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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화재 위험 내몰린 구룡마을…서울시·강남구 "네탓"

서울시·강남구, 구룡마을 소방시설 설치 등 관리 책임 서로 떠넘겨

(서울=뉴스1) 최동순 | 2014-07-31 07:29 송고 | 2014-07-31 16:39 최종수정

강남소방서 소방대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카센터 내부 판금도장실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약 2000만원의 재산피해와 1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강남소방서  © News1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소방관이 도착하기도 전에 불길이 높이 올라 멀리 대모산을 가렸어요. 안내 방송을 듣고 달려온 주민들이 합심해서 LPG 가스통을 치우고 두꺼비집을 내렸어요."개발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립하며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또 다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30분쯤 구룡마을 3지구 내 카센터(개포동 584-2번지 일대)에서 불이 나 43분만에 꺼졌다. 최초 카센터 내부 판금 도장실 환기모터 부근에서 발생한 불은 주변 판잣집으로 옮겨붙어 소방서 추산 2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판잣집에 살고 있던 6가구 15명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건물 1층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거처를 옮겼다.

30일 찾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현장에는 아직도 휘발유 냄새가 가득했다. 집 앞 골목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와 가재도구들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화재 취약지역…서울시·강남구는 서로에 책임떠넘겨

30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의 골목에 LPG 가스통이 연달아 놓여있다. /사진=최동순 기자 © News1

이번 화재와 관련해 소방당국은 가건물 밀집지역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골목이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렵고 불이 옮겨붙기 쉽다는 것이다.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가건물들이 나무판자와 폐솜 등 타기 쉬운 재질로 지어진 데다가 좁은 면적에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보니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판잣집들의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에 비닐과 보온제 등을 덮어놓아서 화재 피해가 컸다고 귀띔했다. 소방당국이 초기 소방차가 접근 가능한 대로변에서 화재 판잣집의 지붕 쪽으로 소화를 시도했지만 물이 화재 지점에 닿질 않아 진화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구룡마을의 주택의 화재 위험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서울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구룡마을은 지난 2005년부터 2014년 7월 현재까지 총 1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구룡마을의 화재 위험성이 높고 한번 화재가 일어나면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해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판잣집 대부분이 화재에 취약한 재질로 되어 있는 데다가 가구마다 설치된 LPG 가스통은 연쇄폭발 등의 위험도 안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시는 구룡마을의 무허가 주택 관리는 물론이고 화재 안전 관리는 구청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화재 진압은 소방 관련 부서들이 담당하는 것이지만 안전 대책을 포함한 무허가 건물의 관리는 강남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구청은 구룡마을에 새로운 무허가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막거나 기타 민원 사항을 관리하는 것이지 화재 예방 등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에 추가적인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강남소방서의 요청이 있으면 검토해 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의  매년 위험천만한 화재를 경험하고 있는 구룡마을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화재 위험에 내몰려 있다.

한 주민은 "개발을 이렇게 질질 끌 거면 주민들의 안전대책이라도 제대로 마련해 줘야 할 것 아니냐"면서 "우리도 세금을 내는 구민이고 시민이다"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vs 개축 …또 다른 갈등 시작되나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전경. 2014.7.2  © News1

구룡마을 관리 책임자인 강남구가 이번 화재로 발생한 이재민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이재민들 대부분이 구룡마을에 남기를 원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강남구는 이재민 6가구 가운데 피해가 심하지 않아 단순 보수만으로 집을 고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1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5가구에 대해 임대주택 이주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에 SH 임대주택 공급을 요청한 상태이며 강남구 자체적으로도 LH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중철 강남구청 주택과 팀장은 "5 가구의 경우 가건물의 골격 자체가 무너져 내려 보수라기보다 집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화재로 소실된 무허가 건물에 대한 재건축은 건축법 관련 조례에 의해 금지돼 있어 임대주택으로의 이주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주를 요구받은 이재민 5가구 중 4가구는 강남구청의 제의에 반대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조씨(54)는 "예전에 임대주택으로 이주했던 주민들이 마을 개발이 늦춰지면서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우리 잘못도 아닌데 30년이나 살던 집을 떠나라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2012년에도 구룡마을에는 2건의 화재가 발생해 이재민들이 SH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개발방식에 대한 갈등으로 서울시와 강남구의 '법정공방'으로까지 번진 지금의 상황은 개발이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이던 당시의 상황과 많이 달라 이재민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임대주택은 재개발이 전제된 상태에서 제공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강남구와의 갈등으로 지역개발이 불투명해진 지금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do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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