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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100일]‘포기할 수 없는’ 애타는 가족들

(광주=뉴스1) 박중재 | 2014-07-23 15:53 송고

 세월호 참사 100일쨰인 24일 진도실내체육관은 시신이 수습된 유가족들이 떠나면서 대부분의 자리가 비어 있다.© News1


"생떼 같은 자식을 죽여 놓고, 뭘 했는지 기가 막히죠."

세월호 참사 100일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 이날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10명 중 7명의 가족이 이곳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직도 자식과 남편, 부모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쳐 할 말을 잃었다.

차디찬 바닷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지만 메마른 눈물에 빨리 시신이라도 인양됐으면 하고 바라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황모 양의 어머니(50)는 "수학여행 간다고 좋아하던 외동딸을 배웅해 준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말썽 한 번 안부리던 지현이가 지금도 곁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무런 잘못도 죄도 없는 애가 실종된지 100일 됐는데도 생사도 확인해주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정부냐"며 "외할머니 꿈에는 나타나는데 부모 꿈에는 나타나지 않은 것 보니 좋은데로 간 것 같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실종된 단원고 양모 교사의 부인(57)은 머리맡에 남편과 가족의 캐리커처를 두고 애타는 마음을 달랬다.

그는 "오늘도 남편이 '내일 출근할 옷을 빨아 달라'는 꿈을 꿨다"며 "여전히 살아 있고 먼 여행을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가 건네 준 아이스크림을 보고선 "딸을 임신했을 때 남편이 퇴근때마다 항상 사다주던 것"이라며 "31년 결혼생활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은 몰랐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또 "남편이 내 콸콜한 성격에 '성질만 죽이고 살면 뭐든지 해줄게…'라고 항상 말했는데 그 말이 너무 듣고 싶다"고 애타는 그리움을 표현했다.

세월호 특별법,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망설 등에 대해선 정부와 정치권, 검경에 대한 원망섞인 질타도 쏟아냈다.

실종된 단원고 한 학생의 가족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에는 정부와 정치권이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해 놓고는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참사의 원인을 밝히려는 의지도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책임에 대한 국민적 시선을 돌리기 위해 '유병언 잡기'에 올인했으면서도 참사 100일을 앞두고 시신을 발견했다고 하는 것은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고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팽목항 입구에는 10명의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News1

세월호 침몰로 싸늘한 주검을 맞았던 '통곡의 항구' 팽목항은 '기약없는 기다림의 항구'로 변했다.

단원고생 2명과 교사 1명 등 3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팽목항에는 희생자들의 명복과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과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내건 실종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적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에 추모객들은 실종자들의 혼령이 '소리없는 아우성'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홍기(58) 광주 고려중 교사는 "유병언 회장이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보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방학이 시작되자 마자 팽목항을 찾았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세월호 참사가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국민 모두가 맡은 분야에서 자신에 주어진 소임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팽목항은 시신을 수습한 유가족들이 떠나고 그동안 북적였던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주춤해지며 한적한 분위기였다. 대신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언론사 기자들과 방송차량들이 줄을 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운영되던 식당도 6곳에서 2곳으로 줄어들었다. 팽목항에 거주하는 실종자 가족들과의 인터뷰는 이들의 요청을 이유로 경찰이 접촉을 철저하게 제한했다. 

대신 가족들의 분위기는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부터 실종자 가족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재난구호 조성매(61) 이사장이 전했다.

조 이사장은 "팽목항에 있는 가족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실천' 대신 '거짓말'만 하며 상처가 깊어지고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다리면 되겠지'라는 소망을 줘야 하는데 마지막 시신이 수습된 지 한참이 지났고 계속 부정적인 얘기만 나오며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에서 가족들을 돕고 있는 배의철 변호사(세월호 특별위원회 간사)는 "감사원에서 밝혔 듯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국가의 무능함인데 정부와 언론이 참사의 초점을 유병언으로 돌리며 실종자 가족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실종자들에 대한 책임있는 수색과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e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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