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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마하경영' 알고보니…'21년전 신경영에 담겨있네'

'신경영' 철학에 인재경영 창조경영 마하경영 모두 담겨있어
"이건희 회장의 아이디어 모두 실현됐으면 삼성 더 달라졌을 것"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06-07 22:09 송고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호텔에서 임직원들에게 호통치며 한 말이다. 이 회장이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며 '신경영'을 선포한지 올해로 꼭 21년째다.
'신경영'은 삼성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놨다. '신경영'은 임직원들에게 단순히 '바꿔라'는 주문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의 나아갈 방향과 삼성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등을 함께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신경영'을 임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무려 350시간을 토론했다. 신경영을 선포한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베를린, 로잔, 런던을 거쳐 서울 도쿄 등 8개 도시를 돌며, 1800여명의 임직원들과 토론을 벌였다. 토론을 통해 이 회장은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하는 한편 임직원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삼성 블로그 캡쳐© News1

350시간에 이르는 토론은 삼성의 사내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전직원들에게 전달됐다. 당시 신입사원들은 출근해서 하루종일 신경영 영상을 보다가, 미처 다 보지못한 내용은 테이프로 빌려 집에서 다시 봤을 정도였다.

삼성 임직원들 뼈속까지 스며든 '신경영'은 이제 삼성의 뿌리로 뻗어있다. 요사이 경영화두가 되고 있는 인재경영이나 창조경영도 이미 신경영에 고스란히 들어있는 경영철학이다. 지난 4월 삼성이 '초일류 도약의 한계 돌파를 위해 모든 것을 바꾼다'고 선언한 마하경영의 뿌리도 신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회장은 이미 93년에 신경영을 설파하면서 "비행기가 뜨려면 1분 이내로 1만미터(3만3000피트) 상공으로 올라야지 중간에 멈추면 폭발하거나 주저않는다"는 마하경영에 대해 강조했던 것이다.
이 회장의 아이디어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고 공격적인 아이디어도 많았다. 전 임직원을 한 빌딩에 모이도록 하고 삼성 임직원들이 모두 거주하는 복합타운을 짓자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서울 본사와 수원 사업장을 전용 열차로 연결하고 농업을 본격적으로 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당시 삼성에 다녔던 임직원들은 "이건희 회장의 아이디어가 모두 성사됐다면 삼성은 지금과 또다른 차원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병원에 대형 슈퍼마켓을 짓고 문화센터까지

이 회장은 신경영을 선포할 당시 '복합화'란 개념에 집중했다. 복합화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병원이었다. 당시 삼성은 일원동에 삼성서울병원을 짓는 중이었다.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한 사람이 아프면 집안 사람들 10명, 20명이 병원을 찾는데 얼마나 낭비인가"라며 "병원은 병을 똑바로 낫게 해주면 되지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쓸데 없이 시간을 보내지 말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뒤를 이었다. 우선 병원 지하에 대형 쇼핑몰과 대형 주차장을 짓자고 했다. 병문안을 온 사람이 병문안을 겸해 쇼핑을 하고 가면 그만큼 시간 절약이 된다는 아이디어다.

병원 인근엔 간호학교를 짓는다. 간호사 교육을 받는 이들에겐 1~2학년 교과과정에서 인성교육을 집중하고 3~4학년엔 실습을 통해 병원 시스템을 배우고 병간호를 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병원 입장에선 풍부한 우수 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환자들도 전문화된 병간호를 받을 수 있다.

아이디어는 더 퍼진다. 병원이 병을 낫기만 하는게 아니라 건강을 지키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병원 내에 문화센터를 짓고 헬스클럽 수영장 대형 운동장도 짓는다. 이런 병원을 삼성 사업장이 있는 전국에 세우고 글로벌 생산 기지에도 세우자는 아이디어까지 이어졌다. 도시가 커져 부도심으로 편입된 위치의 골프장을 병원으로 바꾸자고까지 했다.

