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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숨진 윤 일병, 지옥 같았던 35일간의 기록

주범 A병장 등 가해자들, 사건 은폐 시도

(서울=뉴스1) 배상은 | 2014-08-01 16:57 송고 | 2014-08-01 18:13 최종수정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는 '윤 일병 사망사건'은 지난 4월 6일 경기도 연천 육군 28사단 의무중대 내무반에서 윤 일병이 음식을 나눠먹던 중 돌연 쓰러지면서 시작됐다.

윤 일병은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다음날 끝내 숨졌다.
사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쉽게 말해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손상을 입어 사망까지 이른 것이다.

당시만해도 사건은 부대 내에서 벌어진 우발적 폭행사건으로 생각됐으나 군 인권센터가 유가족들을 대리해 4개월여만에 폭로한 사건의 실상은 부대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각종 가혹행위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윤 일병은 2013년 12월 입대해 이듬해 2월 18일 해당 부대로 배치됐다. 자대 배치 직후 주어지는 2주간의 대기기간은 그가 사망 전 까지 부대 내에서 유일하게 선임병들의 폭행에 시달리지 않은 시기였다.
대기기간이 끝난 3월 3일.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을 윤 일병은 그러나 한 선임병(B상병)으로부터 난데없이 가슴을 두들겨 맞았다.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였다.이튿날도 폭행은 계속됐다.

이날부터 이번 사건의 핵심 가해 인물인 A병장이 가세한다. A병장은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며 윤 일병의 허벅지를 마대자루로 마구 폭행했다. 마대자루가 부러졌지만 폭행은 끝나지 않았다.

이어 B상병이 부러진 마대자루로 윤 일병의 종아리를 때렸다. 윤 일병은 4월 6일 사망하기까지 그렇게 거의 매일을 선임병 4명의 폭행에 시달려야했다.

"살려달라"는 윤 일병의 호소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지난 4월 육군 28사단에서 윤 모 일병이 음식을 먹던 중 선임병에 폭행을 당해 끝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한 결과 간부까지 가담된 가혹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사건은 윤 일병이 지난 4월 7일 내무반에서 만두 등 냉동식품을 함께 나눠 먹던 중 선임병에게 가슴 등을 맞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윤 일병은 당시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됐으나 끝내 다음날 사망했다.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손상을 입어 사망까지 이른 것이다. 군 수사기록에 따르면 당시 윤 일병은 선임병 4명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고 당시 부대에서는 윤 일병을 포함한 후임병들에 대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숨지기 직전 치료를 받고 있는 윤 일병의 온 몸에 멍이 들어있는 모습. (군 인권센터 제공) 2014.8.1/뉴스1
2~3시간씩 기마자세를 강요당하곤 했던 윤 일병에게는 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잠을 자지 못하도록 돌아가며 감시까지 했다. 

3월 17일에는 새벽부터 폭행이 시작됐다. A병장이 휴가를 떠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A병장은 새벽부터 윤 일병의 다리를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때린 뒤 태연히 휴가를 떠났다. 하지만 나머지 가해자들은 A병장이 휴가를 떠난 뒤에도 윤 일병을 괴롭혔다.

그들은 심지어 A병장의 폭행으로 다리가 심하게 부어 절뚝거리는 윤 일병의 허벅지를 "반응이 웃기다"는 이유로 수차례 찌르기도 했다. C상병은 심하게 부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윤 일병의 무릎을 보고는 "무릎이 사라졌네. XX 신기하다"고 했다.

이때부터 윤 일병은 사망 당일까지 다리를 심하게 절었으나 폭행은 그치지 않았다.

대대본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이 부대의 유일한 지휘관이였던 D하사조차 "너 그렇게 계속하면 한 대 때릴 것 같다"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다리때문에 청소를 느리게 한다는 이유였다.

D하사는 이전에도 윤 일병의 폭행 현장을 다른 병사들이 보지 못하게 일부 목격자들을 데리고 나오는 등 가해자들의 가혹행위를 묵인했다. 

휴가에서 돌아온 A병장은 윤 일병이 다리가 낫지 않은 것을 보고 "고의로 다리를 절룩거린다"며 C상병과 함께 그의 가슴과 허벅지를 2시간 동안이나 두들겨 팼다. 이틀 뒤 윤 일병은 링거를 맞았으나 이날도 D하사는 가해자이자 분대장이였던 E병장에 "네가 분대장이니 때려서라도 군기를 잡아라"라며 사실상 폭행을 지시했다.

윤 일병이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4월 5일. A병장은 이날도 점호가 끝난 밤 9시 45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윤 일병을 쉴새없이 구타했다. 이때 E병장과 B상병등은 망을 보면서 때리기 쉽도록 윤 일병의 팔까지 잡으며 폭행을 도왔다.

A병장은 6일 새벽 2시가 되서야 폭행을 멈추고 윤 일병을 재우지 말라고 다른 병사들에 지시했다. 하지만 고작 5시간 뒤 다시 폭행이 시작됐다. 윤 일병은 잠을 잤다는 이유로 뺨과 허벅지를 맞았고 폭행은 수차례 계속됐다.

A병장은 오전 10시에는 바닥에 가래침을 두 차례 뱉으면서 윤 일병에 핥아 먹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A병장은 윤 일병의 얼굴과 허벅지에 난 멍을 지우기 위해 안티프라민을 바르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D병장 등은 윤 일병에 안티프라민을 발라주면서 그의 성기에도 액체 안티프라민을 발랐다.윤 일병은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A병장은 윤 일병이 힘든 기색을 보이자 오후 1시께 직접 비타민 수액을 주사하기도 했다. 오후 3시 50분께 윤 일병은 냉동음식을 사와서 먹던 중 쩝쩝거린다는 이유로 또 가슴과 턱, 뺨 등을 맞았다. 맞으면서 입 안의 음식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A병장 등은 모두 핥아먹게 했다.

이 때부터 오후 4시 30분 윤 일병이 쓰러지기 전까지 폭행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윤 일병이 침을 흘리고 오줌을 싸며 쓰려졌는데도 A병장은 꾀병이라며 뺭을 때리고 배와 가슴부위를 쉴새없이 때렸다.  

결국 윤 일병은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이튿날 숨을 거뒀다.

A병장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사건에 대한 은폐까지 시도했다. A병장은 윤 일병이 후송될 당시 병원 주차장에서 병사들에 은폐를 지시하고, 부대에 남아있던 또다른 병사에게는 함구령을 내렸다.

또 폭행 과정을 목격한 입실환자인 모 병장에게는 당신은 자고 있었던 것이라며 입을 다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D병장은 윤 일병이 쓰러진 다음날 그의 관물대를 뒤져 수첩 2권을 찢어버렸다. 그렇게 입을 맞춘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음식을 먹고 TV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계속 주장하다 헌병대가 "윤 일병이 깨어날 것 같다"고 하자 그제서야 범행을 자백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과 유가족들은 "가해자들은 당시 윤 일병의 사망이 충분히 예견 가능한 상황에서도 폭행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욱 빈도와 강도를 높여간 정황 등을 볼 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보인다"며 살인죄 적용을 위한 공소장 변경과 성추행 혐의 추가 기소 등을 요구했다. 임 소장은 "이번 사건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간부 등이 사건을 최소화하도록 군사법원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며 "가해자들과 지휘책임자들을 소속부대인 28사단이 아닌 상급부대에서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군인권센터 측이 제기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추후 강제추행이나 가혹행위로 추가 기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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