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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건설사 담합 '과징금 폭탄' 법무법인만 대박?

(서울=뉴스1) 이군호 | 2014-07-30 07:30 송고
© News1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 건설사 담합 판정으로 가장 재미를 보는 곳은 법무법인일 겁니다."

공정위의 무차별적인 담합판정에 최근 92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설사들 사이에서 결코 웃지 못할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뜬금없이 웬 법무법인 얘기냐 싶지만 그 속내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선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열어 건설사들에 대해 담합으로 판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면 건설사는 행정법원에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을 제기한다. 과징금만 내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담합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돼서다.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은 공정위 판정이 1심과 같은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추가로 이후 2심과 3심을 진행하게 된다.

공정위는 담함 판정에 이어 검찰에 담합을 주도한 법인과 개인을 형사고발하고, 검찰은 담합관련 조치가 포함돼 있는 공정거래법 또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1심부터 3심까지 형사소송을 진행한다.

소송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정위의 담합 판정에 대해 각 발주처는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건설사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 여부를 심의한다. 대부분 발주처는 해당 건설사들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하기 때문에 최소 3개월에서 최대 2년의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입찰참가제한은 수주가 생명인 건설사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에 법적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입찰참가제한조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행정법원에 제기하고 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본안소송 1~3심을 진행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주처는 담합으로 국가예산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제기한다. 이에 불복해 맞소송을 걸면 본안소송 1~3심을 또 거치게 된다.

건설사들의 송사는 헌법재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광주총인시설 공사에서 담합 판정을 받은 건설사들은 법원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까지 넘어갔다.

결국 건설사들은 한건의 담합 판정에 대해 십수건의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또 법무법인에 착수금은 물론 승소시 성공보수를 줘야하는 등 막대한 법무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과도한 시간을 빼앗기며 영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소송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담합 판정이 확정될 경우 국내에서의 수주활동이 전면 중단되는데다 해외에서도 수주활동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어서다.

실제 최근 월드뱅크(World Bank) 산하 IFC(국제금융공사)는 한국건설사가 연루된 담합건에 대해 정부나 법원의 최종처분 현황에 대한 소명요청을 해왔고, 한국 건설사가 법원으로부터 과징금 내지 입찰참가제한처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한국업체들을 블랙리스트에 등재시키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건설사들의 담합관련 송사는 입찰참가제한 확정판결을 받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일뿐 아니라 공정위의 담합판정이 부당해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소명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의 담합조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담합 조사와 판정이 언제 끝날 지는 공정위만 안다. 이대로가면 건설업 등록증을 자진반납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g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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