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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꿈’ 국내 희귀영화 발굴·기증 박지환 군

“좋은 작품인데 남아 있는 필름 없으면 가슴 먹먹”

(동해=뉴스1) 권혜민 | 2014-07-31 14:44 송고
 

“좋은 작품인데 필름이 없는 것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요. 좋은 마음으로 작품을 기증하고 있어요.”    
29일 한국영상자료원 페이스북에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글 하나가 올라왔다. 2년 전부터 1970~80년대 국내 희귀영화를 수집해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해오고 있는 한 학생 이야기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이 학생은 중국현지 DVD 사이트와 중국 중고거래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1970~80년대 합작영화나 한국감독이 만들어 아시아에 개봉한 영화를 입수해 영상자료원에 기증하고 있으며, 거의 매주 기증자 명단에 그 그름이 올라올 정도로 영상자료원에 있어서는 귀한 손님이다.      

이 글의 주인공은 강원 동해시 동해광희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환(18)군이다. 박군은 2년전부터 한국의 고전영화 필름을 수집해 한국영상원에 기증하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은 고등학생이 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영화 기증을 시작한 이유는 영화가 좋고,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필름이 남아있지 않은 것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져서다. 
박군은 3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2년 전 수집한 작품을 처음으로 영상자료원에 보냈다. 그때 기분은 한마디로 '좋았다'였다.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으니까, 좋은 마음으로 기증을 시작했다"며 운을 뗐다.    

박군이 한국영상자료원에 처음 기증한 작품은 유현목 감독의 ‘한’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기증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과 장일호 감독의 1972년 작 ‘캐서린의 탈출’이다. '한'은 대종상에서 상을 탈 정도로 좋은 작품이고 ‘캐서린의 탈출’은 한미합작 영화라고 했다.    

그는 "사실은 장래희망이 영화감독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주로 유럽 예술영화를 보는데 한국에도 좋은 작품이 많다"며 "김수영 감독 등 작품을 보다가 필름이 없는 것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좋은 작품인데 필름이 없으니까 안타깝다"며 말을 이어갔다.    

박군은 주로 영화 리뷰를 보고 끌리거나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끌리면 영화를 찾아서 본다. 또 좋아하는 음악감독이 참여한 작품을 찾아서 보기도 한다. 그렇게 찾아낸 작품은 중국 DVD사이트나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한다. 박군은 "제가 집요한 면이 있다"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3년 간 기증한 작품만 130여편이 넘는다.   

3년째 박군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측은 “박군은 자료원에 작품을 가장 많이 기증하는 분 중 한명”이라며 “자료원에서 갖고 있지 않은 작품만 30~40개를 기증했다.

박군이 더 대단한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는 작품까지 발굴해 기증한다는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박군의 영화발굴 활동은 방학 중에도 쉬지 않는다. 그는 30일에도 동해에서 서울 한국영상자료원까지 찾아가 7편의 작품을 기증했다.

가장 구하기 어려웠던 작품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도 구하고 있는 장진원 감독의 '협기'를 꼽았다. 요즘 그는 '협기'를 비롯해 '쌍권도', '용호투금강', '가버린 사랑' 등을 찾고 있다.   

 박군의 꿈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영화감독이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TV에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쥬라기 공원을 보고 반했다.

그때부터 상업영화를 위주로 보다가 중학교 때 피에르 파울로 파졸리니(Pier Paolo Pasolini) 감독이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의 작품 등 예술영화를 주로 보기 시작했다"며 "예술영화를 많이 좋아한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 관객들에게 사회가 이렇다고 알려주는 것도 좋고 잘못된 사회를 풍자하는 영화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의 매력은 머릿속으로 꿈꾸는 것을 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생활 이야기도 영화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학을 맞아 그는 영화연출론이라는 책을 사서 읽거나 예술영화 보면서 영상 연구를 하고 있다.

단편작을 출품하는 것이 가까운 계획 중 하나다. "주제가 조금 추상적인데..."라며 ‘고뇌’를 주제로 한 예술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예전에 영화 제작 시도는 한번 해봤는데 촌 동네에 살다보니 쉽지는 않았다.

영화를 전공으로 해서 대학에 가야하는데 공부를 못해서 그게 가장 걱정"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hoyan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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