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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사회·교회에 남긴 숙제는

[교황 방한] '더 소중한 가치', '가난한 교회'에 대한 고민할 때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2014-08-19 08:55 송고 | 2014-08-19 09:32 최종수정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8.18/뉴스1 © News1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4.8.18/뉴스1 © News1

프란치스코 교황 한 사람으로 인해 갑자기 한국 사회가 넉넉해진 것 같다. 두껍게 덮고 있던 슬픔과 분노, 원망과 미움, 물질주의가 한 꺼풀 벗겨진 듯하다.

2억 만리를 날아 온 78세의 교황은 가장 고통받고 아파하는 이들, 세상에서 내쳐진 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아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교황과의 만남은 한국 사회에 큰 축복이었고 선물이었다. 교황의 방한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더 소중한 가치를 다시 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교황은 이번 방한의 직접적인 이유인 두가지 행사, 제6회 아시아청년대화와 124위 시복식을 통해 젊은이들에게는 '깨어 행동할 것'을, 한국 천주교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숙제로 남겼다.  

◇ 방한내내 '세월호' 가슴에 
비행기에서 내린 프란치스코 교황을 가장 먼저 맞은 이들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었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았다. 호소할 데 없는 억울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가슴에 담고 다독였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에게서 받은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유가족들이 안산 단원고에서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까지 38일간 지고 온 십자가는 로마에 가져가겠다고 약속했다.  

광화문 124위 시복미사에서는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유가족 앞에 차를 멈추고 내렸다. 34일째 단식 농성중이던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의 두 손을 잡아 주었다. 방한 전날 아침엔 바쁜 일정을 쪼개 세례를 달라고 청한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세례성사를 주며 약속을 지켰다. 

방한 마지막날엔 세월호 가족들에게 교황이 남긴 한글 편지가 공개됐다. 교황은 10명의 실종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진심을 담아 위로했다. 잊혀져 가던 세월호의 절규는 교황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 메아리로 울려펴졌다.   

세월호의 아픔만 어루만진 것은 아니었다. 

교황은 꽃동네를 찾아서는 장애를 가진 이들, 버려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이들을 축복했다. 명동대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쌍용차 해고자, 밀양·강정마을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들을 초대해 그들의 슬픔과 억울함을 함께 짊어 지었다.

슬픔을 같이 지는 것만으로도 화해를 위한 시작임을 알리려는 교황의 메시지였다. 이제 정치권이 답해야 할 차례다.

◇ '희망나비' 가슴에 달고 위안부 할머니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하면서 남북한의 용서와 화해를 촉구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를 기원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한 가정을 이루는 이 한민족의 화해를 위해 기도한다"며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 인식이 널리 확산되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예수님 말씀으로 화해와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또 성당 앞줄에 앉아 있던 7명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위로하고 축복했다. 할머니가 준 '나비 배지'를 제의에 달고 미사를 주례했다. 

교황은 미사에서 '이라크 평화를 위한 기도'도 제안했다. "이라크 전쟁으로 기독교인들, 소수민족이 고통당하고 있다"며 "주님께서 그들 모두에게 가까이 있다고 느끼게 해주시고 (현지에 파견된) 필로니 추기경이 사명을 잘 완수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미사중 성당에 있던 1000여 명의 신도들은 한반도 통일의 염원을 담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성가 대신 부르기도 했다. 

◇ 젊은이들을 위한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 

방한 둘째 날과 네째 날, 교황은 6000명의 아시아 젊은이들과 두차례나 만나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젊은이들의 선의의 행동을 촉구했다.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는 시복식과 함께 이번 교황 방한의 큰 두가지 목적 중 하나다.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교황이 함께 한 첫 번째 대회였다. 

교황은 미래의 희망인 청년들과의 정겨운 시간에서 용기와 희망을 얘기했고 청년들은 열광했다. 청년들에게 교황은 세대를 넘어 친교를 나누는 친구였다.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하고 명확했다. "아시아의 젊은 이들이여 일어나라! 여러분이 받은 엄청난 선물을 세상에 전하라!". 

교황은 청년들에게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와 우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며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는 세상을 만들 것"을 당부했다. 

◇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강조

한국 교회는 세상의 아픔과 상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보듬어야 할까. 교황의 방한은 한국천주교 내부에도 많은 반성과 숙제를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역설했다.

수도자들에게 "봉헌 생활에서 청빈은 '방벽'이자 '어머니'"라며 청빈한 구도자의 삶을 주문했다. 그는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자기 안위만 신경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받고 더렵혀진 교회"가 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교황이 원하는 아시아 선교의 리더 임무도 부여 받았다.

교황은 광화문 '124위 시복미사'를 직접 주례하며 한국 신앙 선조들의 '순교'라는 역사적 유산을 세계에 인식시켰다. 자생적인 탄생과 순교라는 신앙의 유산을 가진 한국에 '아시아 선교 리더'로서의 역할을 요구했다.  

'순교'라는 신앙의 유산은 한국 교회를 풍요롭게 받쳐주는 지지대다. 한국은 교황이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에서 대화 의지를 전한 북한, 중국 등 아시아 미수교 국가들과의 대화에 대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교황은 또 국내 12개 종교 지도자와 만나 종교간의 이해와 대화에 대한 화두도 남겼다.

   




senaj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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