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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벼랑끝 팬택…미래부와 이통사 책임이다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2014-07-06 23:09 송고


팬택 운명의 날이 8일로 다가왔다. 팬택 채권단은 이동통신3사가 8일까지 팬택 매출채권 1800억원을 출자전환해주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이 팬택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팬택은 지난 2월 25일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중장기적 생존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기술력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팬택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비를 맞았고 그 파고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에 팬택은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 시장은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고 국내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팬택은 이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인력을 30%까지 줄이면서 국내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바로 그 순간, 정부는 이통3사에게 각각 45일간의 영업정지를 조치했다. 영업정지는 무려 70일간 이어졌다.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규모는 60%나 감소했고, 팬택은 직격타를 맞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비중이 높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국내 시장에 집중하던 팬택은 판로가 막혀 3월과 4월 연속 적자를 냈다. 올 1월과 2월 연속 흑자를 냈던 때와 대조를 이뤘다.

만약 이통3사가 연초부터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약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조사의 요청과 여론의 지적을 받아들여 영업정지가 아닌 과징금을 부과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팬택이 지금과 같은 위기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달에 15~20만대만 팔아도 수익을 내는 구조로 만든 팬택의 노력은 미래부와 이통사로 인해 물거품이 됐던 것이다.

채권단이 이통사에게 출자전환을 요구한 1800억원은 팬택이 이통사에게 지급해야 할 판매장려금이다. 통상 이통사는 보조금을 선지급후 제조사로부터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이를 보전받는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팬택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이를 받지 못했다. SK텔레콤은 약 900억원, KT와 LG유플러스는 약 450억원에 달하는 팬택 채권을 갖고 있다.
휴대폰 유통점들도 '팬택 살리기'에 나섰다. 4일 휴대폰 유통점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소상공인들도 팬택을 살리기 위해 출자전환까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수조원대의 이익을 내는 이통사들과 영업정지를 내려 팬택을 어렵게 만든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출자전환을 결정하지 못하고 뭉기적거리고 있다.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삼성-LG-팬택' 3각 구도에서 '삼성-LG' 2강 체제로 바뀌었을 때 시장주도권은 이통사에서 휴대폰 제조사로 넘어가게 된다. 3강 구도에서는 담합이 힘들지만 2강 체제는 공정경쟁이 힘든 구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수도 있다.

시장상황을 이렇게까지 내몰았던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휴대폰 산업을 진흥하고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할 미래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이통사 영업정지까지 내렸지만 불법보조금을 근절시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규제는 실효성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쓴' 미래부 때문에 팬택은 벼랑끝에 내몰렸는데도 말이다. 지금 미래부와 이통사들은 팬택 살리기를 통해 '상생'을 실천할 때다.


song6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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