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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 “뜸해지는 발길, 잊혀지는 세월호…잊지말아요”

서울광장·안산 합동분향소 조문객 급감…“잊혀지는 것이 사실”

(서울=뉴스1) 권혜정 | 2014-07-24 06:05 송고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2014.7.23/뉴스1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위에는 '마지막 한 분까지'라는 문구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수백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나 몇몇의 외국인과 시민만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뿐 대부분의 시민들은 스치 듯 분향소를 비켜가며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이 가운데 국화 한 송이를 받아 조문을 마친 대학생 유민수(20)씨는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가 발생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친구들 역시 처음에는 세월호 참사 이야기만을 하다가 이제는 각자의 일상을 살아 가고 있다"며 "언론 등이 나서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캠페인 등을 벌여 국민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세월호 수색 지원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다 사망한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분향소를 찾았다는 신소연(23·여)씨 역시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는 것이 어쩔 수는 없지만,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잊지 않을게', '항상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리본에 거뭇한 먼지가 앉을 만큼 세월호 참사 이후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세월호 참사를 향한 시민들의 관심도 뜸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광장에 세월호 합동 분향소를 설치한 서울시는 조문객 대기 천막 3개 동을 철거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급감한 조문객수와 본격적인 우기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다.

실제 서울광장의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최근들어 부쩍 줄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2일 오후 1시 기준 총 28만9408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찾았으나 참사 직후 2주간 일평균 1만3800명이던 조문객은 최근 2주간 일평균 470명으로 뚝 떨어졌다. 참사 직후인 4월29일에는 4만2610명의 시민이 찾았던 분향소였다.

세월호 참사 직후 서울광장을 빙 둘러싸던 조문객들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분향소 안내 지원을 나선 서울시 관계자 역시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여전히 이어지긴 하지만 참사 직후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분향소 초기 넘쳐나는 조문객을 감당할 수 없어 지원에 나섰던 대한적십자사 봉사단 역시 최근부터 오후에만 지원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안산에 위치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의 상황도 비슷하다. 안산시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총 61만2999명의 시민이 해당 분향소를 찾았으나 참사 직후 일평균 3만1273명에 달하던 조문객은 최근 2주간 일평균 574명에 그쳤다. 안산 합동분향소는 참사 직후인 4월26일 하루에만 4만6825명의 조문객이 찾았던 곳이다.

서울시와 안산을 포함해 참사 직후 전국에 설치됐던 합동분향소도 역시 대부분 종적을 감췄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전국 128개에 이르던 합동 분향소 수는 이달 21일을 기준으로 21개로 뚝 떨어졌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급감하는 조문객의 수를 이유로 분향소를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일부 보수단체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는 거짓 폭력'이라는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지난 21일 오후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특별법 촉구 서명대를 발로 차는 등의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연행됐다.

또 지난 18일에는 보수단체 엄마부대 봉사단이 농성장을 찾아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시민들의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여전히 10명의 실종자가 차가운 바닷속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다리고 있고, 팽목항에도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이처럼 시민들의 관심은 점차 식어만 가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 박모(27·여)씨는 "세월호 참사가 100일째를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참사 직후에는 24시간 내내 참사와 함께 생활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는데 어느덧 잊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여름철이 오다보니 참사가 더욱 쉽게 잊혀지는 것 같다"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고 실종자도 남아 있지만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만 좀 하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그는 "그래봤자 아직 참사 이후 고작 3개월 지났을 뿐"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수백명의 무고한 학생과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대참사기에 기억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33)씨 역시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참사 이후 달라진 것이 하나 없다"며 "국민들이 참사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참사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로 매듭을 지어주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세월호 참사 문제는 단순히 '세월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참사 당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대한민국 시스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입장은,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재발할 수밖에 없기에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관심이 사라지고 일부 보수단체가 '이익집단'이라며 난동을 부리는 것에 상처를 받긴 하지만 유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의 건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 역시 '잊혀질 것 같다'라는 마음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대참사가 그동안 반복되는 것을 막고자하는 마음이 단식농성과 행진 등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지금도 국민들의 많은 지지가 있지만, 언젠가는 모든 국민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힘을 모아주길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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