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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궁금해지는 '송일수식 두산 야구'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윤 | 2014-07-25 08:50 송고


송일수 두산 감독은 취임 전부터 화제가 됐다. 전임 감독의 급작스런 경질에 이은 취임이나 1군 코치 경험이 없는 최고령 감독이라는 점. 발 야구의 특징과 강한 공격력을 바탕으로한 뒷심의 장점을 보인 두산에게 수비를 강조한 '스몰볼'을 주문한다는 등의 행보가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반면 두산의 기존 장점과 송일수 감독의 세심한 야구가 결합되면 어떤 결과, 어떤 색깔이 만들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승부처에서 과감한 결단력을 보이는 감독’이라는 구단의 선임 배경 설명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두산 팬들은 지난 해 눈앞에서 놓친 한국시리즈 우승의 아쉬움과 베테랑 선수들이 FA로 떠난 허전함을 이를 통해 달랬다.

두산이 후빈기 시작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하락세가 가중되는 양상이다. 송일수 두산 감독의 야구가 궁금해지고 있다. ⓒNews1스포츠 / 두산 베어스 제공

그러나 후반기가 시작된 뒤에도 두산의 성적표와 경기 내용은 기대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리즈 재도전을 노리는 강팀의 모습이 아닌, 내부적인 혼란조차 극복하지 못해 허덕이는 약팀의 모습이 강했다.

투타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잦은 엇박자, 기동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야구, 시나브로 사라진 뒷심으로 '허슬두'의 모습이 온데간데없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 부진의 원인은 물론 선발진의 붕괴다. 에이스 니퍼트도 불안한 상태에서 노경은, 유희관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또 한명의 외국인 투수 볼스테드도 믿음직한 모습은 보이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고 선발진 붕괴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에도 아쉬운 면은 있다. 견고한 짜임새를 보였던 두산의 수비 및 강력한 폭발력을 보였던 타선, 그리고 지고 있던 경기 막판까지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던 집중력 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해에도 선발진의 붕괴를 경험했지만 타선의 폭발력과 야수진의 짜임새 있는 수비로 이를 극복했다.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성공시키면서 데이터 야구의 기반을 닦았고, 쉬어갈 곳 없는 강타선에서 터져나오는 한방 한방의 집중력이 상대를 끝까지 긴장시켰다. 선발진의 난조는 어떻게든 최소화 시켰고 경기 후반까지 이어지는 타격 집중력은 8회말에도 안심할 수 없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결코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바로 두산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러한 색깔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선발진 난조에도 해결책을 찾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 중심에는 송일수 감독이 있다. 송일수 감독은 취임 자리에서부터 ‘우연한 승리는 있어도 우연한 패배는 없다’며 기본을 강조했다. 그 기본은 수비였고 ‘스몰볼’이자 ‘지지 않는 야구’였다.

수비를 중심으로 타격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의도였고, 번트와 도루는 득점을 올리는 요소라 중요시 했다. 경쟁 체제보다 주전-비주전을 명확히 구분해 팀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속내였다. 뜻은 인정 할만 해도 '기존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는 야구 철학이었다.

그리고 '송일수 감독의 야구'는 시즌 초반이 지나면서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장기 레이스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임기응변이나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는 것이다.

수비를 강조했지만 실책 및 실책성 플레이가 속출하고 있다. 베스트9을 확실히 하겠다는 구상은 잦은 선발 자원 변경으로 퇴색했다. 승부처에서의 강한 결단력은 번트와 도루 등에 한정됐고, 이 조차 교과서식의 틀에 박힌 작전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가장 큰 고민이라던 백업 포수 부재는 안정된 모양새다.

안정적인 전력에서는 효과를 볼만한 전략일지 몰라도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위기 대응력과 준비에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4위는 지킬 것, 5할 승률은 유지할 것이라는 송 감독의 장담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최근에는 시즌 중의 승부처라 봤던 올스타 브레이크 전의 5할 승률 달성, 올스타 브레이크 때 집중 훈련했다는 수비에서도 실책이 늘었다. 선발진이 안정을 보인 것도 아니다.

단기적인 목표, 장기적인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송일수 감독은 주로 “투수진이 살아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실책이 어려운 경기를 만들었다”, “타선이 뒷받침 해주지 못했다” 등 뻔한 분석일 뿐 구체적 대안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두산이 젊고 가능성이 있는 자원을 풍부하게 갖춘 팀으로 통한다. 이들을 조합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선발진이 난조를 보이고 있다해도 충분히 예상됐던 사안이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좋은 자원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지지 않는 야구’를 추구했다는 점 또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너무 소극적이란 지적이다.  ‘이기는 야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지지 않는 야구'로는 가파른 상승세를 만들 수 없다는 비판이다. 

두산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3연전을 치른 뒤 또 다시 4일간의 휴식기에 돌입한다. 장맛비로 3게임 중 1게임 밖에 치르지 못했다. 휴식기 이후 4위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야 말로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면 두산의 올 시즌 가을야구 가능성은 사라질지 모른다.

“새로운 용병 투수가 제 몫을 해준다면 팀의 안정화가 가능할 것이다”라는 식의 말은 필요하지 않다. 두산의 저력을 살릴 수 있는 변화만이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ls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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