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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울시 지하철 징계, 성급하진 않았나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에 48명 문책
경·검찰 등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대응해 논란

(서울=뉴스1) 정혜아 기자 | 2014-07-06 05:43 송고


© News1

"무고한 시민 447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단 사실에 중점을 뒀습니다"

지난 5월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발생 당시 어깨가 골절되면서까지 제동을 걸었던 기관사 엄모씨에 대한 문책이유를 서울시에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서울시 감사관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메트로 감사실에 공문을 보내 추돌사고 관련자 48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앞 전동차 기관사와 신호관리 직원 등 24명에게는 중·경징계를, 추돌한 전동차 기관사 엄씨 등 24명에게는 경고·주의 처분을 지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어 "기관사들이 승무교대를 하면서 앞 전동차와 뒷 전동차의 운행사항을 파악해야 한다"며 "엄씨는 이 부분에서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사고발생 당시 기민하게 대응했으나 사고가 일어났기에 엄씨의 잘못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감사관 관계자는 "서울시 자체검사를 통해 추돌사고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경찰이 아직 관련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 시점에서 서둘러 징계했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서울시 정무라인 관계자에 따르면 박 시장 역시 검찰수사가 끝나기 전에 문책을 요구한 것에 대해 성급한 측면이 있었음을 지적했다고 한다.

서울메트로 측에선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하는 서울시가 사고원인이 발표되기 전에 '꼬리자르기' 식으로 미리 관계자들을 솎아내고 있는 것 아니냐(모 임원)"는 볼멘 소리까지 들렸다.

바둑에 '착점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돌을 만지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바둑판에서 초보자들이 패하게 되는 원인으로 상대방 응수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돌을 쥔 채 미리 다음 수를 생각하는 '성급함'이 꼽힌다.

서울시도 조사결과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서둘러 조치를 매듭지을 경우 검경 등의 수사결과에 따라 논란을 자초한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아직 문제를 바로잡을 여지는 있다. 서울시의 경우 최종적으로 문책을 결정하기 전에 재심의 과정을 통해 결정을 보류할 수 있다.

성급했던 문책결정이라는 지적이 적잖은 만큼 문책에 대한 메트로 측의 재고요구를 수용하고, 한 발짝 물러나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으면 한다.


wit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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