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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막걸리공장 넘치는데 공장건립 '술취한 행정'

막걸리업체 8곳 반대···경기도에 찍힐까봐 속으로 '끙끙'

(서울=뉴스1) 이은지 기자 | 2013-10-13 20:59 송고 | 2013-10-14 02:46 최종수정

김문수 경기도지사© News1 송용환 기자


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이하 경기막걸리사업단)이 막걸리업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 예산 20억원이 투입되는 '공동막걸리생산공장' 설립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역전략식품산업육성사업'의 일환인 경기막걸리사업단은 2011년 출범이후 사무국 직원들의 비전문성, 운영위원회 파행운영, 출시제품 실패 등으로 사업 효과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14일 뉴스1이 단독입수한 '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 자회사 설립' 관련 문서에 따르면 경기막걸리사업단은 공동막걸리생산공장 설립을 반대해온 8개 업체 가운데 6개 업체에게 자회사 설립 참여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회사 설립은 공장설립을 위한 사전단계다. 경기막걸리사업단을 관리감독하는 경기도 관계자는 "오는 26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모처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이달 말까지 자회사 설립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달부터는 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막걸리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막걸리업체 13곳 가운데 8곳은 공장설립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막걸리 열풍이 꺾이면서 이미 설치된 막걸리공장의 가동률이 20~50% 수준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설비과잉이란 지적이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공장이 남아도는데다가 공장설립이 반드시 필요한지 타당성 조사조차 없었다"며 "공장설립 이후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구체적인 사업전략과 실행계획도 없이 무조건 공장을 짓기 위해 급하게 일을 진행한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더욱이 공장설립 이후 실제 사업을 위한 치밀하고 구체적인 세부 사업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설립될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공동브랜드 '숨'과 '오늘우리'는 경기막걸리사업단이 20억원을 들여 출시했지만 이미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숨'이 판매됐지만 잘 팔리지 않아 대부분의 대형마트에서 빠졌다"며 "우리 공장에서도 '숨'을 생산해봤지만 판매할 곳이 없어서 생산을 중단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공장설립이 경기막걸리사업단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안이고, 농식품부가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이상 계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억지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나조차도 공장설립을 처음에는 반대했다"며 "하지만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쳤고, 대안이 없기 때문에 차선으로 공장설립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업이 잘못돼 왔고 이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인적쇄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사업을 주문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 행정 편의적 형식논리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막걸리업체들은 운영위원회가 파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올 1월에 공장설립이 아닌 입국시설을 설치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하는 안이 정상 절차에 의해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공장설립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되고 이 안이 통과될 때까지 운영위원회를 3~4차례 계속 열더니 결국 그에 실망한 막걸리업체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하지 못했을 때 경기막걸리사업단 사무국 주도로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당초 통과된 안은 입국공동생산시설과 유통시설을 설치하고 통합홍보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입국공동생산시설 비용은 9억원 수준으로 공장설립 비용(21억~24억원)의 1/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입국은 막걸리 원료이기 때문에 각 업체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고, 공동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동마케팅의 한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반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10억원 넘게 절감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고, 경기도막걸리 부흥을 위한 콘텐츠 마련에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장설립 안이 통과되면서 홍보나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었고 여유자금이 한푼도 남지 않게 됐다. 경기막걸리사업단이 3년간 지원받은 50억원 가운데 20억원은 제품 개발 실패로 날려버렸고, 나머지 30억원은 공장설립에 대부분 투입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농식품부가 잘된 사업단에 지급하는 추가지원을 받으면 된다는 태도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지원이 끝나도 2년간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그 비용으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추가지원은 3년간 사업 평가를 바탕으로 잘한 사업단에 한해 농식품부가 선정해 지원한다. 경기막걸리사업단은 지난 3년간 '숨'과 '오늘우리' 제품을 개발한 것 이외에 한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경기도는 추가지원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안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용역보고서에는 기반시설에 비용을 모두 쏟아 붓고 정작 사업을 추진할 비용이 없어 실패한 사례가 많은 만큼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공장설립을 재검토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 경기도관계자는 "영세한 막걸리업체들을 위해 공동공장을 설립할 수밖에 없고 공동브랜드를 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불거지는데도 박장우 경기막걸리사업단장은 "경기도의 입장이 맞다고 본다"며 "자회사 설립 이후 단장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공장설립에 반대하는 8개 업체 가운데 공장설립의 혜택을 받은 5개 업체보다 더 영세한 업체도 있다. 기존 막걸리업체 입장에서는 경기도의 지원을 받은 경쟁업체가 하나 더 생겨나는 셈이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모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몇몇 업체를 위해 행정력이 동원된다면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며 "경영이 어려워지면 반대하는 업체들 역시 공동브랜드를 생산해도 좋다는 경기도의 발상은 지금까지 수백억원을 투자해 피 땀으로 브랜드를 키워온 각 업체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꼴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걸리산업 부흥과 막걸리세계화를 주도하는 농식품부 담당과에서조차 이런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관계자는 "막걸리업체들이 내부 합의가 먼저 이뤄진 뒤에 공장설립이 추진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아쉽다"며 "해당 사업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막걸리업계 관계자는 "전통주 전문가인 이동필 장관이 취임하고 난 뒤 막걸리산업 부흥을 기대했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진행된데 대해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고 한탄했다.


l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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