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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휴가철 맞은 서울…'일상'이 된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각 자치구에서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주민과도 갈등

(서울=뉴스1) 정혜아 기자 | 2014-08-06 11:44 송고 | 2014-08-07 14:07 최종수정
6일 경복궁 주차장 앞에서 주차 유도원이 자리가 없다며 관광버스의 진입을 막고 있다. © News1
6일 경복궁 주차장 앞에서 주차 유도원이 자리가 없다며 관광버스의 진입을 막고 있다. © News1


"삐익~ 그만 들어오세요."
호루라기를 불며 우회하라는 경복궁 주차 유도원의 손짓에 관광버스 운전사 이모씨(55)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씨는 "다른 주차장으로 이동해야겠다"며 "운이 좋으면 근방에 있는 열린마당주차장이나 적선노외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불법주차를 해야할 수도 있다"고 말한 뒤 외국인 관광객을 내려놓고 정처없이 차를 몰았다. 

4일 찾은 경복궁 주차장 앞은 들어가려는 관광버스와 이를 막으려는 주차 유도원이 뒤엉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복궁 주차장은 관광버스 40대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5분 사이에 10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경복궁 주차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매일 전쟁터와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이유다.  

외국인 관광객 천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 경복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에 따르면 경복궁은 명동과 동대문시장에 이어 외국인 관광객이 세번째로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할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은 부족한 실정이다.    

주차 유도원인 김종호씨(42)는 "'만차'라는 얘기에도 무작정 들어가겠다며 기다리는 차량이 많아 진땀을 빼기 일쑤"라며 "오전 8시30분부터 10시까진 관광버스가 경복궁을 빙 둘러싸고 불법으로 주차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명을 하는 도중에도 순간순간 "거기로 가시면 안 된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에 서울시는 경복궁 부근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마련했다. 30면 규모의 사직로 노상주차장과 30면 규모의 적선노외 주차장, 9면 규모의 열린마당 주차장 등이 위치하고 있다. 시는 여기에 좀 더 이동하면 11면 규모의 청와대 노상주차장과 40면의 창의문로 노상주차장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광버스 운전자들은 시가 마련한 주차장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관광버스 운전자 A씨(56)는 "시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청와대 노상주차장이나 창의문로 노상주차장을 이용하길 권하지만, 기름값 등을 고려하면 이동하기 쉽지 않다"며 "차라리 인근에 불법 주정차를 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 이젠 '일상'…막상 운전사도 원치 않아

서울 도심 곳곳에서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는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다. 5일 점심시간 북창동 앞 도로변에는 "대단히 죄송합니다. 잠시 주차중입니다. 연락주시면 이동하겠습니다"라는 메모만이 단촐하게 붙어있는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었다.

같은 시간 인근 지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 1번 출구에서부터 서울시의회 건물을 지나 코리아나호텔 앞까지 400m 가량의 거리에도 10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길게 늘어선 채 불법으로 주정차 되어 있었다.

6일 관광버스가 경복궁 앞 도로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내려주고 있다. © 뉴스1
6일 관광버스가 경복궁 앞 도로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내려주고 있다. © 뉴스1

부근 도로변을 매일 청소한다는 50대 환경 미화원은 "도로변을 따라 이동하며 청소하다보면, 불법 주정차한 관광버스가 내뿜는 뜨거운 연기를 마시는 일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젠 일상이 된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를 막상 운전사들도 원하진 않았다.

불법 주정차를 한 채 관광버스 안에 앉아 있던 운전사 변광석씨는 "차라리 주차료를 내고 맘 편히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싶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경복궁과 면세점, 청계천 등을 둘러볼 수 있도록 내려준 관광객들이 태우러 기다리고 있다"며 "불법 주정차이기 때문에 딱지를 끊지 않기 위해 불편한 마음으로 차 안에 대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씨는 "경찰이 나타나면 여기 서 있는 관광버스들이 일제히 이동한다"면서도 "결국 갈 곳이 없어 도심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이 자리에 와 불법 주정차를 하는 형국"이라 "때론 경찰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안없는 단속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민원 제기 등 관련 갈등도 끊이지 않아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로 각 자치구에서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관광지가 밀집된 종로구청 민원신고란에는 한 달에도 몇 건 씩 주차 단속을 해달라는 구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민원의 대다수는 "외국인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관광버스가 버스정류장 앞뒤로 쭉 늘어 서 있다"나 “매일 지나다니는데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고 시내 버스 기사 분들도 불편해 하니 확실하게 단속 좀 해달라"다.

이에 구 관계자는 "특히 사직로 노상주차장 부근 민원이 심한 편"이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차허용시간을 지정해 단속반을 현장에 고정적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에 따르면 지난달 사직로 노상주차장 근방에서만 약 90건의 불법주차 스티커를 발부되는 등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가 근절되지 않아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시설공단 소속의 서울시 교통지도사는 "주차허용시간이 끝나는 오후 4시에 매번 교통지도를 위해 교통지도사가 나온다"며 "'시끄럽다, 교통이 불편하다' 등의 민원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가끔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종로구가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를 금지하기 위해 걸어놓은 현수막. © 뉴스1
종로구가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를 금지하기 위해 걸어놓은 현수막. © 뉴스1

다툼이 생기는 곳은 이 곳 외에도 더 있다. 창의문로 노상주차장 부근의 교회는 '여기는 주차장이 아니라 **교회 앞'이라고 쓰인 주차금지 팻말을 세워놓았다.

이 교회 관계자는 "교회를 찾는 성도가 많은 일요일에는 정말 난감하다"며 "바로 옆에 노상주차장이 있어 관광버스가 늘어서다 보면 교회 앞까지 침범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면 대부분의 관광버스 운전사가 차를 이동하지만 때론 관광버스 운전사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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