이 회장은 이같은 병원 시스템을 수출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냈다. 이 회장은 "병원에서 돈 벌지 않아도 잘 운영하면 전세계에서 병원을 지어달라고 주문이 쇄도할 것"이라며 "이 주문만 활용해도 삼성건설이 10년 20년은 먹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전경 © News1 손형주 기자

◇삼성이 농업에 진출했다면…

아디이어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병원과 쇼핑몰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먹거리다. 이 회장은 병원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농산물도 직접 생산해볼 것을 권고했다.

이 회장은 "한국 농업이 대형화해야 하는데 50평 100평으로 쪼개져 있으니 생산성이 높지 않다"며 "대형 농기계를 통해 자동화한다면 생산성도 높이고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구체적으로 거제도에서 농업 현대화를 진행할 것을 아이디어로 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면 반발이 커질 것인만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거제도에서 실험적으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지역 농민들에게 5년 내지 10년치 평균 농작물 수확량을 조사한뒤 이보다 10~15%를 더 돌려줄 것을 보장하고 농지를 임대한다. 이렇게 임대한 농지를 대형화해 대형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를 통해 경작하고 자동화하는 것이다.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대규모 농지를 활용하면 일부 땅은 놀리고 번갈아가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일부 토지엔 퇴비를 썩힐 수 있도록 해 땅을 비옥하게 하면 농약을 쓰지 않아도 병충해에 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농기계는 대형화한다. 소형 농기계 회사를 합병해 미국 일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한 뒤 대형 농기계를 만들면 고장도 적고 효율은 그만큼 높일 수 있다.

이 회장은 "장담하건대 농산물 생산 효율이 30~50%는 높아질 것"이라며 "직접 생산해 병원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에게 팔면 비용도 싸고 질은 더 좋고 모두에게 이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농업에선 직접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며 "우리는 농기계를 만들고 농업을 짓는 노하우만 확보해 이를 먹거리로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6월 13일 푸랑크푸르트 호텔에서 신경영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 News1


◇복합빌딩으로 시간 효율화…7.4제로 재탄생

이 회장은 무형의 시너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삼성동 서초사옥과 타워팰리스, 7.4제 실험 등은 무형의 시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변형된 것이다.

이 회장은 교통 체증 등으로 낭비하는 시간을 아까워했다. 출퇴근에 1시간씩 걸려선 업무 효율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수평적 이동을 수직적 이동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100층짜리 고층 건물에 임직원들이 모두 모이는 것이다. 분속 600m 의 고속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모이려면 40초내에 모일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비용이 많이 들 것을 우려해 50층까진 분속 300m 엘리베이터를, 50층 이상은 분속 600m 엘리베이터를 놓자고 했다.

병원을 중심을 다양한 시설을 복합적으로 설치했듯 빌딩도 복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구상한 것이 서초사옥이고 타워팰리스 아파트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모든 임직원이 모여 살기는 불가능하다. 삼성은 대신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차원에서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이란 파격적인 업무시간 실험을 갖기도 했다.

또 이 회장은 서울 본사와 수원 사업장은 셔틀버스가 아닌 전용 열차로 연결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이 역시 각종 규제 논리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다. 농업 진출, 병원내 쇼핑몰 건설 등도 각종 규제 탓에 실현되지 못하고 사장된 아이디어들이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회의 장면. © News1

◇삼성, 조용한 신경영 기념..이회장 쾌유 기원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포에 앞서 불량품에 대해 경종을 올리고 질의 경영을 할 것을 권고했다. 불량 세탁기와 무선전화기 화형식을 갖기도 했다. 이 회장은 불량률을 줄일 것에 대해 무조건 호통만 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물건을 만들고 경영을 할지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삼성은 신경영 선언 3년 만에 연평균 17%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 삼성그룹 전체 이익은 8000억원이었으나 2012년 이익은 38조원으로 무려 47.5배 늘었다. 매출액은 29조원에서 384조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은 올해 신경영 선포 기념일엔 별도의 행사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상태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은 지난 3일 사내 방송을 통해 신경영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또 삼성 사내 인트라망을 통해 이 회장의 쾌유를 기원하자고 했다. 삼성은 "회장님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을 모아 신경영의 의미를 다시 새겨봅니다"고 전했다.

한 직원은 "신경영을 통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이건희 회장이) 다시한번 삼성의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다.


xpe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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