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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포가 기억하고 있는 이영표의 '헛다리짚기'

기억 속 ‘12번’ 모습 보여주며 아름다운 갈무리

(상암=뉴스1스포츠) 임성일 | 2014-07-25 22:11 송고

반팔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리고 다부지게 뛰어다니는 ‘12번’의 플레이를 오랜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지켜보는 기분은, 꽤나 자연스러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영표의 모습 그대로였던 까닭에 그리 낯설지 않았다.

K리그 별들의 잔치인 2014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 2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A매치 이상 가는 5만여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강한 빗줄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K리그 팬들은 아랑곳없이 대한민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겼다.

별들의 잔치인 ‘K리그 올스타전 with 팀 박지성’ 경기가 열린 2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반전 정대세(팀 박지성)가 팀의 두번째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국내팬들을 위해 선수로서 마지막 축구화를 신는 박지성과, 해설위원으로 축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초롱이" 이영표가 "팀 박지성"으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이 펼쳐진다. 또 한국 최고의 선수들로 꾸려진 "팀 K리그" 월드컵 스타 이근호, 김승규, 김신욱을 비롯해 차두리, 이동국 등 당대 최고의 축구스타들이 선발돼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2014.7.25/뉴스1

이번 올스타전은 박지성의 고별무대로 더 큰 과심을 모았다. 박지성 때문에 스승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찾았고, 박지성의 오랜 동반자 이영표 해설위원이 다시 선수로 변신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촉’이 살아 있는 예언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이영표는, 박지성만큼 반가운 얼굴이었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팬들이 기억하는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씩씩하게 소매를 어깨에 걸친 이영표는 다부지게 빗속을 뛰어다녔다. 필드를 떠난 것이 지난해 10월이다. 운동을 한참 쉬었다. 아무리 A매치 127회에 빛나는 ‘꾀돌이’이자 성실함의 대명사라 할지라도 예의 플레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필드에 서자 몸속 잠자고 있던 세포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비록 주력이 떨어지고 체력도 달라져 과거처럼 폭발적이지는 않았으나 볼 트래핑 하나하나는 지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민국 대표팀 왼쪽 측면을 지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서서히 몸이 풀리자 후배들 앞에서 특유의 ‘헛다리짚기’ 기술을 선보이며 과감한 돌파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저 예전 흉내에 그친 수준도 아니다. 전반 19분, 이영표는 빠르게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아주 멋지고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을 박스 안에서 정대세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내면서 도움을 기록했다. 스스로도 만족스러운지 주먹을 불끈 쥐며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던 모습은, 묘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박스 안에서 거구 김신욱을 막아내던 모습은 현역 시절 악바리 그대로였다. 전반 40분을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끝까지 성실했다.

그렇게 뛰었는데도 체력이 남았는지 이영표는 하프타임 때 열린 올스타 이어달리기에도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비록 선두는 아니었으나 후배들과 함께 씩씩하게 질주하던 이영표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아직 은퇴를 말하기에는 아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형태로의 축구 발전을 위해 활약할 것을 알고 또 믿기에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헤어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해설위원이든 행정가든, 이영표라는 축구인이 해줘야할 일은 많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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