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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 즐긴 ‘신촌물총축제’…즐기지 못한 상인들 ‘한숨’

상인들 “매출 급감…축제 없어졌으면”

(서울=뉴스1) 권혜정 | 2014-08-01 18:08 송고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제2회 신촌물총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취재진의 카메라를 향해 물총을 쏘며 즐거워하고 있다. 2014.7.27/뉴스1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선 지난 주말,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 한바탕 물총 싸움이 벌어졌다. 

지난달 26~27일 양일간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제2회 신촌물총축제’에 참가한 약 2만여명(주최 측 추산) 시민들은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맞기며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렸다.
축제가 끝난 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축제 열기 대박’, ‘어마어마한 축제가 나타났다’ 등 칭찬 후기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고 평상의 모습으로 돌아온 1일 신촌 연세로 상점가에서는 “축제로 보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한숨 섞인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신촌 연세로에서 화장품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27·여)씨는 “축제기간 동안 매출이 90% 이상 떨어졌다”며 “축제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가게 특성상 매장 앞에 상품을 진열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들이 물총으로 쏜 물로 고가의 화장품들이 모두 망가졌다”며 “매장 바로 앞까지 축제 참가자들이 점령해 매장 안팎으로 손님이 진입할 수도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촌물총축제가 열린 신촌 연세로에는 1000여개 상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연세로 길가에 위치한 상점들 대부분은 화장품 판매점과 의류 판매점, 커피숍 등이다.

이로 인해 지난 주말 축제기간 동안 손님들 방문이 ‘봉쇄’되자 업주들 사이에서는 주말 동안 뚝 떨어진 매출로 인해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연세대 정문 인근에서 향초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30·여)씨는 신촌물총축제 이야기가 나오자 상점 앞의 유리창을 가르켰다.

아직도 물총이 뿜은 물로 얼룩덜룩 자국이 남아 있는 유리창을 보며 최씨는 “아무리 닦고 닦아도 깨끗해지질 않아 포기했다”며 “근방에 있는 커피숍의 유리창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에서는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며 구매가 이뤄지는데 지난 주말에는 손님들이 이동해야 하는 인도까지 축제 참가자들이 넘쳐났다”며 “대부분 손님들이 가게를 찾지 않거나 물총에서 나오는 물을 피해 쫓기듯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축제 당일 매출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는 최씨는 “축제 당일 먹는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늘어난 손님들로 재미를 봤을지 몰라도 우리처럼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불만이 크다”며 “즐기는 사람들에게야 축제지,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화만 돋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역시 연세로에서 휴대폰 악세사리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상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틀 내내 축제가 열리면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며 “특히 연세로에는 주말에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이 오르는데 축제가 열린 이틀간은 해당되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세로가 시작되는 신촌역 인근에서 속옷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모(여)씨도 “평소 매출이 120만~150만원 정도인데 축제기간 동안 70만~80만원에 그쳤다”며 “그마저도 그 기간 동안 매출 대부분은 축제로 인해 속옷이 젖어 급하게 속옷을 사러온 사람들로 고정고객들은 매장에 접근조차 못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다들 즐기는 축제가 열리는 것은 좋지만 이번 축제로 인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며 “축제기간 동안 연세로에 위치한 상점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제2회 신촌물총축제'로 연세로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블로그 캡처)
연세로에서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70·여)씨는 ‘매출 급감’ 뿐만 아니라 축제기간 동안 ‘쓰레기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노점상 운영자들은 모두 장사를 접고 자원봉사에 나섰다”며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등 쓰레기가 말도 못하게 많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연세로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점에서 축제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쓰레기 문제 등 이번 축제에는 ‘질서’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축제기간 동안 연세로 청소에 투입된 환경미화원 한모(여)씨는 “축제기간 동안 ‘비상대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쓰던 물총과 우의, 먹던 음료수 등을 길가에 마구 버리는 등 ‘쓰레기 통’의 개념이 없었다”고 전했다.    

행사 이틀 내내 연세로를 지나쳤던 유모씨(26·여)는 "자동차가 없어진 신촌 문화의 거리에서 사람들이 활기차게 노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번화가 행사에 펜스 등으로 축제공간 제한을 두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를 지나다닐 때 불편한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물총, 핸드폰 방수팩, 우비 등 쓰레기가 거리에 넘쳐나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이런 물품을 비롯해 물 등 한때의 즐거움을 위해 무작정 버려지는 것들을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물건 판매점과 달리 축제기간 동안 몰린 수만명 인파로 일부 음식점들은 ‘특수’를 기대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연세로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모씨는 "축제기간 동안 매출이 늘지는 않았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축제로 인해 옷 등이 젖자 모두 바로 귀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다른 주점 관계자는 “평소보다 손님이 조금 더 온 수준”이라고 전했지만 이에 대해 또다른 한 주점 업주는 “방학기간이고 주말이다 보니 손님이 조금 더 많이 찾은 것일 뿐 축제로 인한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인들은 신촌물총축제가 꺼져가는 연세로의 상권을 살릴 한줄기 희망이라고도 말했다.

연세로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A(50)씨는 “매일같이 하는 축제도 아니고 연례행사처럼 열리는 축제라 괜찮다”며 “무엇보다 연세로 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축제기간 동안 손님들과 함께 물총싸움에 동참했다는 주점 업주 문모(26)씨도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촌의 상권을 살리기 위한 행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세로를 찾은 시민 권모(27·여)씨도 역시 “서울시를 대표하는 행사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 지자체, 주최 측 등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신총물총축제조직위원회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축제에 앞서 연세로 상가협의체인 신촌상가번영회 등과 협의해 진행했지만 아무래도 1000개가 넘는 상가들을 일일이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부족한 부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축제가 끝난 뒤 보완할 점 중의 하나로 상가 운영 문제 등이 제기됐고 앞으로 신촌에서 물총축제를 진행할 경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제가 끝난 뒤 쓰레기가 곳곳에 즐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서대문구청에서 지원을 받아 행사가 종료된 후에 청소를 실시했다"며 "아무래도 통제된 구역이 아닌 도심에서 축제가 진행돼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대에 빼앗겨 죽어버린 신촌의 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학가 중심인 신촌을 축제와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이색축제를 기획했다"며 "미흡한 점을 보완해 연세로가 하나의 문화의 거리, 축제가 열리는 명소의 거리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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