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檢 “유병언, 순천 별장 압수수색 때 벽 안에 은신”(종합)

檢 “변사체 발견 허망한 심정…유병언 아니었으면”

(서울·인천=뉴스1) 진동영, 홍우람 | 2014-07-23 18:54 송고 | 2014-07-23 19:04 최종수정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밭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22일 전남 순천시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에서 바라본 도로. 2014.7.22/뉴스1

시신으로 발견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 5월25일 전남 순천 별장 압수수색 당시 도망치지 않고 도피공간으로 마련된 별장 벽 안 공간에 숨어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2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유 전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착수 후 수사상황을 밝히면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지난달 26일 전남 순천 별장 ‘숲속의 추억’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체포했던 여성 신모씨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날 때까지 유 전회장이 별장 내 은신처에 숨어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신씨는 체포 후 5월28일 검찰조사 당시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보니 성명 불상의 남자가 유 전회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시 잠에 들었다 깨보니 유 전회장이 혼자 사라지고 없었다”며 "압수수색 당시 이미 유 전회장이 별장을 빠져나간 상태였다"고 진술했었는데 이를 번복한 것이다.

 

검찰은 신씨가 검찰의 수사를 혼란시킬 목적으로 검찰에 이같은 진술을 했다가 번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진술 확보 후 급히 별장으로 내려가 현장을 확인했고 별장 2층에서 통나무 벽을 잘라 만든 3평 남짓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간 안쪽에는 잠금장치가 있었고 외부에서 입구에 딱 맞도록 통나무를 잘라 끼워 위장한 상태였다.

 

검찰의 재수색 당시 유 전회장은 해당 장소에 없었고 유 전회장 것으로 추정되는 여행용 가방 2개만이 발견됐다. 가방 안에는 4, 5번으로 기재된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한화 약 1억6300만원)가 있었다.

 

가방에는 돈을 담을 수 있는 공간 일부가 비워져 있어 유 전회장이 도피과정에서 일부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검찰은 유 전회장이나 그의 측근이 도피자금을 찾기 위해 이곳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잠복을 하는 등 감시를 벌였지만 유 전회장의 흔적을 발견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시점은 경찰이 이미 인근 매실밭에서 유 전회장의 것으로 확인된 변사체를 발견한 이후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감시였던 셈이다.

 

검찰은 유 전회장을 놓친 뒤인 5월26일 전남지방경찰청에 의뢰해 별장에 대한 정밀감식을 실시했지만 당시에는 이 은신처를 발견하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부실수사’라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에 대해 “다른 도피 의심지역에 대한 조사도 중요했기 때문에 완전하게 촘촘히 막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유 전회장의 운전기사였던 양회정(56)씨의 처제 유모씨 등 조사를 통해 양씨가 “유 전회장을 순천의 인근 숲 속에 내려주고 왔다”는 얘기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유씨 진술에 따르면 양씨는 5월25일 새벽 쏘나타 차량을 타고 전주의 유씨를 찾아와 이같이 말했다. 양씨는 유씨에게 “유 전회장을 구하러 가자”고 제안했는데 유씨는 “온 집안 망할 일 있냐”며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대신 양씨를 경기 안성의 금수원에 데려다 줬다고 했다.

 

순천 압수수색 이후 구원파 신도들과 유 전회장의 측근들은 전남 해남에 도피물자로 추정되는 물건들을 트럭으로 옮기는 등 검찰의 수사망을 돌리려 위장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또 최근까지 유 전회장의 측근들이 경기 양평에서 연락을 빈번이 주고 받으며 펜션을 빌리려 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곳을 새로운 은신처로 보고 추적작업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구원파 신도들을 체포해 조사한 결과 유 전회장의 매제인 오갑렬(60) 전 체코대사가 구원파 신도 소유의 양평 별장을 둘러보고 도피준비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 전대사는 별장주인 신도에게 5500만원을 도피자금으로 맡기기도 했다.

 

검찰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최근 오 전대사를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국내 도피 중인 유 전회장의 장남 대균(44)씨의 소재와 관련해서는 “검거와 관련된 단서가 최근에도 나온 것이 있다”면서도 “검거와 관련된 사항이어서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순천 변사체 신원확인 결과를 21일 밤에 통보받은 뒤 허망하고 허탈했다. 사체가 유 전회장이 아니길 바랐다.”며 “그동안 모든 노력을 다해 추적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유 전회장을 검거하지 못하고 변사체로 발견하게 돼 할 말이 없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발견된 시신이 유 전회장이 아닐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그러길(유 전회장이 아니길)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chindy@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