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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상대 여배우 빛내는 연기력 '아름다운 멜로의 힘'(인터뷰)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 2014-07-28 09:40 송고 | 2014-07-28 10:53 최종수정
배우 이상윤에겐 여배우를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내 딸 서영이’의 이보영이 빛났고, ‘엔젤 아이즈’의 구혜선이 돋보였다. 상대 배우를 빛나도록 만드는 재주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재주를 또 하나의 연기력으로 보는 시선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이상윤의 이러한 연기 지론이 자신을 대체 불가능한 매력의 남배우로 만들었을 터다.
이상윤의 그러한 연기 지론은 스크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의 첫 주연 영화 ‘산타바바라’(감독 조성규)에서다. 이상윤은 극 중 낭만주의 음악감독 정우 역으로 등장한다. 정우는 완벽주의 광고쟁이 수경(윤진서 분)과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산타바바라를 동경하는 공통적인 취향을 발견하고 호감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감성적이고 순수하지만, 어리숙해서 귀여운 정우의 매력은 일에 빠져있는 깐깐한 차도녀 수경을 한 없이 사랑스러운 여자로 만들어줬다. 배우 이상윤이 영화 '산타바바라'에 출연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여배우와의 호흡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것은 없어요. 다만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드라마 ‘엔젤아이즈’ 촬영 전 박신우 감독님이 하신 말씀에 공감이 갔어요. 감독님이 ‘시청자들은 극 중 인물들을 파트너의 눈으로 바라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인물을 제가 사랑스럽게 바라본다면,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도 사랑스럽다는 뜻이었어요. 제 파트너가 빛났다는 것은 제가 그만큼 그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는 얘기일거에요.” 
이상윤의 연기 지론에는 멜로드라마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는 개성 강한 마스크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연기를 펼친다거나, 내면을 강하게 폭발시키는 에너제틱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편안한 연기로 몰입을 잘 이끌어내는 연기자였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수경의 수줍은 미소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정우의 시선에서 윤진서라는 배우의 진가가 톡톡히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시선으로 연기하느냐 상대를 바라보면서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서도 느낌에 크나큰 차이가 있어요. 자기 시선으로 연기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집중해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고, 상대를 바라보면서 연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서 초점을 맞추고 연기를 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멜로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를 할 때도 가급적이면 상대방의 눈을 보고 연기를 하려고 해요. 그 사람을 보고 연기를 하려고 하니까 그런 면에서 상대방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이상윤이라는 배우는 특별히 연기력 논란은 없었으면서도, ‘연기를 매우 잘 하는 배우’라는 호평도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엔젤 아이즈’ 동주 역으로 기점으로 멜로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라는 평을 받게 됐다. 언뜻 보면 동주 캐릭터의 아우라가 정우로 이어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와 정반대였다. ‘산타바바라’가 먼저 촬영을 끝낸 영화였다. 이는 이상윤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변화를 맞이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세삼스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 스스로는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어요. ‘내 딸 서영이’나 ‘불의 여신 정이’ 이후로 관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점차 표현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반응이 있긴 있더라고요. ‘내 딸 서영이’ 때만 해도 4회까지 캐릭터에 대해 확신을 못 가졌던 부분도 있었고, 여러 가지에 흔들려서 주관을 잃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 작품이 터닝포인트가 되면서 멜로 장르에서 뭔가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이젠 대본을 접할 때 머리로 접하기보다 여유를 갖고 마음으로 접하게 되는 부분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엔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감성적으로 변해가는 부분도 연기에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예요. 역할의 차이가 조금 씩은 있었지만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던 점은 변함없어요.”
이상윤은 ‘산타바바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정우가 코를 곯았는데 안 곯았다고 해명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보니 재밌더라고, 자신에게도 코믹 본능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정우의 진득하고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면모에서 연기를 대하는 이상윤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는 ‘산타바바라’를 두고 과정만으로도 의미가 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상윤은 어떤 캐릭터든 자신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해석하는 능력이 있는 배우였다.
“주위에서 제 캐릭터를 보고 재미있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의외로 어리숙한 캐릭터가 잘 어울렸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물론 실제 성격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웃음) 정우라는 인물의 기본 설정을 그리는 것이 시나리오의 몫이었다면, 연애라는 과제에서 관계를 풀어나가는 건 온전히 제 몫이었어요. ‘실제 상황이라면 어떤 얘기를 할까’라는 생각을 갖고 캐릭터에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러워 보였다고 생각해주시나 봐요.”배우 이상윤이 드라마 ´엔젤아이즈´ 이후 연기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엔젤 아이즈’의 동주는 천문대에서 첫사랑을 그리워했고, ‘산타바바라’의 정우는 와이너리에서 만나는 운명에 대한 로망을 품고 있었다. 이상윤에게도 의례히 그런 공간이 있을 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와인이 어렵다고 말하는 그가 로망을 품고 있는 공간이 없다고 말한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던 대답이었다. 이상윤은 종종 예능에서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해명을 하곤 한다. 생각만큼 틀에 박힌 사람도, 사랑에서도 완벽한 남자도 아니라는 것. 윤진서는 그를 두고 ‘수다쟁이 같다’는 말로 이상윤에 대한 여성 팬들의 환상을 흔들었다. 이상윤은 호감형 이미지가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일까.
“대중에게 그렇게 어필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연기자 입장에선 그렇게 봐주시는 게 더더욱 좋고요. 그래야 저한테도 연기에 있어서 더 많은 기회가 올 것 같아요. 감독님이나 작가님, 제작자 분들도 저의 의외 면을 보시고 재미있다고 느끼시면 저를 써주시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조성규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확히 그게 어떤 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의외 면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죽었던 연애 세포도 다시 살아나게 하는 곳”, 이상윤은 산타바바라란 그에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산타바바라를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으면서, 관객들이 그곳의 매력을 꼭 알아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췄다. 개봉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짐짓 여유로운 듯 말했지만, 자신이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던 감정만큼은 꼭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산타바바라’라는 작품에선 저보다는 작품 그 자체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연기를 표현하려 했던 작품이었다기 보다는 작품의 색깔, 그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출연 결심을 하게 된 영화였어요. 연기로 지쳐있는 상황에 제게도 힐링이 돼 줬던 영화였던 만큼 작품의 자유로운 느낌에 공감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상윤은 자신의 존재감을 굳이 드러내려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작품의 향취를 고스란히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강조했다. 관객들이 자신의 시선에 감정을 대입해 작품에 녹아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상윤은 작품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자신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이상윤의 연기 지론 혜택을 입게 될 다음 행운의 여배우는 누가 될 것인지 자못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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