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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전면 금연법 시행, "찬성vs반대" 팽팽

"흡연자의 '흡연할 권리'는 어디에"
비흡연자 "간접흡연, 곤욕스러워"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김수경 인턴기자, 이재영 인턴기자 | 2013-06-07 21:01 송고 | 2013-06-09 05:12 최종수정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에 따라 게임업소 PC방은 8일부터 전면금연구역에 포함된다.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2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H** PC방.

손님이 북적거려야할 일요일 오후 시간이지만 100석 규모의 PC방에 게임을 즐기는 손님은 20명 남짓이다. 그마저 대부분 손님들은 흡연석에 몰려 있다.

이 PC방의 흡연석과 금연석을 나누는 기준은 강한 바람으로 공기의 순환을 차단하는 에어커튼 1대 뿐. 흡연석과 상당히 떨어진 금연석에서도 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

50석이 채 안되는 흡연석에는 게임에 열중인 몇몇 손님들이 앉아 있다. 일부 손님 앞에는 수북히 담배꽁초가 쌓여있는 재떨이가 놓여 있다.
흡연석에 앉아 있는 손님들 중에는 한 눈에도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앉아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뿌연 담배연기가 자욱한 흡연석 구석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게임을 즐기던 김모군(15)은 "흡연석에 있는 컴퓨터의 성능이 더 좋아 흡연석에 주로 앉는다"며 "담배냄새가 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 앉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PC방에서 이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에 따라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게임업소인 PC방을 8일부터 전면금연구역에 포함시켰다.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 구분돼 이용되던 이전의 PC방과 달리 이날부터 PC방 전체에서 흡연이 금지되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PC방을 이용하는 흡연자들은 PC방 내에 마련된 밀폐된 흡연실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됐다.

PC방 전면 금연법에 따르면 PC방 내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PC방 업주도 역시 PC방 내 금연구역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

다만 정부는 PC방 업주들과 게임업체의 반발로 연말까지 전면금연구역 표시, 흡연실 설치 등 이행준비 및 변경된 제도 적응을 위한 계도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흡연자들과 PC방 업주들의 반발이 커 제도 정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흡연자의 '흡연할 권리'는 어디에…"
지난 4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PC방 소상공인 생존권 수호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PC방 업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8일부터 PC방 전면금연법 계도기간이 시행됐지만 PC방 주이용자인 흡연자들과 PC방 업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법 정착에 잡음이 일고 있다.

매일 근무를 마치고 잠깐씩 PC방에 들려 게임을 즐기는 것이 삶의 재미라는 김범수씨(25)는 이 법의 계도기간이 끝난 뒤 PC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전면금지될 경우 "아예 PC방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김씨는 "담배 필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흡연석에서만 담배를 피우겠다는 것인데 왜 자꾸만 흡연자에게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PC방 내 간접흡연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PC방 내 흡연석과 금연석을 나누는 실내장치를 좀 더 철저하게 만들면 된다"며 "무조건 흡연석을 없애는 것은 흡연자의 흡연할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반발했다.

고려대학교에 재학중인 이종진씨(25)도 역시 흡연자의 '흡연할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흡연자들은 흡연자 나름대로의 '흡연할 자유이자 권리'를 지니고 있다"며 "실제로 담배값의 대부분이 세금로 사용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씨는 "만약 비흡연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PC방을 전면금연석으로 정하는 것이라면 흡연이 가능한 PC방과 흡연이 금지된 PC방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권리를 모두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주일에 한 두번 PC방을 찾는다는 이모씨(28)는 "모든 시설에는 그 시설만의 특성이 있다"며 "PC방에 돈을 내고 가는 것은 게임을 하며 담배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흡연자가 '봉'인가"라며 "PC방 전면금연 시행보다는 청소년이 오지 않는 시간대인 야간에만 흡연을 허락하는 등 보다 합리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PC방 업주들의 불만도 크다.

