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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확산 돼지농가 비상…'金겹살' 되레 소비위축 우려

돼지고기 가격 떨어지고 판매도 줄어…여름휴가철 특수 실종

(서울=뉴스1) 이은지 | 2014-07-30 07:00 송고
지난 24일 의성 구제역으로 인해 돼지를 입식시켜준 고령의 한 농가를 상대로 구제역 항원을 검사한 결과 27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경북도 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의성, 고령, 구미, 군위 등 4개 시·군 돼지 사육농가에 대해 긴급 추가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사진은 음성판정 받은 농장의 모습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다. 구제역 백신접종률이 50% 수준에 그친데다 모돈(어미돼지)을 키우는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할 정도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독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30일 "모돈은 3년 이상 살기 때문에 구제역 백신을 수차례 맞은 돼지들"이라며 "모돈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것은 구제역 보균기간이 상당히 길었거나 바이러스가 독하고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제역이 처음으로 발생한 경북 의성 돼지농가는 식용으로 판매하는 비육돈만 사육하는 농장이다. 두번째 구제역 확진을 받은 경북 고령 돼지농가는 모돈, 자돈(새끼돼지), 비육돈을 모두 사육하는 일관사육농가다. 6개동에서 2000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3개동에 있는 돼지들에서 발굽이 빠지고 입안궤양이 발생하는 증세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발굽이 떨어질 정도의 증상이 나타난 것은 구제역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을 뜻한다"며 "구제역 오염원이 돼지가 아닌 소 등 외부 인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때문에 구제역을 보균하고 있는 감염축주를 찾아내 제거해야 구제역을 종식시킬 수 있다. 오염원을 찾아내는 방법은 역학조사가 유일한데 공무원으로만 구성된 조사단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0년 구제역 발생 이후 지난 4년간 사후처리방식을 보면 행정편의주의가 곳곳에 드러난다"며 "그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제역 청정지위를 획득한 지 2개월만에 구제역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과 민간전문가가 참여한 역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수의사는 "정부 입장에서는 빨리 사태를 종식시켜야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기보다는 현상을 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그럴경우 겉으로 봤을 때 구제역은 잠잠해진 것 같지만 알고보면 보균 바이러스가 소나 외부 인자에 남아있어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백신접종률이 50%에 불과한 점도 구제역 확산을 우려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10년 구제역 발생 이후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지만 접종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접종률을 끌어올리고 오염원을 살처분하지 않으면 구제역이 산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돼지농가 소비 위축될까 '노심초사'…돼지고기 가격 하락세

돼지농가들은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 확산에 대한 걱정과 함께 소비심리 위축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실제로 돼지고기 가격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방학과 장마철로 지난 14일부터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5월 이후 처음으로 돼지고기 지육 1㎏의 평균가격이 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6월 최고가인 6050원보다 23.4% 가량 하락한 가격으로 지난 3월 이후 4개여월만에 최저가격이다.

구제역 확진 보도가 난 지난 24일 돼지고기 지육 1kg가격은 4633원으로 4000원대로 떨어졌고, 지난 25일에는 4537원으로 하락했다.돼지고기 매출도 빠르게 줄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판매된 돼지고기 매출은 전년 동요일과 비교해 21.2% 감소했다. 소고기 매출 역시 같은기간 전년 동요일과 비교해 19.9% 판매가 줄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제역의 영향보다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너무 비싸 소비가 줄어든 상황이다"며 "구제역이 확산되면 소비 위축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 구제역 발생 당시 대형마트의 돼지고기 매출은 평년대비 30% 가량 줄어들었다.

돼지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 돼지농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여름휴가철인 8월초에 정점을 찍고 8월중순부터는 하락세가 이어져 9월부터 비수기에 접어든다"며 "구제역으로 가격하락세가 보름 가까이 당겨지고 벌써 비수기에 접어든 분위기다"고 하소연했다. 여름휴가철 특수가 실종된 셈이다.

구제역 확진으로 살처분되는 돼지는 1000마리 수준이어서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정부 역시 지난 24일 기준 돼지 1250만두 분이 있기 때문에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돼지고기 공급은 예전과 큰 변동이 없는데 수요는 줄어 돼지고기 가격 하락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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