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사퇴’ 최재경 지검장 “유병언, 산 채로 체포해야 했는데…”(종합)

오후 5시 퇴임식 예정…검찰 내부망에도 글 남겨

(서울·인천=뉴스1) 진동영, 홍우람 | 2014-07-24 15:12 송고

 최재경 인천지검장. /뉴스1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부실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최재경 인천지검장(52·사법연수원 17기)이 24일 “유 전회장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체포해 법정에 세워 응분의 심판을 받게 하는 사명이 있었는데 완수를 못했다”며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지기로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오전 대검찰청을 통해 사표를 제출한 최 지검장은 같은 날 오후 인천지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최 지검장은 “후임(인천지검장)이 올 것이고 수사팀장과 부장, 검사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며 “(향후 수사는) 여러분이 지켜보고 감시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잡는 문제인데 애로도 많이 겪고 하다보니 국민들 알 권리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수사라는 것이 원래 남모르게 하는 속성이 있다. 빨리 수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언론에 당부하기도 했다.

 

최 지검장은 자신의 사의 표명 후 수사팀장인 김회종 차장검사와 주임검사인 정순신 부장검사, 검거팀장인 주영환 외사부장 등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하자 이를 반려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죄있는 사람들을 다 가려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숨겨진 차명재산도 다 밝혀내고 있고 유대균(44), 유혁기(42)씨 등 책임이 중한 사람들을 조속히 체포해서 사법절차에 회부하는 일이 남아 있다”며 “책임은 지휘하는 제가 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수사를 계속해서 공직자로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지검장은 이번 수사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는 질문에는 “나중에 하자”고 말을 아꼈다.

 

그는 “검사생활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며 “검사로 시작해서 검사로 끝내면서, 또 큰 사건을 수사하다가 수사실에서 검사생활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최 지검장의 퇴임식은 이날 오후 5시 인천지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에 앞서 최 지검장은 이날 오전 사표 제출 후 검찰 내부망에 남긴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최 지검장은 글에서 “저의 업(業)과 부덕이 여러분과 검찰에 부담을 더한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 아픈데 힘든 시기에 저 혼자 피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끝내 유 전회장 검거에 실패하고 주검을 찾는데 그친 이번 수사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라고 부실수사 논란의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수사를 이끈 김회종 2차장검사와 검거팀장인 윤재필·주영환 부장검사, 주임검사인 정순신 부장검사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12명의 검사와 많은 수사관들이 5월18일부터 두 달 넘게 사무실 야전침대에서 생활하거나 범죄자를 찾아 전국을 다니며 고생했다”고 치하했다.

 

이어 “그동안 가족들의 노심초사 염려가 오죽했겠냐”며 “그간의 적지않은 성과는 오로지 이들의 땀과 헌신 덕분이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최 지검장은 남겨진 수사팀에 “검찰은 저력이 있는 조직이고 여러분의 의지와 능력은 어떤 위기라도 극복하기에 충분하다”며 “심기일전해서 도망간 범죄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책임재산을 최대한 확보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데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 내 최고의 ‘특수통 검사’로 평가받은 최 지검장은 “특수검사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 갖고 검찰의 전장을 돌고 돌았다”며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꼈다”고 회한을 밝혔다.

 

그는 “국민의 편에 서서 거악을 척결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쯤은 씩 웃으며 감수하는 당당한 검사, 수사과정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끝내 인간의 향기를 잃지 않는 따뜻한 검사, 좌고우면, 정치권이나 실세에 빌붙지 않고 나름대로의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는 꼿꼿한 검사가 되기를 소망하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타고난 자질이 못나고 수양도 부족해서 결국 화호성구(畵虎成狗·호랑이를 그리려 했으나 개를 그림)에 그쳤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chindy@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