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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에서 박지성, 이제 손흥민의 시대로 간다

명문 레버쿠젠 속에서도 당당했던 ‘한국 축구의 아이콘’

(상암=뉴스1스포츠) 임성일 | 2014-07-30 20:58 송고
1980년대 바이엘 04 레버쿠젠(이하 레버쿠젠) 소속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 열풍을 일으켰던 차범근 해설위원이 경기를 앞두고 2014년 현재 레버쿠젠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손흥민 앞으로 다가갔다. 전설 차범근은 손흥민을 품어 다독였고, 전설이 되고 싶은 손흥민은 그 품에 안겨 고마움을 표했다.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3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LG전자 초청 FC서울-레버쿠젠 친선경기’는 한국 축구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손흥민을 위한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정상급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던 플레이부터 상암벌을 채운 4만6722명의 환호성까지, 박지성 이후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불러도 손색없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이 30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FC서울의 경기에 앞서 차범근 해설위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4.7.30/뉴스1레버쿠젠이 연결고리가 되면서 차범근 위원은 시축도 맡았다. 센터서클에서 마이크를 잡은 차범근 위원은 “고향 같은 팀이 한국에 와서 FC서울과 경기를 하니까 내가 경기를 하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다. 많은 팬들이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말로 감격스러움을 전했다.

차범근 위원과 함께 시축을 맡은 이는 독일 전차군단의 전설적 플레이어였던 루디 펠러 레버쿠젠 기술단장이었다. 두 거물은 현역 시절부터 돈독하고 지금도 깊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축구인이 세계적인 축구인과 허물없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묘한 뿌듯함을 전해줬다.

출발의 흐뭇함이 차범근으로부터 나왔다면 경기 중 감동은 손흥민에게서 느껴졌다. 2선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서울의 공을 가로채 거의 득점에 가까운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고국 팬들 앞에서 성심성의껏 플레이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동료들이 공을 잡으면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로 빠르게 움직여 팔을 벌린 뒤 패스를 요구하던 모습이 자주 나왔다. 적극적이면서도 욕심이 많았다. 이제 겨우 22살의 어린 선수이고 레버쿠젠 입단 2년차의 신예다. 자신감만으로 가능한 액션이 아니다. 능력으로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모습이다.

거침 없는 모습에 팬들은 큰 환호성을 보냈다. FC서울 팬들이 적지 않았고, FC서울을 많이 괴롭혔으나 손흥민에 대한 박수는 아끼지 않았다. 경기 전날 “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이다. 그에 어울리는 플레이를 보여드려야할 것”이라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손흥민의 움직임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자신한테 패스를 주지 않던 동료에게 화를 내던 모습은 투정이라기보다는 강한 승부욕이었다. 고국의 클럽 FC서울과의 대결이기에 어느 정도 유순한 플레이도 가능했겠으나 적어도 이날 손흥민은 대한민국의 공격수가 아닌 레버쿠젠의 공격수였다.

엄청난 몸값을 받고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는 선수로서의 프로다운 마인드다. 종료 직전까지, 손흥민은 레버쿠젠의 그 어떤 선수보다 열심히 뛰었다.

유럽 톱 레벨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는 오로지 실력이고 믿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뿐이다. 1980년대 차범근의 독기 어린 자기관리가 그랬고 2000년대 박지성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그랬다. 이제 그 바통이 손흥민에게 넘어가는 분위기다.

우리도 한 명쯤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는 선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22살 손흥민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인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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