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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휴가도 안간 이등병 2명 잇단 자살...왜?

허술한 병무청 징병검사 도마에...軍, 현역복무부적합자 조기 전역 방안 강구

(서울=뉴스1) 배상은 | 2014-07-28 19:58 송고 | 2014-07-28 20:09 최종수정
´A급 관심 병사´ 2명이 부대 내에서 목을 매 숨졌다. © News1
지난 27일 하루에만 'A급 관심병사' 2명이 부대 내에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군 당국의 부실한 장병 관리 실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숨진 2명 모두 각 부대에 갓 배치된 이등병으로 흔히 '100일휴가'로 불리는 신병위로휴가도  맞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현역복무부적합자를 걸러내기 위한 병무청의 허술한 징병검사에 화살이 쏠리는 양상이다.

28일 군에 따르면 전날 동부전선 22사단과 중부전선 3사단에서 각각 신 모 이병(22)과 박 모 이병(21)이 영내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각 부대원들은 신 이병과 박 이병이 보이지 않자 수색에 나섰다가 화장실에서 이들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신 이병은 지난달 21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22사단 소속이다.
지난 5월 입대한 신 이병은 이달 초 22사단 소속 전투지원중대로, 박 이병은 지난달 20일 3사단 모 부대에 각각 전입했다. 같은날 목을 매 숨진 두 이등병은 모두 앞서 총기 난사 사고를 일으킨 임 모 병장(22)과 같은 A급 관심병사로 부대 내 특별관리대상이었다.

특히 신 이병은 입대 전 중학교 재학 중에도 자살 시도 전력이 있는 등 병무청 징병검사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인 '정밀관찰' 판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병무청 징병검사는 현재 1차(징병검사 대상 전원에 대한 인성 및 인지능력 검사), 2차(1차 검사 후 심리적 취약자 대상) 심리검사 후 정신과 전문의가 정밀 검사 결과와 병원치료기록, 학교생활 기록부 등을 참조해 신체등위를 판정(3단계)하는 방식으로 복무부적합자를 가려내고 있다.

그러나 검사 문항이 수년째 동일하고 자기가 직접 상태와 증상을 체크하는 방식에다가 판정 과정이 1인당 불과 15분~20분이면 끝나 그간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한 병무청 관계자도 "입대 예정자들을 검사할 임상심리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검사자 본인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표기하지 않으면 선별에서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자살 우려 등 현역복무에 부적합한 군 장병들을 가려내 조기에 전역시키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더라면 군내 자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숨진 박 이병의 경우 병무청 징병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나 박 이병은 자대 배치 직후인 지난 14일 중대장과 면담에서 우울증을 호소해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고, 13일만인 전날 영내 화장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육군 관계자는 "박 이병은 우울증 증세로 사단 의무대와 인근 군 병원에서 3회 진료를 받았으며 2주간 약물치료를 받던 중 변을 당했다"며 "신 이병도 전입후 전문상담관과 중대장, 소대장 등이 면담을 실시해 보직을 여러차례 바꿔주는 등 부대 내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이병은 물론 병무청 징병검사 결과에서 이상 소견을 받은 신 이병 역시 현역복무부적합 심의 대상자는 아니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군은 자살 우려자 등 고위험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현역복무부적합 심사를 실시해 전역 여부를 결정한다. 정신과 군의관 진단 등의 절차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전역 판정까지는 통상 2~3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신 이병의 경우 징병검사에서부터 스스로 본인의 이상을 꾸준히 호소해왔으나 이달 초 자대에 배치돼 아직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정신과 군의관 진단 절차를 생략하는 등의 방안으로 심사 절차를 1개월까지 단축할 계획"이라며 "부대 내 자살 우려자를 대상으로 사단급 부대가 운영하던 '비전캠프'를 폐지해 군단급 부대의 '그린캠프'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 병사가 비전 캠프 입소 후에도 치유되지 않는 경우 그린캠프를 거쳐 현역복무부적합 심시 대상이 되는데 이 비전캠프 단계를 생략해 판정 절차와 시간을 단축시켜 부대 적응이 어려운 병사를 가능한 한 빨리 가정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구상이다.

병무청도 징병검사 때 정확한 정신과 질환 검사를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도입하고 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를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과 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 징병검사 실시 전 본인의 동의를 받아 질병치료병력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체제를 도입해 정신질환 진단에 활용할 것"이라며 "민간병원 수준의 종합심리검사를 병무청 자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조직과 체계를 갖추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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