장의 4월 14일 신문조서에 따르면 군 사법경찰관은 당시 신문에서 쓰레기 수거장에서 확보한 윤 일병의 메모지를 확보해 하 병장에 이를 찢어 은폐한 의도를 따져 물었다.
이에 하 병장은 "윤 일병이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수양록이나 메모지 등에 폭행 당한 사실을 기록해두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관물대를 확인했다"며 "수첩을 확인해보니 그간 우리가 알려주고 외우라고 하였던 선임병들의 계급 성명, 전화받는 요령 등의 내용이 기록됐었다"고 말했다.

하 병장은 폭행 기록도 아닌 단순한 업무 매뉴얼 수준의 내용을 찢어 버린 구체적인 동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간 윤 일병에 알려주고 외우라고 하였던 내용이 기록돼 있는 것을 보고 이것이 발견되면 문제가 될 것이 우려됐다"며 "그 부분만 찢어서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직접 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 병장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윤 일병의 관물대에는 수첩이 2개 있었고, 군 수사당국이 이후 쓰레기장을 뒤져 확보한 메모지는 이 가운데 한 개에서 나온 7장 뿐이다. 당시 수사관은 하 병장에 수거한 메모지를 보여주며 은폐의도를 집중 캐물었으나 또다른 수첩의 행방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끝내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수첩에는 그간 윤 일병이 시달린 가해병사들의 폭행과 가혹행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으나 하 병장은 "폭행과 관계되는 내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 병장은 수사관이 메모에 폭행 사실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굳이 2개를 다 버린 이유에 대해 추궁하자 "찢어버린 메모지 내용은 신병때부터 우리도 모두 해온 것"이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국방부는 윤 일병 사건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1일 긴급 실시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가해자들이 찢어버린 수첩 메모를 확보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찢어버렸기 때문에 수첩을 찢었다는 진술만 있다"며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브리핑에서 군 고위관계자는 윤 일병의 생전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을 수첩 내용에 대해 "죽은 윤 일병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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