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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은 결혼 안 했어도' 김교식 이사장의 손자 얘기

전 여성부 차관..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장 활동

(서울=뉴스1) 배성민 | 2014-07-25 06:00 송고 | 2014-07-25 16:56 최종수정
김교식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장(전 여성부 차관)


김교식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법무법인 광장 고문)에겐 가끔씩 주말에 잠도 자러 오곤 하는 눈에 밟히는 손자.손녀가 있다. 김 이사장의 부인도 몇년 전 손자들의 아버지(딸만 셋을 둔 김 이사장의 사위는 아니다)가 겪은 산업재해 때문에 이리 저리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다.
지난 22일 만난 김 이사장의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가 말한 손자는 여성부 차관 시절 자매결연을 맺은 다문화가정(몽골)의 자녀들이다. 4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부부(한국인 남편-몽골인 부인)와 아이들에겐 김 이사장이 아버지요, 할아버지다.
처음엔 쑥스러워하던 첫째는 이제는 주말이면 김 이사장 부부 거실의 빈 침대에도 올라가 뛰어놀 정도가 됐고 초등학교에도 들어갔다.
그는 한국이 다문화정책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제도화된 나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책과 현실이 함께 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씁쓸한 면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탈북 가정과 결혼배경 다문화 가정 등을 제도적으로는 받아들이지만 맘을 열어주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가 헌신하는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은 2006년 재단법인 무지개청소년센터를 모태로 2012년 김 이사장 취임과 함께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김 이사장은 “탈북 청소년 중 여학생들은 특히 친구들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지 못 하고 겉도는 경우가 많다”며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한국에 온 성인 탈북자들과 달리 이들을 따라온 청소년은 그렇지 않아 적응도 어렵고 예민한 시기인 10대 여학생들이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중도입국 청소년'의 적응 문제도 큰 과제다. 이들은 대다수가 중국인 부모 사이서 태어나 한국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우리나라에 들어온 경우다. 한국에서 만나게 된 새 아버지와 낯선 환경, 이질적인 언어, 중국에도 한국에도 속하지 못 한다는 아쉬움 등 고통도 많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현재 1만8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김 이사장은 "이들의 적응을 위해 '레인보우스쿨'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레인보우스쿨을 통해 아이들은 한국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사회ㆍ문화를 체험하고 특기적성 교육, 진학 교육을 받는다.
불쾌한 기억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13살까지 중국-북한 국경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국내에 들어온뒤 중고교를 거쳐 서강대에 진학해 다문화정책의 해법을 고민한 탈북 대학생 한명은 현재 캐나다의 한 주의회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탈북자를 포함해 전세계적인 난민 문제 등도 그 학생의 잠재적인 연구 대상이다.
지난해 5월 그와 재단은 ‘아시아지역의 다문화사회 발전을 위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시아 각국의 정부인사, NGO(비정부 기구), 학자, 유엔 관계자들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했고 향후 우리의 경험이 공유하는 장도 마련되도록 했다. 현재는 당시 발표되고 추가 연구가 진행된 자료를 책자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30년 가까운 바쁜 공직생활 동안과 그 이후에도 평소에 주말이면 막내딸과 주말에 자전거와 등산을 함께 하는 자상한 아빠였다. 하지만 올해는 입시를 앞둔 딸을 데려가지 못 해 아쉬워하던 참에 다음달에 실컷 자전거를 탈 일이 생겼다.
다음달 중순에 레인보우 스쿨에 몸담고 있는 아이들 중 40여명과 함께 2박3일간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것. 중도입국 청소년이 제주도를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그는 개도국에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하는 사업에도 참여해 아프리카 가봉 수석고문과 해외원조 NGO인 글로벌 투게더 이사를 맡고 있다. 탄자니아 유소년 축구팀을 지원하는 서포터즈가 올해의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따돌림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은 미래 한국의 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경제적 지원 외에 또래 청소년 간에 다문화 감수성을 높여주는 것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고 다름이 장애가 아닌 자원이 되는 세상이 그가 꿈꾸는 나라다.


baes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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