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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박항서 감독님, 지나치면 팬들도 지나칩니다

(서울=뉴스1스포츠) | 2014-07-31 06:59 송고 | 2014-10-21 14:49 최종수정
박항서 상주상무 감독이 또 징계를 받았다. 심판 판정에 대한 적절치 않은 발언과 행동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9일 오후 상벌위원회를 열고 박항서 감독에게 제재금 7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 23일 FC서울과의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경기가 화근이었다. 1-2로 상주가 패했던 당시 경기 후 박항서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졌지만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에 의해 경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누군가에 대해서는)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며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가시 돋친 발언이 향한 곳은 결국 심판 판정이었다.
고심하던 프로연맹은 박항서 감독에게 다시 징계를 내렸다. 조남돈 프로연맹 상벌위원장은 “선수와 감독, 심판과 팬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올바른 축구 문화를 정착시킬 수 없고 이는 결국 한국 축구의 퇴보로 이어진다. 그런 위기의식 속에서 나온 결의가 대한축구협회 주도의 ‘Respect(존중)’ 캠페인”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박항서 감독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과도한 판정 항의로 퇴장 처분과 상벌위 회부로 인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장 올해 초에도 징계가 있었다. 다시 비슷한 일이 발생할 시 가중 처벌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또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됐다”면서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상주상무를 이끄는 박항서 감독이 또 징계를 받았다. ´또´라고 표현한 것은 과거에도 그런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중이 필요하다. © News1 DB
‘다혈질’ 박항서 감독은 심판 판정과 관련한 말썽이 유난히 많았다. 이번 상벌위 결정을 포함, 지금껏 박 감독의 징계 횟수는 총 15회다. 주심에 의한 직접적인 퇴장과 상벌위원회 회부 그리고 행정 처리(공문)가 합쳐진 숫자다.

시작은 포항 코치 시절이던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항서 코치는 9월3일 전남전에서 ‘코치진 전원 경기장 진입’으로 제재금 300만원을 받았다. 같은 달 21일 전북전에서도 박항서 코치는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이탈해 2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코치 시절의 불같은 성격은 2006년 경남FC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해 10월3일 성남전에서 박 감독은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전남 감독 시절에도 그랬다. 2008년 5월18일 전북전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및 경기 지연, 그리고 경기 종료 후 심판실 난입 및 심판에 대한 폭언이 합쳐져 상벌위에 회부됐다. 조치는 엄중경고에 그쳤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22일 수원전에서 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주심 권한)을 당했고, 2010년 제주전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상주상무의 지휘봉을 잡은 뒤로는 잡음이 더 잦아졌다. 2012년 4월11일 성남전에는 경기 종료 후 심판과의 접촉을 시도하다 엄중경고를 받았고, 7월28일 경남전에서는 판정에 항의하다 주심에 의해 퇴장 당했다. K리그에서만 있었던 일도 아니다. 6월15일 FA컵에서는 경기장 질서 위반 및 무단 난입이라는 규정 위반으로 대한축구협회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축구협회는 박 감독에게 출장정지 1경기 처벌을 내렸다.

K리그 챌린지 시절이던 2013년에도 여럿이다. 4월20일 경찰청전에서 인터뷰 도중 심판 판정에 대해 언급해 연맹이 엄중경고 조치했다. 6월30일 광주전에서 또 경기 도중 욕설과 심판 판정에 대한 심한 항의가 이어지자 가중 처벌이 내려졌다. 출장정지 5경기에 제재금 300만원을 받았다. 8월20일 고양전에서는 공식 인터뷰에 불참해 벌과금 50만원을 받았다.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4월9일 이미 큰 징계를 받았다. 서울전에서 심판 판정에 대해 욕설을 동반해 항의한 것이 문제였다. 주심이 퇴장 지시를 내렸으나 계속 항의해 경기 재개를 지연시켰다. 결국 프로연맹은 ‘심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및 퇴장 후 지도위반 행위’를 이유로 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퇴장으로 인한 2경기 출장정지를 제외한 징계였으니 무려 7경기 동안 벤치에 앉지 못했다.

박항서 감독은 3개월여 만인 7월12일에서야 다시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열흘 뒤, 불같은 성미를 또 참지 못해 징계를 받았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주심에 의한 퇴장 6회, 상벌위원회 징계 7회 그리고 프로연맹 행정 처리 3회. 이쯤이면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과거를 일일이 나열한 것은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자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잘못된 것은 바꿔 나가야 한다. 하지만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나친 불만 표현 역시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매 한가지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판정이란 어려운 일이다. K리그 다른 감독들도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며 축구협회 차원의 ‘존중 캠페인’을 따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징계 사실이 공개되자 팬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K리그 심판들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분명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의 ‘과거 이력’을 언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젠 K리그 팬들도 기억하고 있다. 다른 팬들까지는 거론할 필요 없겠다.

적어도 상주상무 팬들에 대한 미안함은 가져야 한다. 감독이 엄연히 있는데 비어 있는 벤치를 3개월간 지켜 봤다. 자칫 또 연장될 뻔했다. 지난해 K리그 챌린지 챔피언 자격으로 K리그 클래식에 도전하고 있는 상주상무로서는 손해가 적잖다.

박항서 감독은 열정적인 사람이다. 축구에 대한 뜨거움도 상주상무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무리수가 지금처럼 반복된다면, 팬들도 그냥 지나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펼쳐질 때라는 것도 염두해야 한다. 겸손한 목표인 '클래식 잔류'는 실상 그리 쉬운 지향점도 아니다. 더더욱 차가워질 필요가 있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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