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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미스터리]엇갈리는 마지막 행적 진술…진실은?

운전기사 양회정 “25일 새벽 숲속에 두고와” VS. 여비서 신씨 “25일 밤 별장 안에 숨어있어”

(인천=뉴스1) 홍우람 | 2014-07-26 03:34 송고
23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한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긴급 압수수색한 가운데 유병언이 도피자금을 숨긴곳으로 알려진 비밀공간이 공개되고 있다. 2014.7.23/뉴스1

숨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검찰의 순천 별장 압수수색 중 별장 내 비밀장소에 숨어 있다가 검거팀을 따돌렸다는 것이 검찰이 실토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시간대 유 전회장의 행적에 대한 운전기사 양회정(56·지명수배)씨와 유 전회장과 1달여간 동행한 여비서 신씨(33·구속기소), 즉 핵심조력자인 두 사람의 진술은 ‘모순’된다.

 

검찰은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숲속의추억’ 별장에 유 전회장이 숨어있다는 정보를 확보하고 지난 5월25일 밤 9시30분쯤 이곳을 급습했다. 2시간 동안 수색을 벌였지만 유 전회장은 없었고 대신 신씨의 신병만 확보했다.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신씨는 25일 새벽 별장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찾아와 유 전회장과 대화하는 걸 들었고 이후 잠에서 깨어나니 유 전회장 혼자 도피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신씨는 이 같은 진술을 내놓은지 1달 만인 지난달 26일 사실은 5월25일 검찰이 별장을 수색하는 동안 유 전회장이 별장 안 비밀장소에 숨어 있었다고 180도 진술을 뒤집었다. 전남 순천경찰서 측에서 별장에서 2.5km 떨어진 매실밭에서 나중에 유 전회장으로 확인되는 변사체를 확보한 지 2주째 되던 때다.

 

또 이 때는 검경이 구원파의 본거지인 경기 안성 금수원을 오가는 차량과 구원파 신도들의 휴대전화 통신 내역을 추적하면서 전남 순천, 해남 및 경기 양평 등 지역까지 수사망을 확대하던 시기였다. 유 전회장이 순천 별장을 빠져나가 제2의 은신처로 옮겨가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지난달 27일 검찰은 순천 별장을 재수색, 2층에서 통나무벽으로 가려진 9.9제곱미터(3평) 남짓한 비밀공간을 발견했다. 이 공간 맡은 편에는 소파로 가려진 또 다른 밀실이 있었고, 이곳에서 검찰은 유 전회장 것으로 추정되는 한화 8억3000만원, 미화 16만 달러(한화 약 1억6300만원)가 든 여행용 가방 2개만 찾아냈다.

검찰은 이후 이 돈을 찾으러 유 전회장과 도피조력자들이 다시 별장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별장을 감시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때였다.

 

결국 신씨가 한 달 만에 첫 진술을 번복해서 내놓은 두번째 진술에 따르면 검찰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공간에 있었으면서도 유 전회장을 찾아내지 못하고 놓친 게 된다.

 

하지만 유 전회장이 진짜 5월25일 압수수색 당시 비밀장소에 웅크리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날 수색 후 특정 시점에 한 명 이상의 도피조력자가 별장에 다시 숨어들어와 유 전회장을 도피시켰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유 전회장 홀로 별장 주변에 수사팀이 없는 안전한 시기인 것을 확인하고, 비밀공간에서 빠져나와 도주했으리라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발표에 따르더라도 신씨의 두번째 진술은 아직 ‘사실’로 확인된 상태가 아니다. 결정적으로 신씨의 진술은 현재 지명수배중인 유 전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씨의 처제 유씨의 진술과 완전히 어긋난다.

 

검찰은 별장을 압수수색하기 약 18시간 전인 25일 오전 3시10분쯤 양씨가 소나타 차량을 타고 전주로 향한 것을 포착한 바 있다. 양씨는 전주에서 처제인 유모씨를 급하게 방문해 유 전회장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5월30일께 유씨를 검거한 뒤 유씨로부터 “양씨가 ‘검찰이 들이닥쳐 유 전회장을 순천 숲속에 내려두고 왔다’며 ‘어서 구하러 가자’고 말해 집안 망할 일 있냐며 거절하고 양씨를 금수원에 데려다주고 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이 양씨의 처제 유씨에게 확보한 진술은 신씨의 첫 번째 진술과는 시간상 일치한다. 그래서 신씨의 첫 번째 진술에 따르면 유 전회장과 대화한 사람이 양씨이며, 신씨가 잠든 사이 양씨가 유 전회장을 도피시켰다는 추정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즉 유씨를 통해 들은 양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씨의 두 번째 진술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유 전회장 일가를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 역시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양씨와 신씨 두 사람 진술 중) 하나의 진술만 놓고 수사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고 어떤 진술이 사실관계에 부합할까 생각해서 여러가지 가능성 열어두고 추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검찰이 5월25일 별장 수색과정에서 비밀장소를 발견하지 못한 ‘실책’에 대해서는 비난을 모면할 길이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당시 비밀장소에 유 전회장이 있었는지 여부도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결국 양씨와 신씨의 진술 중 어느 것이 사실인지 해명되지 않는 이상 5월25일 이후 유 전회장의 행적은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25일 오후 지명수배중인 양회정씨 부부와 '원조 김엄마' 김명숙(59·지명수배), 대균씨 도피조력자 박수경(34·지명수배)씨가 이달 말까지 자수하면 불구속 수사 등으로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씨의 신병확보가 유 전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밝히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경찰은 25일 오후 유 전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도피조력자 박수경씨를 용인에서 검거했다. 




hong8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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