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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PEF 보고펀드, 인수금융 '디폴트'…LG와 '법적 공방'

보고 \'계열사 밀어주기로 상장실패\' LG \'가만 있다가 이제와서 생떼\'

(서울=뉴스1) 이지예, 문창석 | 2014-07-29 21:09 송고 | 2014-07-29 21:14 최종수정
토종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인수를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돈을 기한내 갚지 못하고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국내 펀드의 '인수금융 파산'은 과거 대선주조를 인수했던 코너스톤에 이어 두번째다.

보고펀드와 LG그룹은 이번 투자 실패의 책임을 놓고 법적 공방에 돌입했다.
보고펀드는 LG그룹이 LG실트론 상장추진을 일방적으로 연기해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다. LG그룹은 보고펀드가 숙고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손실이 커지자 애먼 상대에게 '생떼'를 쓰고 있다고 맞섰다.

25일 보고펀드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보고펀드는 인수금융 만기일인 이날까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다. 보고펀드는 지난 2007년 KTB 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부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 49%(7078억원)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보고펀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인수금융 2250억원을 빌렸다. 이 중 이날 만기를 맞은 대출금은 우리은행 900억원, 하나은행 450억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날 만기되는 채권에 대한 연장은 불가능하다"며 "오는 28일쯤 기한이익상실(EOD) 선언을 통지하고 이튿날 채권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협의를 거쳐 매각 여부와 매각 대행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LG실트론 인수금융 채권에 대해 이미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상장절차 중단으로 인한 투자실패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 (주)LG와 구본무 LG 회장 및 관련 임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이날 밝혔다.

보고펀드 측은 "지난 2010년 (주)LG와 주주간 계약을 통해 LG실트론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상장을 추진했다"며 "이듬해 하순 구 회장의 지시로 상장추진이 중단됨으로써 투자금의 회수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후 LG실트론의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인한 실적악화와 시장상황의 변화로 상장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투자금 회수와 유동화 기회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보고펀드는 당초 LG실트론을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수후 LG실트론의 가치가 업황불황 등으로 급속히 떨어지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지분 51%를 보유한 경영권자인 LG그룹과도 갈등이 생겼고 채권단마저 돈을 갚으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LG그룹은 보고펀드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 배임 강요와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LG그룹 측은 "보고펀드는 대규모 인수금융을 동원하고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없이 LG실트론에 과도하게 집중 투자했다"며 "그에 따른 어려움을 겪자 손실을 LG가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는 물론 사모펀드 투자원칙에도 어긋나는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는 분산투자와 전문화된 분야에 투자하는 다른 건실한 사모펀드와 달리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개인의 영향력으로 펀드를 구성해 부실하게 관리하고 운영해 온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투자 손실 보전을 위해 수만명에 달하는 (주)LG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이 입게될 피해를 도외시 했다"며 "LG실트론의 지분을 현재 기업가치보다 현저히 높게 매입해 달라며 (주)LG 경영진의 배임을 지속적으로 강요, 압박했다"고 강조했다.

LG그룹 측은 "LG가 주주간 계약서 상의 의무를 위반하고 LG실트론의 기업공개를 반대했다는 보고펀드 측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기업공개 연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하향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소액주주 피해가 우려돼 상장 연기를 제안한 것이고 보고펀드 역시 이와관련 어떠한 반대나 의사 표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이 지난 2011년 발광다이오드(LED)용 6인치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LG계열사인 LG이노텍과 손을 잡은 배경에 대해서도 추궁할 방침이다.

당시 LG실트론은 관련 웨이퍼사업에 1140억원을 투자한 뒤 2년간 36억원의 매출을 올린 채 사업을 물렸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이 시장 수요가 많던 2·4인치 웨이퍼사업을 선택하지 않고 굳이 LG이노텍이 필요로 하던 6인치 사업을 추진한 사유를 파악하기 위해 LG실트론 측에 주주장부 열람, 등사신청을 요구한 상태다.

보고펀드 측은 LG실트론이 LG이노텍과 사업을 추진한 것은 계열사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사업실패 원인과 책임을 따져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z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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