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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몸 숨긴 별장 통나무 벽안을 가보니…

출입문 등을 철저하게 위장…다시 찾은 경찰도 허둥

(순천=뉴스1) 서순규 | 2014-07-24 13:16 송고
23일 경찰은 유병언씨가 은신했던 순천시 송치재 인근 '숲속의 추억'을 공개했다.. 유씨는 이 별장내 벽안의 은신처에서 검경의 압수수색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7.23/뉴스1@news1서순규 기자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검·경의 압수수색 당시 몸을 숨긴 전남 순천시 학구리 송치재 인근 '숲속의 추억' 별장 벽안은 다시 현장을 찾은 경찰도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교묘하게 위장돼 있었다. 

전남경찰청은 23일 지난 5월25일 검·경의 압수수색 당시 유씨가 몸을 숨긴 별장과 별장 벽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40 여평 크기의 '숲속의 추억'은 둥근 원목을 잘라 겉면과 내부 벽에 붙였다. 이 곳에 은신해 있던 유씨는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숨기기 위해 건물 안팎의 전등일체를 사용하지 않고 내부에서 스탠드만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별장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좌측에 부엌이 있다. 그 옆에 콘크리트로 된 또 하나의 건물이 있었다. 유씨가 기거했던 곳으로 보이는 방이다. 

유씨의 방 출입구 앞에 놓여있는 책상위에는 커다란 스케치북 4권과 스탠드 두 개, 지도, 메모지 등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방 출입구 우측 안쪽에는 유씨의 도피를 도운 사람이나 그 곳을 드나들던 사람들이 기거한 것으로 보이는 모기장으로 만든 별도 공간이 있다. 그 앞쪽으로 쇼파와 생활용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유씨가 기거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안은 화장실과 거실 등이 배치돼 있다. 곳곳에 책상이 놓여 있고, 책상 위에는 책과 스케치북, 메모지 등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방안 화장실 좌변기 옆에도 유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낙서장 등이 있었다.     

이 방과 붙어 있는 부엌 옆 2층 다락으로 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6인용 쇼파가 놓여 있다. 이 쇼파의 등쪽, 즉 뒷면에 돈을 숨겨둔 금고 출입구가 있고, 반대쪽에는 유씨가 당시 몸을 숨긴 곳으로 드러난 벽장안 은신처가 나온다. 모든 벽면에 둥근 원목을 길게 잘라 붙였기 때문에 문인지, 벽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돈을 숨겨놓은 금고나 은신처로 활용한 벽장안 공간도 눈으로는 쉽사리 출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출입구임을 아는 사람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벽면을 뜯고 들어가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별장 내부를 브리핑를 하는 경찰 과학수사팀장도 은신처의 출입구를 찾지 못해 몇 번을 손으로 벽을 두드리면서 확인할 정도였다.  

금고의 출입문 크는 넓이 50㎝, 높이 2m 정도이며, 내부에는 2.5평 남짓한 공간이 또 있었다. 검찰이 23일 공개한 유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한화 약 1억6300만원)가 있던 곳이다. 현금뭉치는 여행용 가방 2개 안에 4, 5번으로 기재된 띠지와 함께 발견됐다.

유씨가 검·경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도피공간으로 사용된 별장 벽안 공간은 금고와 불과 6~7m 떨어진 거리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이곳 역시 원통나무를 길게 잘라 벽면에 붙였기 때문에 눈으로 출입구를 찾기는 힘들다. 벽 틈사이로 불빛도 들어오고 사람이 오고가는 것을 확인 할수 있었다.    

별장에서 검찰에 체포됐던 신모씨 주장대로라면 유씨는 벽면 틈으로 검경의 압수수색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넓이 50㎝, 높이 110㎝ 크기의 통나무 벽 출입구를 뜯어낸 벽안 공간에는 3평 남짓한 은신처가 나왔다. 안쪽 푹 꺼진 공간 바닥에는 팔뚝 크기만한 각목을 놓고 그 위에 스티로폼을 얹어 놓았다.    

공간 안쪽에는 잠금장치가 있었고 외부에서 봤을 때 통나무를 잘라 만든 벽처럼 위장했다. 전체적으로 창고같은 공간이었다.

비록 외부인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당시 검·경 수사팀이 신중하게 수색했더라면 유씨를 검거해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에 한발짝 더 다가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은 공간이었다.


s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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