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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병영문화 개선 결국 보여주기식?

전군 대상 특별인권교육 실시한 날 관심병사 탈영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014-08-10 18:57 송고
김승섭 기자 /뉴스1 © News1


지난 8일 영창 처분을 받은 관심사병 1명이 야밤에 군용트럭을 몰고 부대를 이탈해 도주하다 50대 부부가 몰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하천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같은 날 밤 9시 30분께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차탄리 차탄교 인근에서 일어났는데 사고를 낸 이모 상병은 선임병들에게 맞아 숨진 윤모 일병의 사망사건이 난 육군 28사단의 상급부대인 6군단 소속이었다.

다행히 사람이 목숨을 잃는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이 상병은 119 구조대에 의해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군 헌병대로 신병이 인도됐고 승용차에 탔던 부부는 부상을 입고 치료중이다.

사고를 낸 이 상병은 최근 부대에서 후임자를 폭행해 영창 15일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고 발생 20분 전 연천 신서면의 부대에서 트럭을 몰고 탈영했다.

군에서는 이 같은 불운한 일이 연달아 터진다고 내심 푸념할 수도 있겠지만 여론은 사건이 날 때마다 사후약방문식 처방만 내놓기에 급급할 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 모습대로 돌아가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이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이유는 상상을 초월한 가해자들의 가혹행위에 힘 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졸병' 윤 일병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무리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끔찍한 가혹행위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윤 일병과 같은 사건사고를 축소·은폐하려는데만 급급한 군의 행태에 온 국민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6군단 트럭 탈영사건을 일으킨 이 상병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다.

하필이면 사건이 발생한 이날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전군 각급 부대에서 하루 종일 훈련도 하지 않은 채 오전에는 내·외부 강사들이 '이렇게 하면 범죄행위야', '이렇게 하면 안돼'라며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한 날이엇다.

오후에는 이등병들에게까지 발언권을 주고 지휘관과 강사들에게 고충 및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아이템을 내게 하고 질의와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윤 일병 사망 사건 이후 관심병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한 군 당국의 약속도 '공수표'에 불과했음이 확인됐다.

이 상병은 입대 당시부터 인성검사에서 관심병사로 분류됐다. 군 복무 중 3차례나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전문상담관과의 상담도 수차례에 달한다고 한다.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에서 선임병과 다퉈 영창을 다녀오기도 했고 불침번 근무 중 흡연을 한 사실이 들통나 징계처분을 받기도 했다.

군 헌병대가 그의 탈영 이유를 수사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후임자를 폭행한 이유로 15일간 영창 징계를 받게 되자 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트럭을 몰고 무단탈영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22사단 총기난사를 일으킨 임 병장 사건을 계기로 군내 관심병사 관리에 대한 주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 상병과 같은 A급 관심병사의 관리가 이렇게 허술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전 군을 대상으로 관심병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필요한 조치를 했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보여주기식 쇼'였단 말인가.

이 상병의 트럭 탈영 직후 국방부 측의 대응은 더욱 어이가 없다. 뉴스1은 사건 발생 후 국방부 대변인 및 공보담당자에게 연락해 사건 관계를 파악했다. 그러나 공보담당 부서 관계자들은 사건의 경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사건이 발생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공보(公報)', 말 그대로 국가 기관에서 국민에게 각종 활동 사항에 대해 널리 알린다는 것인데 이런 공보마인드를 갖고 어떻게 국가에서 또한 군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린다는 얘기인지 의아하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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