마포구의 M** PC방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는 "PC방 전면금연법이 시행되면 매장 내에 흡연실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며 "6개월간 계도기간 동안 사실상 이전과 비슷하게 흡연석을 운영하는 식으로 매장을 운영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법안이 전면 시행되면 어쩔 수 없이 법에 따라야겠지만 흡연석을 없애면 PC방의 주고객이 흡연자이기에 매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동작구의 B**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43)도 역시 "PC방 업주들은 다 죽으라는 이야기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PC방 이용자들 중 절반이 흡연자"라며 "금연법이 시행된다는 소리를 듣고 몇몇 손님들에게 의사를 물어보니 법이 시행되면 PC방에 발길을 끊을 것이라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PC방 업주들과 흡연자, 금연자들이 원하는 중간 선에서 법을 시행해야지 지금의 법은 흡연자와 PC방 업주들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법"이라고 비난했다.

◇"간접흡연에서 자유롭고파. 대찬성한다"
© News1 박세연 기자


PC방 전면금연법에 흡연자와 PC방 업주들 대부분이 반대 의사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PC방 이용자들은 이 법안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보였다.

일주일에 3~4번 친구들과 동네 PC방을 찾는다는 권모씨(25)는 "비흡연자로서 이 법안에 적극 찬성한다"며 "PC방 금연석에 앉아도 어쩔 수 없이 담배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어 PC방에 가는 것 자체가 곤욕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PC방 전면금연법이 시행되면 처음에는 흡연자들이 PC방 이용횟수를 줄일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담배냄새 때문에 PC방을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이 더 많이 PC방을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러나 흡연권도 게임하는 사람들의 욕구 중 하나"라며 "PC방이 새로운 문화공간이기에 흡연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독립적인 흡연실을 만드는 것에는 찬성"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정진호씨(25)도 "지금의 PC방은 흡연구역과 비흡연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근본적으로 위가 뚫려 있어 금연석에서도 담배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남자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PC방의 특성상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 법안을 적극 환영했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이희숙씨(49)는 "아들이 매일같이 PC방에 가는데 옷부터 머리카락까지 모두 담배냄새가 베어 집에 들어온다"며 "한창 성장할 나이에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 같아 걱정됐는데 이런 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9살 난 아들을 둔 학부모 송모씨(36)도 "아들이 주말이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동네 PC방에서 2시간 정도 놀다 온다"며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에만 노출됐으면 하는데 PC방에만 가면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 같아 속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번은 함께 PC방에 간적이 있는데 도저히 담배냄새 때문에 참을 수가 없더라"며 "PC방을 성인만 이용하는 것도 아니기에 PC방 전면금연법에 적극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PC방 전면금연법에 찬성하는 일부 PC방 업주들도 있었다.

서초구에서 A** PC방을 운영하는 이모씨(37)는 "담배냄새가 싫어 PC방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이 법안이 시행되면 처음에는 매출에 타격을 입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매출도 정상궤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PC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비정상적인 PC방의 수가 늘어났다"며 "이 법안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PC방은 사라지고 정상적인 법규 안에서 영업하는 PC방만 살아남게 돼 자연스럽게 PC방 생태계가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화여자대학교 앞의 한 PC방은 완전밀폐된 금연석을 설치한 PC방으로 시설을 개조한 뒤 여학생 비중이 과거 10%에서 30%까지 상승했다.

PC방 사장 김진수씨(38)는 "흡연 손님은 줄었지만 금연 손님이 2~3배 많아졌다"며 "담배 냄새 때문에 PC방 이용을 꺼리던 사람들이 이제 금연 PC방을 잠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깔끔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금연구역 설정, 긍정적 효과 커"
© News1 안은나 기자


흡연자와 비흡연자, PC방 업주들의 입장 차이가 팽팽한 가운데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PC방을 전면금연구역으로 정함으로써 PC방이 현재보다 좀 더 건전한 장소로 바뀔 것"이라며 "이 법안으로 얻게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PC방 업주들과 흡연자들의 반발에 대해 "금연구역을 넓히는 것은 이미 사회의 큰 대의"라며 "이미 사회의 원칙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PC방에만 예외를 둔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PC방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6개월간 계도기간을 통해 이 법안을 정착시키고자 한다"며 "또 흡연자들의 흡연할 권리를 위해 PC방 내 흡연실 설치는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연구역을 정하는 목적 자체가 간접흡연을 예방하기 위한 것에 있다"며 "비흡연자뿐만 아니라 흡연자도 간접흡연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또 "PC방은 남자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이나 여성들도 이용하는 공간"이라며 "공공시설을 전체적으로 금연구역으로 정할 경우 흡연의 형태가 바뀔 뿐만 아니라 흡연환경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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