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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영화 '변호인'과 '노무현'이란 세 글자

"모티브 따왔지만 전기영화는 아니다"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3.11.19 09:33:24 송고


영화 '변호인' 송강호의 캐릭터 포스터(왼쪽)와 공식 포스터(배급사 NEW). © News1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1946~2009)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19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노무현'이라는 세 글자는 나오지 않았다.


'변호인'은 1981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림하던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부림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실제 사건과 인물 모두를 재구성해 영화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부림사건은 당시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한 뒤 불법 감금, 고문한 용공(容共) 조작사건이다. 노 전 대통령과 고 김광일 변호사, 문재인 민주당 전 대선후보 등이 무료로 변론을 맡았었다.


영화 '변호인'의 경우 1981년 부산의 속물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 분)의 재판 변호를 맡기로 하면서 다섯 번의 공판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과 주연 송강호는 제작보고회에서 노 전 대통령과 부림사건에서 이 영화가 출발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직접 호명하진 않았다. 대신 '잘 알고 계시는, 돌아가신 그 분'(송강호)이나 '특정 인물'(양 감독) 등으로 갈음했다.


영화를 소개하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에서도 그렇다. 부림사건이 영화 모티브임을 밝히면서도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와 노 전 대통령을 나란히 놓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영화 홍보대행사 퍼스트룩 측은 "모티브를 따온 것은 맞지만 '변호인'은 전기영화가 아니다. 극화된 부분이 많다"면서 "관객 분들이 보실 때 객관적으로 보실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배우 송강호, 그룹 제국의아이들 임시완, 배우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왼쪽부터)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변호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변호인(양우석 감독)'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12월 19일 개봉된다. 2013.11.19 /뉴스1 © News1



양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쓰면서 모티브는 모티브로 남고 영화는 영화로 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사실을 왜곡하거나 미화한 일은 없다"고 연출 방향을 밝혔다.


양 감독은 "모티브보다도 더 중요한 건 치열한 시대에 상식적으로 살려고 했던 인물의 모습이다. 극 중 송우석 변호사가 학생 진우를 변호한 본질적인 이유는 상식을 지키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강호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영화는 정치적 잣대로 평가받으려 출발하지 않았다. 대중영화라는 출발점에서 그 시대에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현재의 사람들에게 많은 느낌을 주려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굳이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배경에는 영화가 공개되기 이전에 정치적인 선입견으로 판단받고 싶지 않다는 저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아직 언론시사회를 갖지 않았음에도 포털사이트에서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낮은 평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평점 1점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개봉까지 한 달이 남고 예고편밖에 공개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19일 현재 '변호인'의 네이버 평점은 5.87점(10점 만점)인 상황이다.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홍길동은 신분사회라는 굴레 때문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 J.K. 롤링의 판타지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사들은 악의 화신 '볼드모트'의 이름조차 부르기 꺼려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이와 같은 허구의 세계는 작금의 현실과도 겹쳐진다.


'변호인'의 출발점임에도 노 전 대통령의 실명 언급을 피할 수밖에 없는 사정, 영화가 개봉과 언론시사회 전부터 평점 전쟁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에 송강호의 발언이 생각날 뿐이다. "우리들의 가장 큰 변호인은 관객들이다. 우리의 힘이자 듬직하고 가장 강력한 동반자다."


gi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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