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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막걸리, 국내산업화 없이 세계화도 없다

윤진원 주류문화연구소 소장/ 전 (사)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 유통마케팅분과위원장 | 2013-05-04 23:01 송고

윤진원 주류문화연구소 소장/전 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유통마케팅분과위원장.© News1 이은지 기자
휘몰아쳤던 막걸리 열풍이 급격히 잦아든 듯하다. 100년만의 부활이라던 막걸리 시장이 또다시 위기를 맞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해 가기 위한 숨고르기 과정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여전히 업체간 수성과 공성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전략식품산업으로서의 산학연계를 통한 산업으로의 변모. 기존 국내 소주, 맥주 시장이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 제품력을 갖춘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의 세계화는 정치경제학적 의미로의 세계화(Globalization)는 아니다. 우리의 역사적 식품 문화 자산인 막걸리의 품질을 향상시켜 고급화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고 수출을 많이 하자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먼저 자국내에서의 지역화가 필수적이다. 국내 산업기반 구축이 확고할 때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품질좋은 막걸리를 만들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어졌을 때 경쟁력 있는 세계화가 가능할 수 있다.

지난 2~3년간의 막걸리 붐은 국내에서는 서울탁주와 국순당 등 상위 2개 업체의 과점을 심화 시켰다. 해외에서는 주질 문제로 수출 된 물량이 전량이 폐기되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가격경쟁 등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일본, 미주 시장 등에서는 교포간 혼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 역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정부의 드라이브 정책과 한류 등에 힘입은 것에 불과한 예견된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막걸리 세계화는 단순히 수출 물량을 늘여 외화벌이만을 하자는 의미만이 아니었다. 막걸리 세계화는 지속가능한 국가 문화적 컨텐츠 산업이며, 식품 산업으로써 우리의 농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가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해야 한다.
◇ 앞선 나라들에서 배우자

프랑스 와인, 일본의 사케, 독일의 맥주산업을 보자. 그들은 단순한 술이 아닌 역사적 문화 가치로서 그들의 전통술들을 설정하고 집요한 노력을 통해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왔다. 그들의 성공 요인의 공통점은 첫째, 역사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가치 부여. 둘째, 엄격한 품질관리. 셋째, 지속적인 R&D투자. 넷째, 농식품전략산업으로의 육성. 다섯째, 다양성 확보다. 자신들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주를 문화적 가치와 유산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육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랑스의 와인은 그들의 그 어떤 문화재보다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사케는 어떤가? 외국의 VIP가 방문할 경우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가서 처음 하는 일이 사케를 시음시키는 일이다. 독일의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를 보자 해마다 9월이면 세계인들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여 드는데 그 수는 무려 700만 명. 16일 동안 무려 5000㎘, 600억 원 어치의 맥주를 마신다. 고용창출 효과는 1만2000명. 이는 독일 정부가 맥주를 자국의 주요한 문화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맥주와 농산업, 양조업체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산업으로 발전시킨 결과다.

일본은 민간단체인 일본주서비스연구회․주조장인연구회연합회에서는 사케의 발전을 위해 ‘일본산청주원산지호칭제도(SOC:Sake Origin Control)’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의 고급이미지의 와인은 이미 1930년대 중반에 확립된 원산지 명칭 통제 (Appellation d'Origin Controlee : AOC)제도가 가장 큰 영항을 미쳤다. 독일의 경우에는 베를린 공대, 뮌헨 공대 등 유수한 대학마다 맥주공학과 따로 있으며 정부차원의 기술원의 활동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의 포도, 쌀, 보리 농가와의 결합을 통해 지역농업발전 꾀해 지역전략식품산업으로 육성한 것이다.

◇치밀한 전략과 끊기 있는 노력 절실

우리나라의 막걸리 생산업체는 약 500여개. 이중 매출 10억 원 이상의 업체는 32개 정도에 불과한 5.7%다. 10억 원에서 1억 원 대의 매출을 내는 업체는 151개 업체로 27.4%이며, 1억 원 미만의 미미한 매출을 내는 업체가 무려 370개 업체로 67%나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막걸리 산업의 낙후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막걸리 열풍과 세계화는 일부 기업의 잔치로 끝날 공산도 농후하다.

이를 위해 막걸리 산업 현황에 대해 전국적 차원의 조사와 원료, 수질, 관능, 이화학, 성분, 미생물, 임상실험 등이 전면적으로 실시되어 한다. 전국의 수많은 대학과 농림관련 산하기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R&D 투자지원으로 천편일률적 제품이 아닌 지역과 술도가 등 역사적 스토리가 담긴 개성이 살아 있는 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 확보를 위한 연구가 절실하다.

막걸리의 품질 관리를 위해서는 시행 중인 주류품질인증제도를 다시 한 번 잘 깁고 다듬어 막걸리에 대한 미래지향적 품질관리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대기업 유통업체의 사회적 기여 측면의 막걸리 산업화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과 정부 주도의 유통 시스템 제도 개선은 반드시 뒤따라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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