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금과 공공기관에서 5000억원 규모의 여유자금을 조성해 중소기업에 집중 지원키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30여개 공공 기금·기관이 보유한 여유자금 중 5000억원을 별도로 떼어내, 고금리 부담을 겪는 유망 중소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 경감 및 대출 지원에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5000억원으로 일명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의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우량 중소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2가지 '수혈'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 홍남기 정책조정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손에 잡힐 수 있는 도움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이번 정책을 내놓게 됐다"며 "최근 실물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운 자금사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 측은 20개 기금에서 약 3500억원을, 10개 기관에서 1500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7월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8~9월에는 실제 중소기업 대출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게 재정부의 입장이다.
◇중소기업 대출 시 1%~2%p 금리 인하
먼저 재정부는 이번 펀드 조성으로 중소기업의 시중 금리를 1%~2%p 가량 인하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공 기금과 기관이 여유자금을 시중은행에 예치할 때 받던 이자수익(시중 경쟁입찰금리) 대신에 펀드에 맡기고 코리보(Koribor·시장평균조달금리) 금리를 받으면서 생기는 금리 차익으로 중소기업 이자를 지원하는 데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공 기금과 기관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것이고, 조성된 펀드 쪽은 금리 차익금을 만들어 이를 중소기업 이자 지원에 쓰겠다는 얘기다.
실제 올해 1~3월 평균 경쟁입찰금리는 4.05%였으며 코리보금리는 3.65%로, 둘 사이 격차는 40bp(0.4%p)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5000억원을 펀드에 맡기면 약 20억원의 금리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펀드운용에 참여할 은행도 금리 차익과 동일한 규모를 1:1로 매칭 부담을 지울 예정이다. 그러면 연 40억원 규모의 금리 지원금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주장이다.
홍 국장은 "IBK기업은행을 기준으로, 업력 5년미만의 중소기업의 평균부채가 2억원이었다"며 "이들이 10%를 초과하는 고금리를 적용받는 대신에 40억원을 투입, 10%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이 경우 약 1000~2000개의 중소기업이 1%~2%p 가량의 금리 인하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중소기업이 2억원의 부채를 가졌을 경우 10% 금리를 적용하면 2000만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그러나 펀드를 통하면 이자 부담금에서 200만~400만원을 지원해 이자를 1600만~1800만원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정부는 펀드로 조성해준 5000억원 자체를 중소기업의 추가 대출을 위한 공급 재원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전액을 중소기업에 지원할 경우를 상정하면 평균대출규모가 2억원일 때 최대 2500개 기업에 대출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대상 선정 가이드라인 제시…펀드평가위로 사후관리
문제는 대상자 선정이다. 1%~2%p의 금리 인하, 1000~2000개 기업만이 혜택을 보는 등 수혜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대상자 선정에 공정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선 대상기업 선정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았으며 참여은행이 최종 기업을 결정토록 했다"는 설명이다.
정부 측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술력·성장가능성이 있는 업력 5년 미만의 창업 초기 기업 △지식서비스업, 녹색·고부가 서비스 등 신성장동력 산업 △ 신용등급 중간 수준(금감원 표근등급 기준 10~12등급) △운전자금보다 시설투자자금 우선 지원 등의 요건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운용 면에서도 공정성을 담보할 대안을 세워 놓았다는 주장이다. 펀드운용기관은 IBK기업은행이 우선 거론되고 있고 여기에 1~2개 시중은행이 더 참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 펀드운용기관은 자금 운용 과정에서 이자수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펀드에 추가 참여하는 은행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펀드평가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참여은행 선정 △평균 경쟁입찰금리 공시 △여유자금 운영 성과 평가 등 역할을 수행할 '펀드평가위원회'도 정부와 민간위원을 포함해 6인으로 구성, 철저한 사후관리를 거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게다가 공공 기금·기관이 여유자금을 펀드 쪽에 내놓음으로써 수익이 줄고, 이것이 자산운용평가에서 마이너스를 받게 될 때를 감안한 보완책도 제안됐다. 인센티브를 주거나 공정성 투자 항목을 강화해 현행 가점 방식에서 본평가 지표로 전환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나 국민연금 등 공공기금의 수익이 줄어들 수도 있는 등 사전에 충분히 협의과정을 거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홍 국장은 "공공기금이나 기관이 메인(main) 사업을 하기위한 자금을 줄여 여기에 수탁하라는 게 아니라 단기적으로 은행에 예치하는 여유자금이 있어 그것을 펀드로 스위치 시켜달라는 것"이라며 "기금·기관의 고유 목적을 흔들정도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서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출 금리 탄력 적용으로 인해 빚어질 금융시장 교란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중 성장성이 인정되지만 현실 여건 상 고금리에 허덕이는 기업을 돕자는 차원에서 정책적인 검토를 한 것"이라며 "대출 규모나 지원 받을 중소기업 수를 고려하면 이런 조치로 인해 시장 금리의 결정 구조 왜곡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sm@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